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신고 뭉개고, 근무중 술판에 눈감았다… 공군에 무슨 일이?
곽창렬 기자
입력 2021.06.12 03:00
같은 ‘군대(軍隊)’라도 공군에겐 ‘스마트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전투기를 몰고, 레이더로 적을 감지하는 역할은 고도 기술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간부나 병사 모두 상대적으로 우수한 자원을 뽑는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공군사관학교는 수능 상위 4% 정도 실력이라야 지원할 수 있다. 전역 후 조종사 등으로 취업할 수 있다 보니 육·해군사관학교보다 커트라인이 높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유현호
일러스트=유현호
말단 병사도 마찬가지다. 과거 공군은 지원자의 고등학교 때 성적(수능이나 내신)을 평가 항목으로 삼았는데, 전체 입대자의 약 3분의 1이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 출신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2014년 1·2월 기준).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공군 병사가 되려면 7.3대1의 경쟁을 뚫어야 했다. 이는 육군 모집병(4.9대1) 경쟁률보다 높다.
이처럼 스마트하다는 공군에 최근 들어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고 있다. 지난달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중사 사건이 온 나라에 충격을 던졌다. 일부 간부는 사건을 은폐 혹은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급기야 공군참모총장이 사퇴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부대에서는 3년 전에도 선임병과 상관에게 언어폭력 등에 시달리던 병사가 극단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의 각종 사건·사고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공군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는 특히 이목을 끈다. 군대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기 때문이다. “우수 인재가 모였다는 집단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공군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사건·사고에 쉬쉬하고 관대한 조직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공군에서 벌어진 성폭력 관련 사건은 22건이다. 장병 1인당 발생 비율은 0.034%(전체 병력 6만5000명)로 육군(0.027%)보다는 다소 높고 해군(0.06%)보다는 낮다.
문제는 사후 처리다. 공군 전역자들은 공군이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쉬쉬하는 경우가 있어 화를 키운다고 말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조종사 중심 조직 문화를 꼽았다. 사건 대처가 미흡하다는 비판은 육·해·공군 모두 있는 일이지만, 공군은 조종사가 사건·사고에 연루되면 전반적으로 관대한 분위기가 있고, 이는 부사관과 병사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8~9월, 수원에 있는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 전투기 조종사 16명이 비상 대기실에서 세 차례에 걸쳐 술을 마셨다. 공군은 이 사실을 약 6개월이 지난 뒤, 국방 헬프콜 신고를 통해 인지했다. 그런데 해당 부대는 음주를 주도한 A 소령에게만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을 뿐, 나머지 조종사에게는 어떤 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부랴부랴 징계 대상자를 늘렸다.
지난 4월엔 경남 사천에 있는 3훈련비행단 소속 간부 20여 명이 축구를 했다. 시합을 뛴 간부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사가 진행됐고, 약 15명이 코로나에 집단감염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축구 시합을 주도한 이는 단장인 A 준장. 조종사 출신인 그는 이전에도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아내를 주말마다 부대 내 골프장으로 데려와 참모들과 골프를 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공군참모총장은 A 준장에게 ‘엄중 경고’ 조처를 했지만 징계가 약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공군사관학교 출신 인사는 “(조종사는) 내부에서도 귀한 몸이기에 사건·사고가 나더라도 ‘좋은 게 좋다' ’이 정도는 눈감아 주자'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공군 내 조종사의 역할, 위상과 관련 있다. 조종사는 전투기를 타고 최전선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공군 내 지위가 절대적이다. 공군사관학교나 학군·학사 출신 장교만 조종사가 될 수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공군 전체 군인은 6만5000여 명인데, 이 가운데 2700여 명이 조종사다. 나머지는 조종사의 전투를 지원하는 병력이다.
고생 끝에 베테랑 조종사가 되면 적지 않은 보상이 뒤따른다. 공군 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별을 달고 장군이 된다. 강도 높은 훈련과 도덕성도 요구받는다. 한 공군 정훈장교 출신 인사는 “조종사인 장교들이 책 읽는 경우를 많이 못 봤는데, 눈이 나빠지면 조종간을 놓아야 할 우려 때문이란 말을 들었다”고 했다. 공군에 따르면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120억~15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조종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군을 떠난다면 공군에도 큰 손실이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부터 여행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항공 시장이 성장하면서 베테랑 조종사들의 이탈이 크게 늘었다. 임관 8~17년 차 조종사를 중심으로 한 해 100여 명이 대한항공 등 민간 항공사로 이직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조종사가 2700여 명 있는데, 이 가운데 40%가량이 공군 출신이다.
