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가장 순수한 사랑조차 끌어안지 못하는 앙드레지드의 『좁은문』을 읽고 종교의 허구성에 분노했다. 또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인간 심리에 대한 악마와도 같이 치열한 탐구로 그들은 함께 전율하면서 대학시절을 보냈다. 그와 그녀는 함께 행복했고, 함께 절망했으며, 깊이 사랑한 8년 후 결혼했다.
1
1990년 2월 14일 축복처럼 아이는 그들에게로 왔다. 아이의 빛나는 눈동자는 그녀의 잠자던 모성을 눈뜨게 했다. '내가 과연 저 아이를 건강하고 올바르게 키울 수 있을까?' 그녀는 두려웠고 상심했다. 그러자 아이의 처음 맞는 세상을 자연과 함께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아이와 단 둘이서 남해 본가에 내려갔다. 무수한 별이 쏟아져 내리는 밤이면 그녀의 동화를 들으며 아이는 잠이 들었다. 걷기 시작하는 10개월부터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놀았다. 돌이 지나면서 할아버지의 과수원에서 이름 모를 풀벌레와 철 따라 열리는 과일들이 아이의 벗이 되어 주었다. 여름이면 논두렁에서는 올챙이 잡기로 새까맣게 그을려 두 눈만 반짝거렸다. 지천에 깔린 풀들은 아이의 소꿉놀이에 좋은 재료가 되었고, 나뭇잎과 꽃잎을 하나씩 뜯어서 풀로 붙여 방안 가득 도배를 했다. 방이 많이 비어 있던 터라 아이는 꽃잎 나뭇잎을 분류해서 벽에다 붙여 꽃방, 풀잎방 하며 방마다 특이한 이름을 지었다.
주말이면 아빠와 맞는 하루 동안 아이의 구슬 같은 웃음 소리가 청명한 하늘에 포말처럼 퍼져갔다.
’92년 두 돌 무렵 소중한 시골체험을 보내고 부산으로 올라왔다. 2월 16일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성냥팔이 소녀』라고 육아일기는 적고 있다.
"성냥팔이 소녀가 불쌍합니까? 불쌍하지 않습니까?”
아빠가 물으시면
"불쌍하지요.”
"왜 불쌍합니까?”
“응, 으응 맨발이라서 성냥을 사주지 않으면 아빠가 마구 때리니까요.” 했다. 책을 꼭 끼고 다니면서, 놀이하다 걷다가 생각나는 대로 책을 외우고 다녔다. 침을 흘리면서
“엄마 배 뿌사지는(부서지는)것 보자.”하면서 『십오 소년 표류기』 『피터팬』『미운 오리새끼』등을 즐겨 보았다. 그 무렵 보수동 카톨릭센타에서 인형극이 자주 열려 그녀와 아이는 부지런히 인형극을 관람했다.
그 후 태양, 눌원아트홀이 연이어 개관하여 신이 났다. 그녀는 아이가 네 살이 될때까지 둘째 계획을 미루고 공연이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어린이 대공원, 성지곡, 수원지, 용두산 공원…
그의 모임에서 후원하는 소년의 집에 일요일이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형, 누나들과 농구, 축구를 하며 가족처럼 지내고 나눔의 기쁨을 배웠다.
4살, 대전 엑스포 관람 때는 비가 많이 내려서 그의 등에 줄곧 업혀 다녔다. 그는 가족에게 특별한 가장이었다. 그와 그녀가 치열하게 연애하던 8년의 시간들도 불가사의하게 여겨질 만큼 그들은 서로에게 강하게 끌렸었고, 결혼 후 그가 출장 중일때도 평소에 병 치례가 없던 아이들이 밤새도록 고열에 끙끙 앓기까지 했다.
“엄마, 아빠는 가족을 지켜 주시는 수호신 같아요.”
큰 아이가 언젠가 그랬다. 주말이면 가족은 지방 곳곳 낯선 거리를 누비고 다니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그러면서 지치지 않고 즐거워하는 아이와 가족만이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정과 사랑을 함께 나누었다.
그녀는 아이가 4살 때 금정산 등산 코스를 오르게 했고, 야외 학습을 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하고, 실제 생활을 체험할 수 있게 배려했다. 일주일 중 하루는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고 대출도 했다.
아이가 5살 때 예쁜 여동생을 얻었다. 딸아이가 걸을 무렵 그녀와 아이들은 주방에 모여 함께 요리를 했다. 매작과 닭죽 … 어느 날의 일기는 요리하는 모습을 상세하게 적고 있다. 밀가루는 자주 아이들의 실습 재료로 이용되었다.
