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지금 하는 언행이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예, 알기 전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오늘 그 사람의 언행과 자세를 만든 것입니다. 그러니 저 사람 왜 저래? 하는 마음은 자칫 섣부른 판단을 가져옵니다. 오해가 생길 수 있고 그것이 선입관이 되면 고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역사를 뒤져내면 됩니다. 일부러 그런 시간을 낸다는 것이 그리 쉽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누군가 이야기를 해주면 보다 쉽습니다. 아니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계기가 만들어져서 과거를 들추어내게 만들면 됩니다. 본인의 입을 통해서든 제삼자의 입을 통해서든 감춰진 사실이 드러나면 그 동안의 오해가 풀립니다. 새로운 관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사실 아픈 과거는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누가 일부러 고통을 생산합니까? 도를 닦는 것도 아니고 수련을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닌 바에야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숨겨진 아픔은 언제나 가시처럼 자신을 찌르게 되어 있습니다. 남이 알든 모르든 혼자서 당하는 고통입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입으로 토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담실이 필요하고 전문 상담원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몸의 질병이 생기면 원인을 찾아내려 여기저기 검사를 합니다. 그리고 병든 곳을 찾아내 적절한 방법을 구사합니다. 수술을 해서 도려내든지, 국소 약물 치료를 하든지, 약을 복용하든지 그 질병에 적절한 대응을 합니다. 우리 정신과 마음도 그런 과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다루는 방법은 다릅니다. 마음에 주사바늘을 꼽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나는 돈 좀 있으나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 또 하나는 돈은 없어도 살아야 할 사람, 일단 그렇게 구분 짓습니다. 꽤나 배우고 사회적인 지위도 가지고 있는 사람, 반면 또 한 사람은 소위 조폭의 일원 정도라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어찌 보면 양지와 음지에서 자란 전혀 다른 환경을 안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만납니다. 사회봉사 명령을 받아서 배치된 곳이 바로 이 돈 좀 있는 장애인입니다. 머리 하나 움직일 뿐 전신마비 상태입니다. 움직이려면 전동휠체어를 작동해야 합니다. 그나마 손가락 정도 움직이니 다행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옆에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바로 그것을 도우라고 보내진 것입니다.
법원의 명령으로 형 집행을 위해 할 수밖에 없는 봉사입니다. 그러니 할 줄도 모르고 하기도 싫은 일입니다. 그저 시간만 채우면 끝난다 생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요. 게다가 이 사람 움직이지는 못하면서 성질 하나는 기가 살아 있습니다. 옆에서 돕는 개인비서마저 이 봉사자가 영 맘에 들지 않습니다. 뭐 이런 사람을 보냈지 싶습니다. 내 맘대로 고를 수도 없는 일이니 그렁저렁 지냅니다. 차츰 낯이 익어가며 서로 사람 냄새를 풍깁니다.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죽음을 앞두었다 싶으면 사람은 대부분 거기서 거깁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있습니다. 소위 버킷리스트라는 것이지요. 이 건달이 가진 것은 없어도 힘은 있으니 도움이 가능하겠지요.
일확천금을 노리다가 보스의 거액을 날려버린 ‘영기’는 목숨까지 위태롭습니다. 더구나 가까운 친구까지 끌어들였으니 마음고생까지 짊어졌습니다. 한 마디로 죽을 맛입니다. 친구의 목숨까지 담보하고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 힘 좀 쓰는 친구가 돈줄에 매달려있는 상황을 ‘장수’가 눈치 챕니다. 그리고 제안합니다. 시한부 생명이니 내 요구를 들어주면 거액을 네 앞으로 해주마. 이 무슨 횡재입니까? 살아날 길이 보입니다. 이대로 죽으면 12억, 사고로 죽으면 27억 보험금이 나온답니다. 어느 쪽을 택하렵니까? 불문가지입니다. 그 유혹이 마음을 흔들지요. 두 배 이상의 거액, 빚 청산하고도 남는 거액으로 ‘퍼펙트’한 인생을 그려봅니다. 이 개고생 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의 청사진이 새롭게 그려집니다. 걱정 마, 다 해결해줄게. 돈과 사람의 생명, 싸움판에서는 쉽게 결정되는데 일상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주고받은 감정이 있기 때문이지요. 티격태격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게 쌓여진 정(?)이 막가는 인생조차 멈칫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역사가 드러납니다.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알게 됩니다. 한 사람의 역사를 알면 그 사람을 알게 되고 비로소 사람의 향기를 맡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지요. 나아가 모나고 모진 성품도 서로 갈고 닦아줍니다. 소위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겁니다.
얼마 전 본 할리우드 영화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상에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고 장애의 동기가 다를 뿐입니다. 물론 결과를 이끌어내는 방식도 다르기는 합니다. 그러나 소재 자체는 비슷하다고 보겠습니다. 잠깐이지만 성폭력의 후유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지식과 성품이 아무리 서로 다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같은 환경에 처하면 만들어지는 감정선은 비슷하게 형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영화 ‘퍼펙트맨’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좋은영화평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역시 좋은 하루를 빕니다. ^&^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