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벽
최봉호
“오늘 날씨가 어때?”
“오늘 둔산동 지역에 비올 확률이 60%입니다. 낮 최고기온은 25도입니다.”
수년 전, 집에 설치한 인공스피커가 해 준 답이다. 굉장히 신기했다. 그러나 대화 주제가 날씨, 뉴스, 음악 등으로 한정되어 있는 점이 단점이었다. 작년 11월에는 말이 아닌 문자로 아무 내용이나 질문을 하면 즉각 답을 해주는 챗GPT가 출현되었다. 이 새로운 기술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책들도 꽤 출간되었다.
나는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우기보다는 경험자에게 직접 들어보고자 ‘챗GPT와 소설 쓰기’ 주제의 특강이 있어 신청했다.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강사는 한 시간 동안 챗GPT 이용방법, 이를 이용한 글쓰기 사례 등을 일러주었다. 특히,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챗GPT가 글을 써주는 것은 아니다. 질문을 잘해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챗GPT는 인간의 내면 묘사나 감정 표현을 해주지 못한다. 법률적 조언을 해주지 못한다.’라는 강의 내용이 생각난다.
그런 다음 현장에서 챗GPT를 이용해, 한 시간여 동안 글을 써내도록 했다. 그 짧은 시간에 수강생 16명 중 무려 열 명이나 제출했다. 나는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하는 그 생각만이 맴돌았다. 주제, 구성, 배경, 인물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서 한 발자국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 시간 동안 애꿎게 노트북만 바라보다가 시간을 그냥 보내고 한 줄도 쓰지 못했는데, 여러 명의 수강생이 써서 제출한 걸 보니 경이로웠다.
열 명이 낸 글들은 주제가 모두 달랐다. 현대인의 바쁜 일정을 다람쥐로 빗댄 얘기, 엄마와 갈등관계인 딸의 얘기, 남한의 한류에 푹 빠진 북한 청년의 고뇌 얘기, 맑은 하늘과 구름을 보고 떠오른 그리운 엄마에 대한 얘기, 자기가 겪었던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얘기, 어떤 서점 주인에 대한 얘기 등,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주제의 글들이 소개되었다. 그러면서 글 얼개를 짜고, 멋있는 문구를 찾느라 나름 챗GPT라는 인공지능에 나름대로 도움을 받았다고 토로를 한다. 별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수강생도 있었다.
어떤 인공지능은 몇 개 문장을 넣으면 그럴듯한 기사나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낸다고 한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어 무시하고 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인공지능은 인간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무조건 좋은 것인가? 내 몸과 마음이 아플 때 인공지능은 내게 어떤 도움과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 감정을 교환하고 나의 소외감을 덜어줄 수 있을까? 물론 장단점의 양면성은 있을 것이다.
컴퓨터는 작업을 수행하는 속도 측면에서, 기억 능력 측면에서, 지치지 않는 지속 능력 측면에서 나를 포함 우리 인간을 능가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정신 활동을 하지 않는다. 반면에, 인간은 논리적 사고와 감성을 가졌고 정신 활동을 한다. 그리고 인간은 글 쓰는 것과 같은 창조 활동을 한다.
글을 쓸 때 인공지능을 이용해야지 하는 유혹이 많이 생긴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너무 의존하다 보면 내 두뇌 기능이 저하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러 면에서 월등한 인공지능이 있어 나를 대신해주면 좋겠다. 나를 대신한 분신이 내 이름으로 좋은 글을 써 주면 좋지 않겠나.
요즘 인공지능이 화두로 떠올라 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특히. 글쓰기에서 도움 받을 것은 없을까 하고 고민해 보았다. 글을 써 달라고 부탁해보니 앞뒤는 맞지 않지만 뭔가 그럴듯한 글을 주긴 한다. 그럴 듯 해보이나 단어의 나열에 불과할 뿐이더. 그대로 이용했다가는 큰일 날 것 같다. 그냥 참고만 해야 하겠다.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나를 맡기지 말고, 꼭 필요한 것만 이용 하도록 하자. 절대 그 이상이 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