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원(1.4만)·설성(4.1천)·율면(2.4천) 묶는 남부 의료거점 전멸… 초고령층 주민들 '의료 난민' 전락
‘응급실 없는’ 엘리야병원에 연간 4억 4천만 원 밑 빠진 독 붓기식 혈세 지원… 주민은 충북 금왕으로 ‘원정 진료
[배석환 기자]=’2026년 7월 말 기준 이천시 장호원읍의 인구는 1만 3,977명이다. 여기에 동일한 남부 생활권이자 대표적 의료 취약지인 설성면(4,150여 명)과 율면(2,400여 명)을 합치면 남부권 주민 수는 무려 2만 5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설성면과 율면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40~50%에 육박하는 초고령 농촌 지역이다.이들 2만여 남부권 주민들이 한밤중이나 주말에 갑작스러운 뇌혈관 질환, 심장마비, 외상 사고를 겪으면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장호원을 거점으로 삼아야 할 남부권 응급의료 체계는 이미 처참하게 붕괴되었다.
골든타임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받아줄 ‘응급실’ 하나 없는 참담한 현실 속에 주민들의 헌법적 기본권인 생명권과 치료받을 권리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연두순시에서 터져 나온 남부권의 분통… "의사가 없어 충북 금왕으로 달렸다“
이 같은 참상은 최근 열린 성수석 시장의 장호원읍 연두순시 현장에서 적나라하게 터져 나왔다.
순시에 참석한 한 주민은 연단에 서서 분통을 터뜨렸다. “어르신이 갑자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병원 응급실을 찾아갔더니, 병원에 의사조차 없었다.
알고 보니 정식 응급실도 아니고 야간진료 담당자만 간헐적으로 있다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결국 골든타임이 시급한 어르신을 모시고 충북 음성군 금왕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급히 달려가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었다.
주민은 이어 “시청에서는 매번 개선된다, 대책을 세운다고 수년째 앵무새처럼 말만 반복하는데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도대체 주민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장호원뿐 아니라 병·의원이 전무하다시피 한 설성면과 율면 주민들 역시 응급 상황 시 유일한 희망으로 장호원을 찾았다가 헛걸음하고 충북 음성이나 진천으로 발길을 돌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주민 증언 현장]“응급실에 가려고 오전 9시에 전화를 해도 안 받고, 환자를 급히 모시고 갔더니 간호사만 멍하니 앉아 ‘여기 응급실 아니고 봐줄 의사도 없다’고 하더군요. 결국 18분 거리인 충북 음성 금왕까지 달렸습니다. 장호원·설성·율면 2만 주민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충북으로 원정 진료를 가야 합니까?”
충격적 행정 민낯… 응급실도 없는데 '외래연장' 명목 4억 4천만 원 혈세 퍼주기
취재 결과 드러난 이천시 보건당국의 행정 실태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남부권 주민들이 지역 응급의료 거점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던 ‘엘리야병원’은 애초에 법적 응급실(응급의료시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병원이었다.
엘리야병원은 이미 지난 2018년 채산성 악화 등을 이유로 응급실을 공식 반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천시 보건위생과는 정식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는커녕, ‘야간 및 휴일 외래진료 연장(저녁 6시~밤 12시 등)’ 명목으로 매년 4억 4천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시 혈세를 엘리야병원에 지원하고 있었다.
밤 12시 이후 심야시간대는 아예 의료 공백 상태이며, 정작 낮 시간대나 주말에도 당직의 공백으로 단순 외래진료조차 불통이 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이천시 담당 부서에 남부권 의료 붕괴에 대한 근본 대책을 묻자 “의사 구인이 어렵다”, “병원을 설득 중이나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수억 원의 혈세를 퍼주면서도 최소한의 의료 공백조차 메우지 못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복지부동’이다.
시내권은 24시간 응급망… 남부권(장호원·설성·율면)은 수십 년째 ‘의료 난민’
이천시 관내 의료 인프라의 극심한 지역 불균형과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천 시내권의 경우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지역응급의료센터 및 24시간 소아응급진료)과 이천바른병원(24시간 응급진료체계)이 촘촘하게 가동되며 시민들이 24시간 상시 응급의료를 제공받고 있다.
