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오 파리아스(40)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가 2007년 시즌 K리그 정상에 섰다. 파리아스 감독은 좌우 윙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바탕으로 한 3-4-1-2 포메이션으로 포항의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팀들이 부쩍 늘어난 올시즌 K리그에서 포항의 전술이 돋보인다.
"사실은 포백을 더 선호한다"고 밝힌 파리아스 감독은 "포메이션은 감독의 생각보다는 선수들의 특성에 맞게 운용해야 한다. 스리백을 쓴 이유는 포항 선수들이 포백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축구 역사를 바꾼 포메이션
선수 특성에 맞는 전형을 성공적으로 운용했을 때 팀 전력은 최고조에 오른다. 근대축구가 태동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세계축구에 널리 퍼졌던 전술은 스리백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W-M 포메이션이었다. 3-2-2-3 포메이션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아스날이 1925년 처음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 W-M 시스템은 공격과 수비수를 5대5의 비율로 맞춰 당시 개정된 오프사이드 규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했던 전법이다.
이 포메이션은 1950년대까지 30여 년 동안 전성기를 누렸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킨 헝가리대표팀도 W-M 전형을 썼다. 3-2-2-3 포메이션은 1958년 스웨덴월드컵을 고비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W-M에 이어 떠오른 전형이 브라질 대표팀의 4-2-4 포메이션과 이탈리아의 '카데나치오(빗장수비)'다.
1950년대 초반 브라질 플라멩고에서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4-2-4 포메이션은 미드필드보다는 공격과 수비를 강조한 전형이다. 브라질은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 '축구 황제' 펠레를 앞세운 4-2-4 전형으로 우승컵을 안았다.
1962년 칠레월드컵에서는 4-2-4를 변형한 4-3-3으로 또 다시 정상에 섰다. 브라질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4-2-4의 변형인 4-2-2-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카데나치오는 1950~60년대 이탈리아 출신 엘레니오 에레라 감독이 인터 밀란, FC 바르셀로나 등에서 활용하며 널리 보급됐다. 카데나치오는 W-M 전형에서 중앙 수비수의 수적인 부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낸 전법이다.
스위퍼가 수비라인 최후방에 서고 나머지 수비수들은 상대 공격수를 1대1로 막거나 지역방어를 펼친다. 카데나치오는 '악마의 포메이션'으로도 불린다. 쉽게 골이 터지지 않아 축구를 지루하기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빗장수비의 대중화에 기여했던 에레라는 카데나치오가 꼭 수비적인 전술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초 카데나치오는 수비수의 공격 가담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전세계로 퍼지면서 수비수의 수비 역할만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잉글랜드는 브라질이 썼던 4-2-4 전형의 측면 공격수를 끌어내린 4-4-2 포메이션을 대중화했다. 네덜란드는 강인한 체력이 필요한 '토털사커'를 전세계로 퍼뜨렸다.
그러나 토털사커는 혁명적인 전법이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현대축구의 모델이 됐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1984년 유럽축구의 강호로 떠오른 프랑스의 미셸 히달고 감독은 4-4-2를 변형해 3-4-3 포메이션을 운용했다. 4-4-2의 투톱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3명의 수비수를 포진했고 미드필드를 두껍게 세워 이들의 폭넓은 움직임을 이끌어냈다.
중원을 강화한 3-4-3은 이후 1986년 월드컵 우승팀 아르헨티나의 3-5-2 포메이션으로 변형돼 발전했다.
포항의 3-4-1-2 포메이션
그렇다면 현대축구에서 포메이션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적지 않은 축구 전문가들은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포메이션으로 팀 전력과 특성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특히 과거의 전형과 비교해서는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축구의 전술은 이전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포메이션의 특성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팀 특성에 맞게 바꾸고 효과적으로 정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여러 스타일의 요소를 빌려온 혼합형 전법이 현대축구에서 사용되고 있다. 영국의 축구칼럼니스트 사이먼 쿠퍼는 포메이션 만큼 중요한 축구 스타일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대축구는 같은 포메이션을 쓰더라도 긴 패스 위주의 팀이 있고 짧은 패스 중심의 팀이 있다. 압박의 형태와 위치가 팀마다 다르다. 또한 수비에선 지역방어와 대인방어를 쓰는 등 팀마다 제각각"이라고 설명했다.
