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1주일 전, 여론조사와 경선의 상관관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일이 꼭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행 선거법 상 원래는 공직선거에서 선거일 일주일 전에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되어 있으나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공직인지에 대한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아직 없다. 그러므로 한나라당 자체에서 각 언론기관에 여론조사 공표금지 요청을 하지 않는 한 언론사들은 연론조사를 공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같은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또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엄청난 파급을 불러 일으키게 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즉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이 사실상 한나라당 후보를 결정해버리는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즉 현재 발표되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의 신뢰도는 95%에 오차범위는 +-3.5% 정도다. 따라서 최대오차가 7%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승리한 측의 오차가 +3.5%이고 패배한 측의 오차는 -3.5%였을 경우 승리한 측은 자신이 얻은 수치보다 3.5%의 수치가 더해진 것이며 상대는 3.5%를 손해본다. 이 차이가 7%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7%는 고스란히 표로 환산된다.
한나라당 국민경선 여론조사 반영치는 전체 선거인단의 20%이다. 따라서 전체 선거인단 표가 23만4백26표이므로 여론조사 반영치 20%는 46,085표이며, 여기에 한나라당 경선 총 투표율이 65%였을 경우 29,955표로서 이 중 여론조사 상 인정되는 최대 허용오차 7%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표가 무려 2096표나 된다. 결국 약 2,000표 정도가 '오차'라는 수학용어 하나로 상대에게 갔을 경우 어떤 후보도 용납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 이번 한나라당 경선 규정이라는 말이다.
만약 직접 투표자 득표치에서 양 강 후보 중 특정후보가 매우 미세한 차이로 특정 후보가 이겼으나 여론조사 수치로 당락이 뒤바뀌기라도 한다면 이를 어떤 후보가 용납하겠는가? 이 때문에 지금 한나라당 경선은 사실상 여론조사 경선이 되고 있으며 각 캠프는 시시각각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 수치에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면 확실하다.
여론조사 경선 1주일 전 발표 안 돼.
그리고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이번 경선에서 여론조사 기관이 예측하지 않은 개표결과가 나온다면 지금까지 특정후보 우위를 계속 발표했던 여론조사 기관들은 지난 선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래서 이 같은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계속 특정 후보 우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 실제 투표에서 밴드웨곤 효과를 얻으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인 것이다.
그런데 또 그렇게 된다면 이 후 한나라당 사정은 한 치 앞을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내홍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다. 즉 패배한 후보 측에서 이에 대한 소송도 불사하는 법정 다툼과 함께 상대 후보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고 투표결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이 가열차게 전개될 경우 한나라당은 정작 본선인 대통령선거에서는 선거운동 다운 선거운동조차 할 수 없도록 심각한 당론 분열 사태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 빅2 후보인 이명박-박근혜 양측 모두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이 제시한 여론조사 질문 항목에 대해 명시적으로 승락하지 않고 있다. 특히 박 후보 측은 지지도 조사와 선호도 조사의 차이만으로도 평균 2~3%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거의 전 여론조사 기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나라당, 분란이 예견된 여론조사 밀어 부치면?
그런데 박관용 위원장이 제시한 설문 내용은 박 후보 측에게는 선호도 조사보다 더 불리한 적합도 조사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박 후보 측은 더욱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 설문 항목을 밀어부칠 것 같다.
하지만 이는 한나라당이 정말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든 형국이다. 만약 박 후보 측이 승복하지 않은 항목으로 여론조사를 강행, 그 수치를 표로 환산하여 당락을 결정했을 경우, 이 여론조사 항목을 승락하지 않은 후보 측은 당연히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효 선언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바로 '후보자 당선 무효소송'으로 연결될 것이다. 더욱 당 선관위의 당선자 발표가 있기 전에 '당선자 발표 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될 수 있다. 이 사안은 결국 매우 심각한 법정 타툼으로 연결될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당 선관위가 이대로 여론조사를 밀어부쳐서는 안 된다.
이번 경선, 한나라당 후보만 뽑는 것이 아니다
한편, 이번 한나라당 경선은 또 한나라당 후보만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나라의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심판까지 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명박 후보의 리드를 조사결과 내용으로 밝혀 온 이들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측이 빗나갔을 경우 여론조사 기관들이 입는 타격을 그 상상을 초월하여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신빙성은 입증받을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그러한 사례가 상당수 있었음에도 이 같은 내용들이 여론화 되지 않았던 것은 당시 선거의 당락자가 여론조사 결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여론조사 수치가 그 당락을 결정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하지만 반대로 아직도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층이 평균 15%가 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들의 움직임이 사실상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선거일 일주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된다면 지금까지 이명박 후보의 여론조사상 우위를 계속 밝혀온 이들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로서는 만약 실제 선거에서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박 근혜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언론사나 여론조사 기관들의 공신력은 대단한 타격을 입겠지만 이들로서도 변명의 여지는 생긴다.
여론조사 예측이 틀린 사례들
그같은 예는 그리고 지금까지 매우 여러번 상존했다. 그 결과는 아래의 표와 같다.
