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직후 두번째 세계대회 우승 가능할까? 제2회 비씨카드배를 우승한 이세돌 9단 | "나쁘지 않다. 복직후에도 이세돌의 기풍은 여전하다.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역전을 시키는 짜릿함도 있다. 달라진 것이라면 오히려 전보다 강해졌다는 그런 느낌이다."
월간바둑 해설위원 김영삼 8단이 이세돌 9단에 대해 한 말이다. 이세돌 9단은 제23회 후지쯔배(富士通)에서 중국의 박문요 5단과 준결승을 앞두고 있다. 이번 후지쯔배 준결승과 결승은 7월 3일과 5일 일본 도쿄의 일본기원회관에서 열린다.
○●.. 이세돌-박문요, 6:4의 승부 김영삼 위원에게 이세돌 9단과 박문요 5단의 대결에 대한 예상평을 들었다. 김 위원은 "2:1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6:4" 정도로 이세돌이 유리합니다."라고 말한다. 6:4면 박문요를 너무 높이 쳐준 것은 아닐까? 두 기사는 전에 딱 한번 싸웠다. 2006년 제1회 강원랜드배 한중바둑대전에서 만나 이9단이 불계승했다.
김영삼 위원은 박문요를 너무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박문요는 이창호, 이세돌과 같은 최정상급의 기사라고 볼 순 없죠. 그러나 최정상급 바로 밑에 있는 기사에요. 이런 층에 속해 있는 기사는 중국 국내대회는 물론이고 세계대회에서 우승이나 준우승을 차지해도 크게 이변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물론 이세돌과 만났으니 실전심리나 인터넷 베팅에선 7:3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할 것이지만요."
다른 한판의 준결승은 콩지에 9단과 치우쥔 8단의 대결로 둘 다 중국기사다. 지난 4월에 열렸던 이 대회 8강전에서 이세돌 9단은 중국의 구리(古力) 9단을 꺾고 홀로 4강에 오른 바 있다. 4강에서 3명의 중국선수가 이세돌 한 명을 포위한 꼴이다.
김영삼 8단은 콩지에와 치우쥔의 대결또한 '이세돌과 박문요'의 대결과 비슷한 비율로 승리를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콩지에는 최정상급의 기사지만 치우쥔은 바로 그 밑의 층을 형성한 강자다.
▲ 후지쯔 4강에 오른 중국기사, 왼쪽부터 박문요,콩지에,치우쥔 ○●..콩지에는 이세돌의 '밥'인가? 이른 예측이지만 7월 5일엔 '이세돌과 콩지에'의 결승대결을 볼 수 있을까? 아직은 섣부른 예상이겠지만 결승대결에서 콩지에를 만난다면 어떨까. 또 이세돌은 콩지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팬들은 콩지에를 이세돌의 '밥'이라고들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전적과 인상적인 승부에서의 결과 때문이다(6승 3패).
김위원의 설명이다. "이세돌 9단이 실력을 인정하는 기사는 몇 안돼요. 이세돌은 이창호 9단에 대해선 '역시 세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최철한 9단이나 박영훈 9단같은 정상급 기사들에 대해서조차도 잘 둔다는 이야기를 농담으로라도 잘 안했죠. 그런데 이세돌도 현재의 '구리나 콩'에 대해선 실력을 인정합니다."
이세돌 9단의 이런 자신감은 한국 프로기사들 사이에선 더이상 화제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창호 9단과 LG배 결승 5번기에서 2:3으로 아깝게 패퇴했을 때에도 '이번에 비록 졌어도 사실상의 실력은 내가 최강이다'라는 자신감을 스스럼없이 동료들에게 드러냈었다고 한다.
아,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아마도 예전의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 것이다. 최근의 세계대회 개막식이나 기자회견에서 이세돌 9단은 '이창호 사범님에 비하면 저는 아직 멀었어요~' 라거나, 혹은 '저는 구리의 계단, 저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데 제가 없어서 구리가 성적을 못냈을 겁니다' 식의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 예전에 비한다면 극단적인(?) 겸손함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세돌이 변하긴 변한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일까? 김영삼 8단이 그 이야기를 한다. "복귀 후에 좀 더 안정감이 생겼죠. (자신의 상대를 인정하니까)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는 승부다. 물론 이세돌 9단이 이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여겨지는 승부다. 또 이길 것이다. "이세돌 9단이 없는 결승전은 너무 재미가 없지 않겠어요?" 김영삼 해설위원이 이야기를 마치면서 마지막 평을 던졌다.
이세돌 9단은 7월 2일 오전 9시 2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도쿄로 향했다. 7월 3일 열리는 이세돌 9단과 박문요 5단의 후지쯔배 준결승은 김영삼 8단의 해설로 사이버오로, 파란바둑, 야후바둑을 통해 인터넷 생중계된다. 사이버오로에서는 일본 현지 취재로 속보를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신문사가 주최하고 후지쯔(주)에서 후원하는 제23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의 우승상금은 1,500만엔, 준우승상금은 500만엔이다. 한국은 조훈현·이세돌 9단이 각각 3번씩 우승하는 등 이 대회에서 모두 14차례 우승해 후지쯔배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은 95년 마샤오춘(馬曉春) 9단, 2008년 구리 9단 등 두 차례 우승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