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강진에 멈춰선 TSMC
'핵심라인 복구율 80% 넘어'
손상된 웨이퍼 4천억원 전망
수율 정상화까지는 시간 걸려
D램가격은 강진후 소폭 올라
디스플레이 업체도 생산차질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25년 만의 강진으로 가동을 일시 중단했던 공장들에 일부 설비를
복구하고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핵심 설비 복구율이 8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측은 이르면 4일 조업을 부문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통상 반도체 공장 특성상 조업을 재개하더라도 수율(양품 비율)을 평상시 수준으로 끌어올려 정상적 생산이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TSMC의 사태가 공급망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TSMC는 지난 3일 오전 대만 동부 화렌현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7.2 강진으로 반나절가량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TSMC에 따르면 당시 이 회사가 운영 중인 대만 북부 신주과학단지 공장에서 최대 규모 5, 중부 타이중과학단지와
남부 타이난과학단지에서도 규모 4의 지진이 감지됐다.
이날 밤 TSMC는 성명을 내고 '모든 직원들은 무사하며 작업장으로 복구했다'면서 '초기 점검 결과 현장은 정상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추가 점검을 거쳐 운영 중단 24시간 내로 조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SMC에 따르면 전체 공장(팹)의 설비 복구율은 지진 발생 후 10시간 만에 70%를 넘어섰다.
특히 타이난에 있는 3~5nm(나노메타)급 선단공정이 적용된 '팹18'의 경우 복구율이 80% 이상을 달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TSMC는 '일부 설비에서 장비가 손상돼 공장 운영에 부분적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모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포함한 핵심 장비에는 손상이없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TSMC의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도 성명을 내고 '제조 파트너들과 협의한 결과 대만 지진은 반도체 공급에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TSMC 외에도 대만 2위 파운드리업체 UMC를 비롯해 파워칩, 이노룩스 등
다른 대만 반도체 회사들도 지진 직후 일부 생산 라인을 멈춰 세웠지만, 현재 복구를 진행 중이다.
UMC 측은 '일부 미완성 웨이퍼가 손상됐으나 웨이퍼 생산과 출하가 복구되고 있어 재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이처럼 지진 여파에 대해 '큰 문제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는 지진 발생에 따른 영향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섬세하고 복잡한 반도체 공정은 일단 중단된 이후 재가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웨이퍼는작은 진동에도 매우 민감하고 웨이퍼가 투입되면 2~3개월 이상 연속 공정이 이어져야 하는 만큼 생산 라인이 멈췄다면
당시 제조 중이었던 일부 제품은 폐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재가동을 통해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생산 라인이 멈춰서면 완전한 정상 생산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두어 달 걸린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TSMC의 경우 피해 정도가 아직 확실치 않아 정상화까지 걸리는 시간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파운드리가 선주문을 받기 때문에 라인 가동이 중단되면 납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웨이퍼 등의 손실 정도가 TSMC 실적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 등을 통해 손실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지진으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견적 제공이 중단되면서 햔물 가격은 소폭 상승하고 있다.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D램 생산능력이 대만에 집중된 미국 마이크론이 고객들에게 D램 (DDR4, DDR5, HBM) 등의
견적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만 내 생산설비가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D램 견적 제공을 중단했다.
과거 대만 강진 사례로 볼 때 이번 조업 중단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도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2020년 12월 10일 대만 동부 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6.7 지진이 발생할 당시에도
D램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집중된 중북부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대만 현지 매체가 추산한 이번 지진의 반도체 산업 피해 규모는 약 4000억원에 달한다.
4일 대만 경제일보는 '시장 추정에 따르면 대만의 7개 주요 반도체 웨이퍼 공장에서 강진의 영향을 받아 손상된
웨이퍼 가치는 100억대만달러(약 4208억원)를 초과한다'고 보도했다.
트랜드포스는 이번 지진으로 반도체보다 대만의 3대 디스플레이 페널 제조사인 이노룩스, AUO, 차이징 등의
생산 공장에 최소 1~2일간 영향을 주면서 패널 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안갑성.오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