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4년 단임제에서 연임제로 변경하는 종헌 제41조 개정 추진
원융회 등 "단임제 유지해야… 과거 분규 아픔 되풀이 말라" 강력 반발
법규위 "종도 의견 수렴한 정상적 입법 절차" 맞서
[배석환 기자]=한국불교태고종이 총무원장의 임기를 현행 4년 단임제에서 연임제로 변경하는 종헌 개정을 다시 추진하면서, 종단 내부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도 유사한 연임제 개정안이 추진되었으나 중앙종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어, 이번 재추진을 두고 종도와 신도들 사이에서는 과거 종단 분규의 상처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깊은 우려가 나온다.
한국불교태고종 원융회와 연임에 반대하는 종도 일동은 2026년 8월 31일 오후 2시 충남 천안시 천왕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태고종이 1950년대부터 겪어온 격동과 분규의 아픔을 언급하며, 피와 눈물로 일군 종단의 민주적 가치와 화합을 지키기 위해 특정 지도자의 장기 집권보다는 세대교체와 새로운 지도자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직 지도부 중심의 제도 변경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공론화 과정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대 측은 종단의 최고 규범인 종헌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종도 전체의 뜻이 충실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 종단이 겪었던 수많은 분규와 내홍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때, 최고 지도자의 임기 문제는 종단 화합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더욱 신중하고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특정 지도자의 연속 집권 여부에 종단의 역량을 소모하기보다는 종단의 장기적인 미래와 차세대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이번 개정을 다루는 한국불교태고종 법규위원회 측은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법규위원회는 앞선 8월 24일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안이 종도발안제에 따라 각 교구의 의견을 수렴해 성안된 초안이며, 정상적인 입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무 행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중장기 정책을 지속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제도 개편이 검토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반대 측은 연임제 도입의 객관적 필요성이 여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현행 4년 단임제로 인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정 공백이나 재정적 손실이 발생했는지, 혹은 어떤 핵심 종단 사업이 중단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와 객관적 근거 없이, 단순히 정책 연속성만을 명분으로 최고 규범을 개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다.
원융회 측은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지도자 개인의 임기를 늘리는 것 외에도 다양한 행정적 대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단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체계화하고 계속사업을 제도화하는 것은 물론, 의무적인 인수인계 규정을 확립하고 전문 종무원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정책의 영속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태고종은 오는 9월 1일 중앙종회 법사분과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 9월 16일 중앙종회 본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을 최종 다룰 예정이다.
이번 심의 과정이 종단의 제도적 안정을 가져올지, 아니면 또 다른 내부 갈등의 도화선이 될지 종단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