아들이 4살 때 그녀는 비로소 한글을 익히게 했다. 자음 모음을 먼저 알고, 외출하는 동안 간판을 읽으며 익히게 했다. 그녀가 읽어주는 동화의 느낌과 아이가 직접 읽는 느낌은 다를 것이므로 그녀는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그리고 지구본 막대자석 저울 등은 주로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로 활용했다. 세계 각국의 특성과 미지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호기심 많은 아이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나라 찾기 게임은 엄마와의 또 다른 놀이였다. 양팔 저울로는 쉴새없이 물건들의 무게를 측정했고, 놀이터에서 퍼온 모래를 펼친 신문에 얹어 막대 자석으로 이상한 모형을 만들며 흥미로워 했다. 블록이나 장난감 모형 등도 좋아했지만 축구공, 축구화는 밤에 껴안고 잘 정도로 특히 좋아했다. 바깥 놀이를 즐기는 아이가 5살 때 시간개념을 위해 시계보는 법을 배워주고, 시간 약속을 하는 것 질서를 지키는 것에 대해서도 일깨워 주었다.
6살 때 숲으로 둘러 쌓여진 자연을 닮은 유치원에 보냈다. 오후에는 영어 놀이를 하면서 새로운 환경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놀이를 통해 블록이며 바둑알을 이용하여 구구셈을 익히는 것도 그 때였다.
취학 전 그녀는 아이와 국제 시장 보수동 책방 골목을 자주 이용했다. 시장의 다양한 교구들은 아이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고, 보수동의 많은 책들은 아이에게 지혜와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굿모닝 ABC, 디즈니 영어 테이프는 영어를 학습할 때 더 없이 좋은 자료가 되었다.
2
1996년 봄 아이는 낙동강과 백양산을 인접한 덕상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새로운 환경을 좋아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 선생님과 많은 친구와 넓은 운동장을 가졌다는 행복감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 감사했다. 집에 돌아올 때는 늘 친구들이 바뀌어 있었다. 이즈음 한자 학습도 시작하고 영어학습에 충실했으며 소년 동아일보 어린이 신문도 읽었다.
"훈아, 엄마 어린 시절에 특히 시골에는 문화가 발달하지 못해서 신문을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단다. 훈이도 신문을 열심히 읽고 주변 상황을 잘 이해하면 좋겠구나"
그녀는 아이에게 새로운 만남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아이의 동의하에 모든 일을 실행에 옮겼다. 여름 방학에는 갯벌로 달려가 자연 탐사를 했다. 입학 기념으로 『삼국지』전집을, 공석 하님의 『핵 물리학자 이휘소』,홍정욱님의 『7막7장』을 선물했다.
“엄마 이휘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7막7장은 그렇게 작은 아이에게 대학을 알리는 다리 역할을 했다.
1학년 2학기에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아이는 열심히 연습했고, 대상을 받았다. 연극 발표회도 참가하며 바쁜 1학년을 보냈다. 2학년이 되어 백산 안희제 선생 기념관을 찾았다. 선생의 업적을 공부하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기르겠다는 다짐을 했다. 부산 시청 개관식에 참가해 부산시에 관해서 깊이 알게 되었다. 초등학생이 되어 처음 읽은 추리 소설 『뤼팽』은 분명히 도둑이지만 인정이 많아 미워 할수 없고 아껴주고 싶다고, 기록해 그녀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사랑하는 아빠
비가 온 뒤의 도시는 너무 깨끗해요. 멀리 낙동강이 눈앞 가까이에 다가와 있어요. 어제 내린 비가 이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씻어가 버렸어요. 제 마음까지도 맑아졌어요. 아빠! 아파트에 가려 낙동강이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훨씬 가깝게 보여요. 아파트들도 목욕한 것처럼 깨끗해 졌어요.
아빠! 오늘도 회사에 잘 가셨어요 아빠께서 제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신 것처럼 저도 아빠께서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무척 궁금해요? 요즘 아빠께서 일찍 퇴근하셔서 저녁 시간을 같이해 주시니 즐거워요. 그런데 가끔 아빠께서 힘이 없어 보인 적도 있어서 걱정스러웠어요.
아빠! 우리 가족이 모두 모여 큰방에서 함께 잠자는 요일을 만들어 주셔서 좋았어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잠들면 꿈속에서 많은 풀, 나무, 벌레, 꽃들과 친구가 되었어요. 아빠 자연은 어떤 물음을 해도 모든 해답을 준다고 그리고 아낌없이 준다고 엄마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아빠!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것을 아끼고 감사하고, 제가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라는 말씀 잊지 않겠어요 저는 축구가 너무 좋아요. 아빠랑 축구 하러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요
“아빠 사랑해요! 힘내세요.”
