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가세, '김건희 특검' 급물살…민주 "3월 중 '쌍특검' 처리"
[시민언론민들레]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2023.03.07 15:28
'검찰 수사 우선론' 강조하던 정의당 노선 급선회
"대검 항의 방문했으나 쪼그라든 '용산지검' 확인"
당원들 심각한 내부 반발, 탈당 사태 영향받은 듯
민주, 김건희 특검 국회 패스트트랙 추진에 동력
"윤석열 검사들, 김건희 사건에 모조리 면죄부 줘"
"더 미룰 시간 없다"…수사 대상 등 합의가 관건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6일 오후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호정, 강은미, 심상정 의원, 이 원내대표, 장혜영, 배진교 의원. 2023.3.6. 연합뉴스
정의당이 7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특검) 임명 법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검찰 수사 우선론'을 강조하며 특검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정의당이 노선을 급선회하면서 민주당 의석만으론 난망했던 '김건희 특검'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정의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원포인트로 한 김건희 특검법 발의에 착수하겠다"며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더는 검찰에 맡겨둘 수 없다. 정의당은 정의당의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원내대표와 심상정·장혜영·류호정·배진교·강은미 등 정의당 의원단은 전날 대검찰청을 방문해 김건희 씨에 대한 즉각적인 소환조사 및 조사 계획 공개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세 번의 참을 인(忍) 가운데 마지막 기회'라며 '최후통첩'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확인한 정의당은 특검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촉구하려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으나 그 자리에서 확인한 것은 살아있는 검찰이 아닌 '용산지검'으로 쪼그라든 죽은 검찰이었다"며 "검찰은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50억 클럽' 비리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검법은 이미 발의한 상태이지만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민주당 측의 거듭된 동참 요청에도 유보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이 구속기소 되고도 1년 3개월이 지나 첫 판결이 나올 때까지 김건희 씨 소환조사를 단 한 차례로 하지 않은 검찰이 갑자기 적극성을 보일 리 만무했는데도 정의당은 검찰 수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물론 정의당 당원들의 내부 반발도 심상치 않았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찬성 문제와 맞물려 탈당 사태까지 벌어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층의 80% 이상이 김건희 특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의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김건희‧곽상도를 수사하는 검찰과 법무부를 신뢰하는 시민은 윤석열 지지자뿐" 등의 항의 글이 이어졌다. 정의당 지도부도 이 같은 당원들 기류와 다수 여론에 영향을 받아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장혜영·류호정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정의당은 조만간 특검법안을 발의하고 민주당과 협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는 방안도 동력을 얻게 됐다.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면 본회의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민주당 의석만으로 단독 처리가 불가능했으나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들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가세하고 여기에 정의당 6석까지 합류하면 가능해진다.
다만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과 추진 방식을 두고 정의당과 민주당의 각론이 달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의혹은 물론 허위 경력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까지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의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만 '원포인트'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진행 방식도 민주당은 '50억 클럽 특검'과 함께 3월 국회 중에 패스트트랙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나, 정의당은 법사위에서 통상적인 절차를 거쳐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설득해 여야 합의 처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 다 민주당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들이다. 정의당이 뒤늦게나마 김건희 특검에 시동을 걸기는 했으나 여전히 소극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야권 연대가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민주당이 한발 물러나 타협안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쌍특검' 법안 처리에 대해 "정의당과 가급적 협의해 오는 23일이나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정의당이 오늘 김건희 특검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가급적 정의당과 협의해 단일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처리에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이견이 있던 특별검사 후보는 정의당이 국민께서 충분히 동의할만한 추천 방안을 제시하면 민주당은 기꺼이 수용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50억 클럽) 특검법 추진 절차도 우선 여야 합의로 법사위에서 심의·의결될 수 있기를 바라고 강력히 촉구해가겠다"며 "하지만 집권여당이 다수 국민들의 특검 요구에도 불구하고 끝내 거부한다면 국회법 절차에 따른 본회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정의당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어제도 검찰은 김건희 여사 소유의 고급 아파트를 둘러싸고 제기된 '뇌물성 전세권 설정' 의혹과 관련한 고발 건을 무혐의 처분했다"면서 "윤석열 검사들이 김건희 여사 사건이라면 소환조사 한번 없이 모조리 면죄부 주기에 급급한 만큼 더는 미룰 시간도 없다"고 신속한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코바나컨텐츠 대가성 협찬 무혐의 처분은 법조계 내에서도 논란이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자 코바나 협찬도 늘어났다. 수사 중인 기업 다수가 포함됐고, 그중 일부는 무혐의 처분까지 받았다"며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뇌물죄 성립 요건인 직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기가 더 힘들다'고 지적할 정도"라고 말해 이들 의혹을 다 포괄하는 김건희 특검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