권역 구분주요 의료기관응급의료 운영 실태응급환자 이송 및 소요시간이천 시내권(동지역)이천병원, 바른병원 24시간 응급실 풀가동(성인·소아 상시 진료)
관내 5~10분 내 응급처치 및 입원·수술 즉각 연계이천 남부권(장호원·설성·율면)총 20,500여 명엘리야병원(시비 4억 4천만 원 지원)
응급실 전무 (2018년 폐쇄)야간 단순외래(밤 12시 한정) 관내 골든타임 사수 불가충북 음성 금왕(18분) 또는 이천시내(40~50분) 원정 이송
반면 장호원읍, 설성면, 율면 등 남부권 주민들은 관내에서 응급처치조차 받지 못한 채 시내 병원까지 40~50분 이상 피를 말리며 이송되거나, 다른 행정구역인 충북 음성군 금왕읍(약 18분 거리)으로 넘어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세금은 똑같이 내면서도 목숨을 건 위험에 방치된 ‘의료 난민’ 신세인 것이다.
이천시와 이천시의회, 수십 년간 무엇을 했는가?남부권의 응급의료 공백은 어제오늘 불거진 돌발 사태가 아니다.
과거 조병돈 전 시장 시절부터 십수 년 이상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남부권 최대 숙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천시 집행부와 2만 남부권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이천시의회는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의회는 매년 예산 심사 때마다 관행적으로 4억 4천만 원의 보조금을 통과시켜 주었을 뿐, 이 지원금이 읍·면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단 1%라도 실효성이 있는지, 왜 24시간 응급체계로 전환되지 못하는지 현미경 감사를 벌이지 않았다.
집행부 역시 “의사 구인난” 탓만 돌리며 근본적 제도 개선을 방기해 왔다. 국민의 가장 기본권인 ‘아플 때 치료받을 권리’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도시에 어떻게 젊은 세대가 유입되고, 어떻게 정주 인구가 늘어나겠는가?
인구소멸 위기를 입버릇처럼 외치면서 2만 남부권 주민의 생명선인 응급실 하나 지켜내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행정의 무능이자 시의회의 직무유기다.
장호원·설성·율면 남부권 응급의료 정상화 4대 긴급 해법더 이상의 방치와 미봉책은 남부권 2만 주민에 대한 직무유기이자 배임이다.
이천시와 시의회는 지금 당장 다음과 같은 실질적이고 과감한 특단의 대책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실효성 없는 4억 4천만 원 보조금 전면 개편 및 ‘24시간 공공당직의료기관’ 지정 밤 12시에 끝나는 땜질식 외래연장 지원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시 재정을 대폭 확대해 야간 응급의사 및 간호 인력 인건비를 전액 보전하는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관내 의료기관을 ‘24시간 남부권 공공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의무화해야 한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호원 남부 공공의료분원’ 설치 또는 의료진 순환 파견민간 병원의 자율성에만 기대서는 인력난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이천시가 경기도 및 경기도의료원과 정식 정책 협약을 체결하고, 도립 이천병원의 전문 의사 인력을 장호원에 순환 파견하거나 야간 공공응급센터를 직영 분원 형태로 설치해야 한다.
이천시의회, ‘남부권 응급의료 취약지 지원 특별조례’ 제정 및 특위 가동이천시의회는 조속히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장호원·설성·율면 등 의료 취약지역 의료인력 수급과 시설 유치를 지원하는 법적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또한 시의회 차원의 ‘남부권 의료공백 해소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보건당국의 예산 낭비 실태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충북 음성·진천 등 인접 지자체와의 초광역 골든타임 응급이송 협약 체결관내 응급실이 완전히 정상화되기 전까지, 충북 음성(금왕) 등 인접 응급의료기관 및 소방당국과 공식적인 ‘초광역 응급의료 골든타임 핫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설성·율면 등 원거리 이송 주민들을 위한 응급이송 바우처 및 닥터헬기 착륙장 정비 등 실질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생명 앞에는 그 어떤 지역 차별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시내권 주민의 생명과 장호원·설성·율면 주민의 생명 가치는 결코 다를 수 없다.
이천시와 이천시의회는 2만 남부권 주민들의 절규 어린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즉각적인 응급실 복원 및 의료 정상화 대책을 시민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