장교 아래 부사관 사정도 비슷하다. 정비 업무 등을 담당하는 부사관은 전역하면 민간 항공사 등으로 취업이 가능하다. 그런데 현역 군인 시절 사건·사고에 휘말려 기록에 남으면 취업이 어려워진다. 한 민간 항공사 관계자는 “전 직장에서 어땠는지 평판 조회를 한다. 빨간 줄(각종 징계 이력)이 그어지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사관으로 전역한 한 인사는 “수위가 심각하지 않다면 그 사람 인생을 위해 눈감아주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임관 후 20년 지나야 병사·부사관 지휘하는 장교들
지휘관들이 젊은 시절 부대를 지휘하지 않는다는 점도 공군 리더십의 문제로 지적된다. 공군의 주요 부대장(전대장·전투비행단장)은 대부분 조종사 출신이다. 이들은 임관 후 대부분 전투기 조종 업무만 하기 때문에 일반 병사나 부사관을 접촉하거나 지휘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다 임관한 지 23~24년이 지나 대령으로 진급하면 갑자기 병사·부사관 수백 명을 지휘해야 한다. 공군 병장으로 전역한 직장인 유모씨는 “한 대령이 전투기를 몰다가 부대장으로 왔는데, 내무반에 에어컨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병사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만 했다. 병사들이 차라리 민간에서 CEO를 데려와서 지휘관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할 정도였다”고 했다. 공군 대위 출신 최모씨는 “육군은 소위 임관과 동시에 소대장으로 병사·부사관과 부대끼며 함께 생활하는 데 반해, 공군은 그러지 못하다 보니 병사나 부사관들이 저지른 사건·사고 처리에 미숙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부대 주둔지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육군과는 달리 공군은 레이더나 공항 등이 한 곳에 집중돼 있는 점도 사건 사고 처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원인이란 지적도 있다. 근무 지역이 좁아 마주치면서 생활하다 보니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은 것. 이렇게 되면 사건을 엄정히 다루기가 어렵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 서욱 국방장관도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주둔지 단위로 흩어져 있는 육군은 엄정한 수사가 가능한데, 베이스 단위로 근무하는 공군은 엄정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공군사관학교 출신 인사들이 공군의 주요 직위를 장악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문제로 지적한다. 공군의 소령급 이상 장교의 절반, 장군의 95%가량이 공군사관학교 출신. 공군본부 인사참모부에서 일했던 김모씨는 “공사 출신끼리 선배님·후배님 하면서 끌어주고 밀어주는데, 서로 봐주는 분위기가 쉽게 사라지겠느냐”고 했다.
김기호 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군은 전투 위주로 돌아가는 조직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조종사 중심 문화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조종사를 비롯한 간부에 대해 감시와 리더십 교육을 강화하고, 사고를 내면 엄벌한다는 분위기를 강하게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창렬 기자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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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두
2021.06.13 06:04:59
개가 대힌민국의 하늘을 날아다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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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욱
2021.06.13 06:31:25
무능 무식하고 자질 철학이 없는 사람이 자리를 꿰차고 완장 차면 모든게 물리적함 과시가 전부인 거다 운동선수 코치도 능력 없는 무식한 코치일수록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선수 지도하는거다 그러면서 못??짓 다하고 하는거 아닌가 군 사회든 공무원사회든 정치판이든 정권이든 통치자든 다 같은 맥락 같은 유전자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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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식
2021.06.13 06:25:42
기자님.. 그럼 대안이 뭐요? 공사없애고 조종사 양성도 민간으로 돌리자는겨 뭐여?? 기사에서 문제제기 했으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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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조
2021.06.13 06:59:12
소위 엘리트라는 집단인 즉 공군에서 성 폭력이 발생하고도, 이를 쉬쉬하는 경우는 집단 이기주의에서 오는것이 아닌가 보인다. 머리가 명석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일수록 그 좋은 머리를 더 좋은 쪽으로 회전시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겠지만, 나쁜쪽으로 빠지기 시작하면, 대책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중사 성 폭력 사태만 해도 몇달동안 쉬쉬하다 결국은 비극적인 죽임이 있은 다음에야 사회에 큰 이슈로 등장 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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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진
2021.06.13 07:33:09
어느곳이나 우두머리 가 원칙을 못지키면 나라꼴이 웃음거리 와 조롱뿐인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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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2021.06.13 07:31:56
드론이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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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종성
2021.06.13 07:13:28
당나라 군대 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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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2021.06.13 06:49:32
문재인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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