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 김일태
염화의 미소 외
피안의 길 아득한 듯
천년이 지나도록
다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답을 얻었다 싶다가도
또다시 사유해야 할 것들 줄을 이어
태연하게 털고 일어날 수 없어서인지
묻고 싶었는데
불현듯 반가사유상이
만면을 활짝 폈다
모든 것을 비워
고통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미소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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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꽃상여 한 채
저기 저기 흘러가는 구름 한 덩이
진 짐 부려 놓고 가벼워진 몸
날개 단 듯 흘러간다
일상이 무료할 때 가끔 쓰는 유언장
해마다 유언의 길이가 줄어들어
언젠가 한 문장 한 단어로 남겨질 때
나의 영혼도 저리 가벼워질까
무심코 내 이름 석 자 지워보니
아무런 발자취도 남지 않을
칠십 평생의 요약
저기 저 꽃상여 같은 구름 한 채
잠시 머물다 다시
오래지 않아 단출해질 내 한생 태운 듯
덩실덩실 어르며
서천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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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태|1998년 《시와시학》 등단했으며, 시와시학상, 김달진창원문학상, 산해원불교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부처고기』, 『귀환의 시간』, 시선집 『주름의 힘』 등 여러 권이 있다. 현 이원수문학관 관장,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