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할 일이 없으면 심심하다.
심심하면 시간도 잘 가지 않는다.
심심할 땐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으라고 한다.
빈대떡도 재료가 있어야 하고 부지런해야 할 수 있다.
보다가 덮어둔 책갈피를 열었다.
종유록 제60칙이다.
'철마 암소'가 나온다. 여기 나온 암소는 철마면에서 파는 한우 암소갈비가 아니다.
늙은 암소라는데 한번 보자.
(시중)
콧날이 우뚝하여 제각기 장부의 행색을 갖추었으며 발꿈치가 튼실하니 즐거이 노파선을 배운다.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공안을 투철히 알아야 비로소 본분 작가의 수단을 바르게 본다. 자, 말해보라. 누가 그 사람인가?
(원문 생략)
(본칙)
유철마가 위산에 이르렀다. 위산이 말했다. "늙은 암소가 왔네." 유철마가 말했다.
"내일 대산에서 큰 재가 있습니다. 화상께서도 가시겠습니까?" 위산이 벌러덩 드러누웠다. 유철마는 바로 나가버렸다.
(원문생략)
(송)
백 번의 싸움, 성공하여 오래도록 태평하다.
느긋하고 편안한데 누가 수고로이 장단을 따질까?
옥편금마, 종일 한가롭고
명월청품, 일생을 즐기네.
(원문생략)
(해설)
시중에서 위산과 철마를 장부로 비유했다. 만송은, 그들은 장부의 상으로서 코가 높고 크다고 하였고 오랜 수행을 쌓고 단련하여 노파선을 세우기도 한다고 전한다. "무파비의ㅣ기관"이란 말후의 뇌관을 말한다. 즉 깨달음의 지혜라고 해도 거기에 절대 의존하지 않는 마지막 기관이다.이를 꿰뚫어야 비로소 명인의 수단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잘, 말해보라. 누가 그 사람인가를.
늙은 비구니 유철마는 십 리쯤 떨어진 스승 위산의 처소를 방문했다. 위산은 "늙은 암소가 왔네."라며 반갑게 맞는다. 유철마가 도착하자마자 위산이 먼저 기선을 잡았다. 철마는 위산의 전의를 보고 말하기를, "내일 대산에서 큰 재가 열린다고 하는데 화상도 그곳에 가시겠습니까?"라고 평범하게 말했다. 여기서 큰 재는 무차대회를 뜻한다. 그러자 위산은 온다 간다 말하지 않고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러지 철마는 바로 가버렸다. 이것이 공안이다.
위산의 처소는 호남성에 있고 대산은 산서성에 있다. 그 먼 곳에 위산화상이 갈 리가 없다. 그러나 철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물으니 위산은 앉은 자리에서 누워버린 것이다. 가고 옴이 없는 이 자리가 그대로 대회재가 열린 자리임을 보인 것이다. 불거불래의 이 자리, 진여자성의 자리에 여여히 있는데 오고 가고 할 게 있는가를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이를 알아본 철마 역시 말없이 되돌아감으로써 위산에게 응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