올시즌 K리그에서는 스리백과 포백을 함께 쓰는 팀이 부쩍 늘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알맞은 전략을 짜기 위해서다.
대한축구협회 하재훈(42) 기술부장은 스리백과 포백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리백은 측면 공간을 내주는 문제점이 있다. 같은 스리백이라도 여러 스타일이 있지만 대부분 윙백의 공격 가담이 많고 대인 방어를 하기 때문에 측면 쪽에 공간이 생긴다. 포백은 뒷공간을 내주는 단점이 있다. 포백 또한 여러 스타일이 있지만 대부분 상대 선수를 막기보다는 공과 공간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엇박자가 나면 실점 위기를 맞게 된다. 두 전술을 모두 쓰는 팀은 경기 중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바꿀 때 큰 위기를 맞는다. 포백은 집중력이 생명인데 체력이 떨어질 시점에 포백으로 바꾸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리백과 포백을 모두 성공적으로 운용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부장은 "어린 선수들은 단 한 가지라도 전술 이해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반대로 성인 선수는 상대에 따라 다양한 작전을 쓸 수 있도록 스리백과 포백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지도자는 스리백과 포백의 훈련에 앞서 선수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스리백과 포백을 모두 쓰겠다는 얘기는 선수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이 2007년 시즌 K리그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비형 미드필더 황지수(26)가 상대 핵심 선수의 공격력을 무력화했다.
이어지는 상대의 산발적인 공격은 제공력이 빛나는 황재원(26)을 비롯한 스리백이 막았고 측면의 허점은 좌우 윙백들의 효과적인 수비 가담으로 메웠다.
포항은 능숙한 커버플레이를 펼쳤고 빠른 방향 전환으로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박원재(23)와 최효진(24)의 좌우 침투로 상대 수비가 넓게 퍼지면 중앙에서 김기동(35)과 따바레즈(24)의 주고 받는 논스톱 패스가 위력을 더했다. 3-4-1-2 전형의 포항은 시즌 막판 전술 완성도를 높이며 2007년 K리그 정상에 설 수 있었다.
K리그 한 클럽의 관계자는 "포항과 수원의 플레이오프에서 수원 양상민은 팀 전술에 따라 90분 동안 포지션을 세 번이나 바꿨다. 양상민은 포항을 상대로 왼쪽 수비수와 중앙 수비수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반면 포항은 3-4-1-2 포메이션을 유지한 채 효과적인 공격을 펼쳤다. 결과는 포항의 승리였다. 여러 전술을 효과적으로 쓰려면 경기가 왜 안 풀리는지 정확한 분석을 한 뒤 전형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포메이션에 대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댓글 훌륭한 윙어를 지녔다면 매력을 느낄 쓰리빽,,,
잘하는 수미도 필요 ㅎ
수원이 경기중에 3백과 4백을 넘나들며 포메이션바꾸는걸로 재미를 본적이 많았기때문에...하지만 포항에겐 먹히지않았던것이고.. 내년엔 차붐이 갈고닦아 다른팀들을 농락할수있음 좋겠군요
백4와 백3 혼용은 간단히 말해 백4를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일 뿐..
이말은 마치 4백이 3백보다 우수하다고들리네요. 전술상의차이일뿐 우열을 가릴수없는게 포매이션입니다. 만약님말대로 4백이 우수하다면 3백을쓰는포항이 PO 5경기동안 3점만을내주는 안정된수비를펼치며 상대팀들을압도햇을까요
최자와 개코// 백4 제대로 소화하는 선수가 없다는 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
풀백과 센터백 자원이 백4 쓰기엔 한국 선수들이 유소년부터 훈련이 잘 안되어 있는 것도 있고, 세계적 추세가 백4로 좀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반해, 수비와 공격 모두에 재능있는 풀백도 부족한 것도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