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장관이 제시한 “한미동맹 강화와 자주국방의 병행 발전”은 한국 정부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안보 담론이다. 그러나 이 노선은 구조적으로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1.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은 본질적으로 긴장 관계에 있다
자주국방이란 국가 방위의 핵심 결정권과 작전권, 군사전략 수립권을 스스로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현재의 한미동맹 체제는 한국군의 전략과 전력 건설이 상당 부분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종속되어 있다.
특히 한미연합사 체계 유지,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 확장억제 의존, 미군의 정보·정찰 자산 의존, 미국의 무기체계와 상호운용성 중심 전력 건설 등은 한국군의 독자적 군사전략 수립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동맹 강화와 자주국방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정책 방향은 정치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상호 충돌한다.
2. 한국형 3축 체계 역시 미국 의존성이 높다
안 장관은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를 강조했다. 3축 체계는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실제 운용에서는 미국의 군사위성, 조기경보체계, 글로벌 정찰자산, 미사일 탐지체계 지원 없이는 완전한 독자 운용이 어렵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명칭은 “한국형”이지만 실제로는 한미 통합작전 체계 속에서 기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3.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의 구조적 한계
미국 측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추진에 우호적 입장을 보인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실제 도입은 매우 복잡한 문제다.
첫째, 미국 승인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은 1974년 체결된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체제와 2015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 아래 있다.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하는 미국식 원잠 기술을 확보하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현재 미국은 영국, 호주 외에는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사실상 이전하지 않고 있다.
둘째, 작전 통제 문제가 남는다. 설령 원잠을 건조하더라도 목표 설정, 정보 획득, 연합작전 수행 과정에서 미국 의존 구조가 유지된다면 전략적 자율성은 제한적이다. 결국 원잠 보유 자체가 곧 자주국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이용될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원잠 보유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대북 대응 때문이 아니다. 원잠은 동중국해, 남중국해, 서태평양작전 수행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
따라서 한국 원잠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결합될 경우, 한국 안보보다 미국의 대중국 해양전략에 이용될 것이다.
4. 전작권 전환의 형식성 문제
안 장관은 전작권 전환 추진을 성과로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전작권 전환은 완전한 군사주권 회복이라 보기 어렵다. 전환 이후에도 연합사는 유지된다.
현재 논의되는 전작권 전환은 한미연합사 해체가 아니라 미래연합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 맡을 수 있지만, 부사령관은 미군 대장, 핵심 참모 체계 유지, 연합작전 구조 유지가 기본 전제다. 따라서 작전권의 형식적 주체만 한국군으로 바뀌고 실질적 연합지휘 구조는 상당 부분 유지될 것이다.
미국 증원군 통제권 문제도 있다. 전쟁 발생 시 주한미군, 일본 및 괌 증원군, 미 전략자산 운용은 여전히 미국이 결정한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하더라도 전쟁 수행의 핵심 요소는 미국이 통제하게 된다.
확장억제 의존성도 남는다. 현재 한국 안보정책의 핵심은 미국 핵우산이다. 확장억제 체제가 유지되는 한, 핵전략, 핵사용 결정, 전략자산 운용은 미국이 독점한다. 결국 군사주권의 핵심 영역은 여전히 미국의 영향권 안에 남게 된다.
5. 근본적 한계
안규백 장관의 “동맹 강화와 자주국방 병행”은 보수든 민주든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노선일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자주국방을 말하면서 미국 확장억제 의존을 확대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지만 연합지휘체계는 유지된다. 원잠 도입을 추진하지만 핵심 기술과 운용은 미국 승인에 의존한다. 한국군 전력 증강이 독자 방위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종속된다. 한미동맹이 심화될수록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 공간은 제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전작권 전환과 원잠 도입은 “주권 회복”이라기보다 “동맹 체제 내 역할 확대”이다. 한국군의 능력은 강화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완전한 의미의 자주국방이나 군사주권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주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미국의 보다 강화된 앞잡이, 미국의 보다 예리한 ‘단검‘으로 귀결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