흔히 ‘사랑이 어떻게 변해’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결혼식 주례를 맡으며 읽었다는 이 시에서는 가난 때문에 사랑을 (포함한 소중한 인간적 감정을) 버려야 하는 억울하고 답답한 심사가 그대로 느껴진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허무나 멋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다. 유사구절의 반복과 설의, 도치를 통해 주제를 강조하는 이 시에는 젊은이의 현실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가난은 이별의 원인이 된다. 이 시에서 이별을 먼저 고한 이는 사내(청년)이다. 농촌 출신의 가난한 도시 노동자인 그는 지금 골목길에서 헤어졌고 쏟아지는 달빛을 받아 외롭기 그지없다. 새 벽 두시의 여러 소리들로 두렵기도 하다. 고향 뒤뜰의 감나무를 생각하는 그리움의 정서도 가지고 있다. 가난한 그가 먼저 이를 악물고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일 때 그녀의 숨결과 흐느낌이 아직도 선하다, 가난은 청년으로 하여금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 시는 분노와 자조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 시의 후반부에서는 울부짖음으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