2004년 4.15 총선 2주전 여론조사 결과
▲서울 종로 - KBS : 김홍신(열린우리당) 37.5%, 박진(한나라당) 28.7%, 정흥진(민주당) 7.6%. 당선자 : 한나라당 박진
▲용산 - KBS : 김진애(열린우리당) 42.7%, 진영(한나라당) 24.0%, 정연욱(민노당) 6.2%, -조선일보:김진애 38.5%. 진영 24.7%). 당선자 : 한나라당 진영
▲동대문을 - KBS : 허인회(열린우리당) 47.0%, 홍준표(한나라당) 20.8%, 유덕렬(민주당) 7.1%. -조선일보: 허인회 40.8%, 홍준표 후보 25.2%. 당선자 : 한나라당 홍준표
▲은평을 -KBS : 송미화(열린우리당) 36.7%, 이재오(한나라당) 27.7%, 이성일(민주당) 2.7%. 당선자 : 한나라당 이재오
▲서대문을 - KBS: 박상철(열린우리당) 41.3%, 정두언(한나라당) 27.2%. 이상훈(민노당) 4.8%, 안완길(민주당) 2.4%. -조선일보: 박상철 36.1%, 정두언 23%. 당선자 : 한나라당 정두언
▲강남을 - KBS: 이환식(열린우리당) 30.6%, 공성진(한나라당) 24..6%, 박정일(민주당) 4.0%. 당선자 : 한나라당 공성진
▲강동갑 - KBS: 이부영(열린우리당) 47.5%, 김충환(한나라당) 29.5%, 박치웅(민노당) 3.4%. -조선일보: 이부영 44%, 김충환 31.6%. 당선자 : 한나라당 김충환
▲영등포갑 - KBS: 김명섭(열린우리당) 36.3%, 고진화(한나라당) 20.1%. 당선자 : 한나라당 고진화
▲영등포을 -KBS : 김종구(열린우리당) 38.9%, 권영세(한나라당) 22.7%, 박금자(민주당) 6.9%. -조선일보: 김종구 31.9%, 권영세 28.3%. 당선자 : 한나라당 권영세
▲송파을 - KBS: 김영술(열린우리당) 39.4%, 박계동(한나라당) 22.6%. 당선자 : 한나라당 박계동
2006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대전광역시장
선거일주일 전 5/23 열린우리당 염홍철 43.2 한나라당 박성효 27.0
선거당일 5/31 결과 열린우리당 염홍철 40.3% 득표 한나라당 박성효 43.5% 득표 당선저 : 한나라당 박성효 (선거 일주일 전 지지율 16.2% 차이 극복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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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역전 가능성 예측은 상당한 신빙성
위의 표에서 보듯 선거 종반 판세에 따라 지지율은 완벽하게 역전될 수 있다. 그리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사회연구소(KSOI)의 김헌태 소장도 "박근혜가 역전한다." 는 예측치를 내어 놓았다.
김 소장은 이를 "박 후보에게 적극 투표층이 더 많아 현재의 지지율은 사실상 2~3%차의 박빙"이라며 투표 조건이 박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것을 낙관론의 근거로 삼았다. 또 “국민경선에선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호남보다는 영남이, 저연령층보다는 고연령층이 투표율이 높다는 3대 법칙이 있다”며 “이들 투표율이 높은 계층은 박근혜 후보 지지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김 소장은 "박 후보 쪽이 올해 초 이 후보와 지지율이 30%포인트까지 차이가 나는 절망적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적은 수치나마 차근차근 지지율을 쌓아온 점도 매우 눈여겨봐야 할 점"이라고 말하며 "조심스럽지만 박 후보가 역전할 것 같다"고 예측한 것이다.
KSOI 김헌태 소장은 족집게 도사?
그런데 김헌태 소장의 이 같은 예측치는 매우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이는 불과 3년 전 4.15 총선에서 그 혼자만이 매우 정확한 예측을 한 것을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당시 총선은 탄핵광풍으로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선거였다. 그리고 선거 당일 출구조사 또한 열린우리당의 압승이었다. 그런데 김헌태 소장은 이런 예측치들과는 다른 예측치를 내어 놓았었다.
“열린우리당 150~155석, 한나라당 120석 안팎, 민주노동당 11석(2석, 9석), 민주당 8석 안팎, 자민련은 4석을 얻을 것이다. 또 민주당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을)은 2등도 힘들다. 서울 종로에선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열린우리당 김홍신 의원을 앞지른다.”
이는 김 소장이 선거 하루 전 내어 놓았던 예측치였다. 그리고 이는 거의 족집게 도사와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 즉 열린우리당 151석, 한나라당 121석, 민주노동당 11석(1석 10석), 민주당 9석, 자민련 4석, 추미애 낙선, 박진 당선 등 거의 모든 결과가 다 실제결과에 거의 합치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총선 4일 후에 했던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 현재 지지층 지키기 어려울 것이며 과반수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뒤 “열린우리당이 탄핵반대 정서를 업고 과반을 차지했지만 당을 단합시킬 리더십이 없어 ‘얼치기 개혁당’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며 “이라크 파병처럼 특정 사안에서 경우에 따라 한나라당 쪽으로, 민주노동당 쪽으로 오락가락한다면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은 커진다”고 전망한 것이다. 그리고 정치판은 그의 전망대로 흘러갔다.
이제 한나라당 경선은 꼭 6일이 남았다. 그리고 지금 박 전 대표 측은 역전을 장담하고 있다. 과연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 예측치의 신빙성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그 결과 또한 엿세 후면 판명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매우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