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지구 이외의 행성 가운데서 그 표면이 가장 상세하게 관측이 된 행성입니다. 특히 현재도 화성 표면을 실시간으로 계속 관측 중인 나사의 화성 탐사선 MRO의 High Resolution Imaging Science Experiment (HiRISE) 카메라는 화성의 지형은 물론 계절적 변화까지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화성 표면 지형들을 분석해, 아마도 화성 역시 지구처럼 지난 수백만년간 몇 차례의 빙하기를 겪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화성에 과연 어느 정도까지 빙하가 발달했는지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브라운 대학의 연구자인 제이 딕슨(Jay Dickson)과 그의 동료들은 HiRISE 이미지를 분석해서 화성의 중위도 지역까지 과거 빙하가 발달한 흔적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저널 이카루스(Icarus)에 발표했습니다. 이는 한 때 화성의 상당 부분이 빙하로 덮혀있었다는 과거 연구 결과를 지지하는 것입니다.
(210만년에서 40만년 사이 화성 빙하기 시점의 상상도 An illustration of what Mars might have looked like during an ice age between 2.1 million and 400,000 years ago, when Mars's axial tilt is believed to have been much larger than today. This illustration was prepared for the cover of the December 18 2003 issue of the journal Nature. Credit: NASA/JPL/Brown University)
(현재 화성의 이미지. 지구처럼 북극과 남극 양 극에만 빙하가 존재한다. Credit : NA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 (STScI/AURA))
(화성 표면에서 발견된 걸리 Gully. Martian gullies, old and new Sharp-featured, relatively recent gullies (blue arrows) and degraded older gullies (gold) in the same location on the surface of Mars suggest multiple episodes of liquid water flow, consistent with cyclical climate change on the Red Planet.
Credit: NASA HiRISE )
지질학자들은 화성의 표면에서 빙하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지형을 다수 발견한 바 있습니다. 2003년 브라운 대학의 지질학자 제임스 헤드(James Head)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화성 표면에 얼음으로 뒤덮힌 역사를 지닌 토양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걸리(Gully, 우곡)이라는 지형에 주목했습니다. 연구자들은 화성의 남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479개의 걸리를 발견했는데 이 걸리가 암시하는 것은 여기서 물이 흘렀다는 것입니다.
걸리는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렸을 때 토양이 침식되면서 강처럼 흐르는 것으로 하천과는 달리 비가 올 때나 물이 공급될 때만 형성됩니다. 그런데 화성의 중위도 지역에 어떻게 물이 흘렀을까요? 연구자들에 의하면 화성 중위도 표면에 빙하나 얼음이 있었다고 가정하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빙하가 녹으면 지구에서처럼 걸리 지형을 만들게 되는 것이죠.
화성 표면의 걸리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이 시기가 아마도 200만년에서 40만년전 사이이며, 한 차례가 아니라 여러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걸리가 새로운 걸리에 의해 사라진 흔적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화성에는 주로 극지방에 막대한 양의 빙하가 분포하지만 더 추웠던 빙하기에는 중위도 지방까지 얼음이 형성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구체적인 양은 확실치 않지만 아마 지구보다는 작았겠죠. 하지만 중위도에 다수의 걸리 지형을 만들었다면 이는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라 행성 전체로 일어난 이벤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화성에서도 새로운 하천 같은 걸리 지형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에 의한 것인지 이산화탄소에 의한 것인지 다소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브라운 대학의 연구자들은 과거 빙하기 걸리 지형은 물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빙하 지형과 유사한 특징인 latitude dependent mantle (LDM)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성이 건조한 행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렇게 거대한 빙하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꽤 놀라운 일입니다. 얼마나 큰 빙하가 생겼는지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겠지만, 과학자들은 화성에 빙하기가 생긴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화성은 지구보다 작은데다 달 같은 거대 위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화성의 세차 운동은 지구보다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화성의 축을 고정해줄 거대 위성은 없는데, 다른 천체에서 오는 중력의 영향은 더 크게 받기 때문이죠. 현재 화성은 지구와 거의 비슷하게 공전면에 25도 정도 기울어져 있지만 과거에는 15도에서 35도 사이를 크게 오갔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2000만년 동안 30도 이상 기운적도 몇 번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 화성의 남반구는 더 극적으로 태양고도가 낮아지면서 극도로 추운 상황이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행성이 흰색의 얼음으로 더 많이 뒤덮힘에 따라 알베도가 올라가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반사하기 때문에 화성은 지금보다 더 추운 행성이 되었던 것이죠.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간빙기 쪽에 가까운 화성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화성의 과거사는 꽤 재미있는 일인데, 화성과 지구의 묘한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전축의 변화로 인해서 빙하기와 간빙기가 번갈아 나타나는 행성이 지구뿐이 아니라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01/150128152205.htm
Journal Reference:
- James L. Dickson, James W. Head, Timothy A. Goudge, Lindsay Barbieri. Recent climate cycles on Mars: Stratigraphic relationships between multiple generations of gullies and the latitude dependent mantle. Icarus, 2015; DOI: 10.1016/j.icarus.2014.12.035
[출처] 태양계 이야기 322 - 과거 화성에도 빙하기가 있었다? |작성자 고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