1997 11 13 성훈 올림
IMF의 삭풍이 몰아치는 그 해 겨울, 그녀와 아이는 그에게 편지를 띄웠다. 아이는 삼학년이 되어 남자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되어 기분이 새로웠던 일, 거짓말을 제일 싫어하신다는 선생님 말씀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새 학기 각오를 했다.
그는 서울 출장 중에 마련한 붉은 악마 응원 깃발과 축구 선수 호나우도의 포스터를 선물했다. 그녀는 아이들과 어느 날 김치 담기 실습을 했다. 서울의 김치 박물관을 떠올리고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 맛있고 자랑스러운 김치를 세계 여러 나라에 많이 알려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
4월9일 공해로 사라진 우리의 밤하늘을 꿈과 낭만의 밤하늘로 만들자는 과학 교육원의 천체 한마당 축제에 참가했다. 50억 년 전 태양계가 탄생 되었고, 금성을 최초로 본 사람은 갈리레오 라는 책에서 배운 것들을 실제 모형으로 보고 천문영화 감상을 마치니, 과학 교육원의 모든 시설물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충격, 가슴속에 커다란 우주가 출렁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처음으로 보이스카우트 대원이 되어 수품들을 준비하고 캠프와 봉사활동 계획에 가슴 설레어 했다.
4월24일 그녀는 부산일보사 김형석 교수의 독서 지도 강연에 다녀와서 『남아수독 오거서』에 대해 설명하고, 독서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1월26일 중국 5천년 유물을 대표하는 중국문화 대전을 관람했다. 진시왕을 호위하던 8000여 개의 병사와 가마터가 발견되지 않아 세계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는 진대 병마용, 청동기 최고의 걸작 진시황동마차, 전시회를 돌아보며 중국 문화에 흠뻑 빠져들었고, 민간극 경극 공연 관람은 중국을 이해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4학년이 되어 그가 출장중인 서울로 아이는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한국 대표팀과 브라질 대표팀의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정 경화 바이올린 연주회와 루브르 조각전, 발레공연, 특히 축구경기를 많이 관람했다.
여름 방학엔 거문도에서 풍랑을 만났던 끔찍한 그 해 여름을 오래 기억한다.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한 타잔 역시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 가족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았다.
가을 무렵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사설을 공부했다. 어려운 단어는 설명해 주고 시대 배경도 함께 이해시켰다. 컴퓨터와 영어도 꾸준히 익혔다. 이 시기엔 주로 시립 박물관과 김해박물관을 방문하여 우리 문화를 길이 보존하려는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게 했다.
5학년이 되면서 소년 동아일보 기자가 되었다. 3월18일 구포 장터 3·1 만세 운동 재현 식에 참가했다. 신문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3·1 운동의 집결지인 구포 여중으로 갔다. 각 단체별로 모여 1천 여명이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출정식이 열리고 소리 높여 만세 삼창을 했다. 방송사 기자들 틈에 끼여 취재한 기사를 동아일보사 E-MAIL로 보냈다.
3월24일자 어린이 신문에 "다시 한번 외쳐본 대한 독립 만세"라는 제하의 기사가 머리띠를 두르고 태극기를 흔드는 아이의 사진과 함께 실렸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영어는 I&I직독 직해 리딩클럽을 시작했다. 토요일은 도서관 가는 날로 정해 오후에는 도서관에 묻혀서 서로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었다. 도서관에서 먹는 라면을 아이들은 재미있어했다. 키즈 헤럴드를 정기 구독하여 착실히 읽었다.
문화 도시 부산을 위하여 아름다운 부산 가꾸기 캠페인에 참가하여 자원 봉사를 했다. 아름다운 곡선 해변, 해양도시 부산이 자랑 스럽다고 아이는 그 날을 기록했다.
