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함(不咸)’은 ‘밝’을 숭상하던 문화권
불함문화론(不咸文化論)은 최남선이 일제의 식민사관에 대항하여 한국 고대문화의 세계사적 위치를 밝히려고 전개한 사론(史論)이다.
당시 제시된 식민사관의 대표적 사례로는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 만선사관(滿鮮史觀), 정체성론(停滯性論) 등이다. 일선동조론은 태고시대 한국과 일본이 같은 혈연집단에 속했음을 논하되, 일본은 부강한 본가(本家)이며 한국은 빈약한 분가(分家)라는 것이다. 만선사관은 한민족의 역사적·문화적 독립성을 부인하고 한반도와 만주를 하나의 역사 단위·문화 단위로 보되, 한반도 지역에서 형성된 정치 권력과 문화는 만주 지방에서 패주한 세력에 의해 형성된 것이며, 한반도는 만주에 종속적 존재임을 주장하는 이론이다.
정체성론은 19세기 후반의 한국 사회가 일본의 12세기에 해당하는 사회상황에 정체되어 있고 스스로의 발전 능력이 상실되어 있음을 말하였다. 이러한 식민사관에 대항하기 위하여 신채호는 일선동조론의 분쇄를 목적으로, 한국 고대사를 연구하였고, 최남선은 단군조선을 비롯한 고대 한국사의 연구에 투신하였다. 최남선은 1925년에 저술한 불함문화론을 통하여 집중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는 식민사학에 의해 왜곡된 한국사를 바로잡기 위하여 동방 문화의 연원을 밝히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동방 문화의 원류로 ‘밝’사상을 주목하였고, 이 사상의 발원지가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태백산(太白山)이며, 단군은 그 중심 인물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밝’의 가장 오랜 자형(字形)인 ‘불함(不咸)’이란 말을 빌려 ‘밝’을 숭상하던 문화권을 불함문화로 규정하고 그 문화권의 중심이 조선임을 말하였다. 즉, 그가 제시한 불함문화는 조선을 중심으로 하여 그 인근지역에 존재하고 있던 ‘밝 사상’을 가진 고대사회의 대문화(大文化)를 뜻한다.
그는 조선이 불함문화권의 중심임을 논증하기 위해 조선의 도처에 분포되어 있는 태백산 · 소백산(小白山) 등 ‘백(白)’자 계열의 지명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백(白)’은 ‘밝’의 대자(對字)로서 태양 · 신 · 하늘을 뜻하는 옛말이며, 태양신을 숭배하던 고대문화를 반영하는 어휘로 판단하였다.
백두산의 최초 이름도 불함산(不咸山)이다. 중국 전국 시기(기원전 475~221년), 서한 시기 초(기원전 206~23년), 동진 16국 시기(317~439년)까지 불함산이라 불렸다. ‘진서통전(晋書通典)’에서는 백두산을 ‘불함산’이라 기록하였다. 전국과 서한 초년의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은 “숙신은 불함산 북쪽에서 살고 있다.”고 했고 또한 “대황 가운데 산이 있는데 산 이름은 불함산이고 숙신국에 있다.”고 하였다. [大荒之中有山(대황지중유산) 名曰不咸(명왈불함) 有肅愼氏之國(유숙신씨지국)]
최남선은 동이족(東夷族)의 거주지에 다수 분포되어 있는 ‘백산(白山)’은 태양신을 제사하던 곳이었으며, 여러 지역에 산재해 있던 이 소신산(小神山) 중 태백산, 즉 백두산이 가장 중심적인 곳임을 논하였다. 또한, 하늘[天]을 의미하는 고어인 Taigar에 주목하여 여기에서 단군의 칭호가 유래된 것으로 파악하였다. 즉, 단군은 ‘천(天)을 대표하는 군사(君師)의 호칭’이며 몽고어에서 배천자(拜天者)를 뜻하는 Tengri의 음사(音寫)로 해석하였고, ‘백산(白山)’은 단군이 유래한 곳이므로 ‘밝’과 Taigar은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최남선은 ‘밝’ 사상의 분포지를 추적하기 위해 한반도 인근지역의 지명분석을 시도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일본의 고대문화도 이 사상을 나타내는 것이며, 중국의 동부 및 북부 일대도 불함문화의 계통에 포함되고, 몽고와 중앙아시아 일대까지도 불함문화와 관계되는 지역으로 설정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일본의 고대문화도 이 사상을 나타내는 것이며, 중국의 동부 및 북부 일대도 불함문화의 계통에 포함되고, 몽고와 중아아시아 일대까지도 불함문화와 관계되는 지역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불함문화의 잔존요소가 오늘날 이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샤머니즘을 통하여 검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 불함문화론을 제시하면서 일본문화에 포함되어 있는 한국문화의 요소를 지적하였고, 중국문화의 형성에 미친 동이문화(東夷文化)의 요소를 밝히고자 하였다. 그는 일본의 식민사관에 대한 정면 도전을 감행하였고, 한반도가 동방 문화의 진정한 중심지로 부각되고 당시 만주를 비롯한 중국의 일부와 조선을 지배하고 있던 일본은 종속적으로 규정하였다.
그의 불함문화론은 한민족의 문화적 독창성과 인류문화에 대한 커다란 기여를 한 이론이었다. 최남선의 불함문화론은 조선 왕조가 전통적으로 견지해 오던 중국 중심의 역사 이해에 대한 부정을 의미한다.
♣'밝'의 'ㅏ'는 '아래 아' 자이나 이 화면에는 타자되지 않기에 부득이 '밝'으로 표기합니다.
첫댓글 저는 유럽 여행을 하다가 불가리아라는 나라도 옛날에 '탕구르(단군)' 신을 모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북방 유목민족들은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밝'은 '박달','배달' 등으로 발전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혈통 즉 유전자 조사를 해보면 우리 민족이 동남아 및 중국 동쪽 해변에 사는 사람들과 가장 공통인자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책 이름을 잊어버려서 좀 난감합니다만... 그래서 저는 아주 고대 시기에 남방계 사람들이 미리 한반도에 들어왔다는 생각을 했고, 그 다음 북방계 유목민족이 한반도로 들어와서 지배 계층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