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남편과 함께 한 해 동안 쓴 글들을 묶어 작은 책을 만들어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아이들에게 주기 위한 우리 삶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공선생님의 연작글들을 읽다가 생각이 나서 저희 부부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답니다.
부부로 만나든 부모 자식으로 만나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격려가 되어주는 것이 이 세상을 따뜻하게 사는 방법이다 싶습니다.
마음으로 전해지길 바라는 과묵한 남편들의 소통 방법도 있지만
이렇듯 말이나 글을 써서 상대에게 전해주면
말을 하는 이나 듣는 이나 서로 그 말에 대한 책임 때문이라도
더 신실하게 자신을 세울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공선생님의 마음쓰심이 편지들에 진하게 묻어있어 그 가정을 그려보게 됩니다.
저의 남편이 쓴 글을 올립니다.
결혼기념일에
지금 혼인한지 몇 해째더라?
아내 생일 겨우 기억하고,
결혼기념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대견해할만큼 ...
행복한 가정에서
가진 것 없음을 즐긴다.
아들은 청년이 되어
제법 애비의 가치관을 닮아가고
딸은 부모를 끔찍이도 사랑한다.
생육하고 번성하지 못함을
죄스러워하며
느지막하게 입양한 한참 어린
두, 아들과 딸...
대책이 없는 이 말썽쟁이들은
웃음과 함께
매일 나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오늘 결혼기념일에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정산해본다.
지금까지 나와 내 가족들을 위해
온갖 헌신을 불평 없이 감당하는 아내.
시간이 흐를수록
법적인 하나됨의 보호 속에서 함께 자라나
명실상부한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이 절절해진다.
밤이 되면 살이 닿아야 잠이 편하다.
나의 신학과 철학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사소한 감정이나
유머나 마음에 바라는 것까지도
서로를 품고 있어서
이제는 거의 한 몸이라 할만하다.
이것이 나에게는 분수에 넘어가는 큰 복이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우리 반만큼만 살면 성공이라고 늘 말한다.
사실 이런 가정을 세상에 두시려고
아담과 하와를 지으시고 한 몸으로 서로를 묶으셨다.
모든 가정에 이런 하나됨을 요구하신다.
오십을 두 해나 넘긴 오늘
나는 어느 사도의 말씀을 생각한다.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제 몸같이 할지니”
내 아내 역시도
같은 사도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긴다.
“그 남편을 경외하라”
스무 해가 두 해나 넘도록
나의 인품이야 못 갖춤 마디와 같지만
오늘도 순종의 걸음을 내딛는다.
오늘 이 세상 어느 귀퉁이에
하나님께서 두신 한 가정이 있다.
그 가정의 가장은 만족하는 마음으로
오늘 기념일에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마치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장인 것처럼...
해가 묵어 갈수록
육신이 함께 낡아져 갈수록
조금이지만 낙원의 기쁨을 여기서 맛본다.
첫댓글 부럽고 부끄럽습니다..
.....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는 크고 작은 감정의 부침(浮沈)을 겪어야 하는 법.
인생을 살며 형편이든 상황이든 무엇이든 남과 비교가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서 좀 더 나아지는 자리로 한 발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남아있으니 고마운 일이지요. 아자아자!!!!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이 넘쳐납니다.ㅎㅎㅎ
감사합니다.^^
남편으로부터 받은 최고의 선물일 것 같네요, 두분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귀한 두 자녀들과 영원토록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넷입니다. ㅎㅎ
돈독한 신앙이 바탕이 되어 참 견실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일구어 오셨군요.
마치 곱디고운 색감의 털실을 날줄과 씨줄로 하여 한 땀 한 땀 엮어 빚어낸 아름다운 보와 같은 삶의 여정이시로군요.
여생도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빛깔로 살아가시기를 축원합니다.
모든 희노애락의 씨줄과 날줄을 소중하게 모아 엮어보려고 합니다.
삶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있다고 믿습니다.
작은 것 하나에서도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고 살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가족이야 더할 수 없이 귀한 사람들이지요.
저도 범선생님 편지에 묻어있던 그 따스함으로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온기를 나누어주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