모형 항공기 부산 경남지역 대회에 참가하여 바쁜 5학년을 보냈다. 살아있는 수학 체험 전으로 일상 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수학의 아름다움과 원리들을 실험하는 새로운 경험으로 아이는 마음속의 수학이 쑥쑥 커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부산 일보사의 과학고 외고 학부모 설명회에 다녀왔다. 아이를 위한 또 하나의 길이라면 빠짐없이 체크 해두고 싶은 욕심 이었을 것이다. 씽크빅 우수고객 초청 '자녀 성공 어머니 교실'에서 강의를 들었다. 성공인 클럽, 실패인 클럽 당신과 자녀는 어디에 가입되어 있는가? 김원규 원장의 강의는 그녀를 통해 그대로 아이에게 전해졌다. 겨울 방학 무렵 아이의 신체에 약간의 이상이 생겨 호주 영어 연수가 미루어졌다 전국 영어 경시대회에서 수상한 것으로 마음을 달래었다 버티칼 리미트, 캐스터 어웨이등 영화 관람을 많이했다. 수영과 서예처럼 재미있는 것들을 익혔다.
12월 26일 맑음.
아침에 눈을 뜨니 동생이 소리쳤다.
“오빠,산타 할아바지께서 오셨어.”
어제 머리맡에 우리가 놓아둔 양말에 포장된 선물이 놓여 있었다.
“야호.”
나는 연필 두 다스, 동생은 연필 깍이였다. 산타 할아버지께서 우리 연필깍이가 고장이 난걸 알고 계신 것같다. 우리는 선물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다시 양말에 넣어 두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러면 내년에 선물 못 받는다.”
- THE END -
이날의 일기는 그녀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었다. 가족은 동호 회원과 결연을 맺은 소년의집에서 신년 맞이 잔치에 참석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었다. 알로이시오 축구부 형들이 빚은 찻잔을 선물 받았다.
그 겨울 아이스 링크에서 스케이트를 지치며 즐기고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에 흠뻑 심취해 그의 광기마저도 이해했다.
6학년이 되어 전교 어린이 회장에 출마했다. 학우들이 어려운 일이 있을때는 출동 119회원이 되어 돕겠다고 공략했다. 오히려 유권자들이 도와 주어서 여유롭게 당선 되었다. 아이는 내내 고마움을 잊지못하고 친구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같았다. 그 때 씨네 부산에서 관람한 『천국의 아이들』은 그런 아이의 마음을 더욱 부채질 했다. 그 후 봉사와 나눔으로 보내고 있다. 보훈 병원의 상의 용사를 방문해 말벗이 되어 드리기도 하고 회장으로서 아침 방송을 열심히 해서 학생들의 아침을 상쾌하게 열어 주고 있다. 회장은 모두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야 하는 나눔의 미학을 배우고 있다. 아이의 마음이 훌쩍 커져 양보 할 줄 아는 어린이로 변해 가고 있다.
3
먼저 끊임없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 드린다. 그녀가 교육 현장 수범 사례를 쓰는 것은 특별해서가 아니라 교육의 미래를 열어가는 학부모로서 그녀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아이가 구포 장터에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칠때는, 투철한 국가관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남해 본가에 제사 의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 빠짐없이 참석하여 조상을 모실때는, 효와 예를 다하는 아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전교 회장 선거의 후보로 출마했을 때 처음 그녀는 강하게 반대했다. 리더가 된다는 것, 그것은 엄청난 책임을 동반하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 책임을 소홀히 했을 때 돌아오는 것은 아픈 자책과 아이를 지지했던 친구들의 비판 뿐 일 것이다. 그 같은 대표자로서의 책임, 리더십은 지휘가 아니라 행위라는 도널드 맥가슨의 말을 아이가 깨달을 리 만무하다. 회장이 된 후 그녀는 계속해서 아이에게 겸손과 봉사만을 주문한다.
지금도 그녀는 어느 저명한 경제인의 말을 생각한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할 때마다 가장 아쉬운 게 사람입니다. 사실 국내에서 학교를 갓 졸업한 인력은 그대로 써먹을 수가 없습니다. 시대가 어떤 인재를 요구하는지에 따라 교육의 내용과 질이 달라져야 하는데 …”
우리의 많은 어머니들이 교육열(욕심)로 가득차 있다. 분명한 것은 욕심의 산물로 키운 아이는 모조품이 되고 만다는 생각이다.
그녀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태계와 환경 보전을 배우며 체험 학습으로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을 시킨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녀 가까이에서 빛나는 보석, 아이들을 위해 그녀는 쉬임없이 공부하고 봉사할 것이다. 교육은 학생, 교사, 학부형의 삼각 구도가 자연스러우며 어머니가 활이라면, 자식은 화살이라고 그녀는 믿는다. 어머니가 당기는 활만큼 아이는 멀리 날아간다는 것을 ……
첫댓글 갑자기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문득 나네요.기나긴 삶을 살지만 우리들은 순진과 순수의 차이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또한 지란지교가 생각이 납니다. 더위먹은 성규가...
참 훌륭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