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9주일 / 나눔의 실천 / 장경원 신부
비오는 날 우리 동네에서 우연히 본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은 비오는 날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깔깔대고 재잘대며 지나갑니다.
그리고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다가옵니다.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우산은 달랑 1개,
미쳐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친구들이 우산을 가져온 친구의 우산을 함께 쓰고 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우산은
아이들 모두에게 비를 가려주기에는 너무 작습니다. 아이들의 머리와 옷은 이미 젖어 있고, 바지는 친구의 걸음에
튀긴 흙물로 얼룩덜룩 무늬가 져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즐겁습니다.
우산 주인인 듯 우산대를 붙잡고 있는 아이의 마음도 넉넉해 보입니다. 1개의 우산이지만,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을
수 있고, 또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을 기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산을 이리저리 돌리는 장난을 치며 우르르
몰려가는 아이들 뒤로 또 한 아이가 뛰어옵니다. 그러자 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자리를 비켜줍니다. 함께 가는
우산 속의 아이들.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지금 저 아이들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고통의 비 속에서, 가난의 비 속에서, 외로움의 비 속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쓰고 갈 수 있는 우산이
나에게 있는데, 혹시 나는 내가 젖을까 두려워 작은 자리를 나누어 함께 쓰고 가기를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님을 믿고 따르기를 맹세한 그리스도 신자인 우리들은 지금 얼마나 넉넉한 마음으로 우리의 삶 안에 만들어가라고
주신 주님의 계명인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사랑이란 바위 위에 지어져야 할 믿음의 집이 나의 허영과 욕심과 사치와 이기심으로 인해 모래 위에 지어놓고서는
그래도 ‘주님을 믿습니다, 주님을 믿습니다.’라고 말만 되풀이하는 말뿐인 믿음 속에 정체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느님의 이름을 사랑이라고 하듯이 그분의 아들딸인 우리들 역시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리워야 하지 않을까요?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아들 딸인 우리의 아름다운 나눔이 시작되고 실천되어서, 예수님이 그러하셨듯
우리들 모두가 십자가와 사랑이라는 바위 위에 든든한 집을 짓는 참 신앙인이 되도록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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