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조 예제(禮際예의있게 교제하는 것)의 여섯 번째 꼭지 ‘상사(上司)가 아전과 군교(軍校)들을 추문(推問)하여 다스릴 때는, 일이 비록 사리에 어긋나더라도 순종하고 어기지 않는 것이 좋다.’
목민심서 봉공(奉公) 제3조 예제(禮際)
6. 상사(上司)가 아전과 군교(軍校)들을 추문(推問)하여 다스릴 때는, 일이 비록 사리에 어긋나더라도 순종하고 어기지 않는 것이 좋다.
죄가 본읍에 있어서 상사가 추문(推問)하여 다스릴 때는 본디 논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혹시 생트집을 잡아 이치에 당치 않은 일을 덮어 씌우려고 하더라도, 나는 이미 그의 아랫자리에 있으니 그저 순종할 따름이다. 만일 상사의 뜻이 과오에서 나왔고 악한 마음이 있은 것이 아닌 경우에는, 내가 죄인을 호송하는 문서에 그 사정을 자세히 기록하고 관대한 처분을 빌어서, 내 아전과 군교가 억울한 형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충후(忠厚)하고 겸손한 도리이다.
만약 감사의 본의가 해치기 위한 것이어서 말로 다툴 문제가 아닌 것은 공형 문장(公兄文狀)(주1)으로 죄수들을 호송하고, 따라서 사직서를 써서 같이 올리도록 해야 한다. - 사직서에는 “신병이 갑자기 중하여 책임을 다할 수 없다.” 한다. - 감사가 사과하면 그대로 힘써 일을 보고 만약 끝내 무례하면 세 번 계속해서 사직서를 내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감사가 만일 겉으로는 관용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아직도 노여움을 품고, 고과(考課) 때에 하고(下考)에 두려는 자에게는, 즉시 인부(印符)를 끌러서 예향(禮鄕)ㆍ예리(禮吏)(주2)를 시켜 감영(監營)으로 가서 바치도록 하고, 벼슬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올 일이지, 구차하게 쭈그리고 앉아서 스스로 욕됨을 자초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병마사(兵馬使)ㆍ수군사(水軍使)ㆍ토포사(討捕使)(주3)는 그의 명예나 지위가 감사보다는 다소 가벼우나, 내가 그를 섬겨야 할 처지이니, 더욱 성심으로 공경하여 예를 다해야 하며, 감사보다 차등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자신이 은대(銀臺)ㆍ옥당(玉堂)(주4) 출신이거나, 혹 본시 명문 세족(名門勢族)이면 성심으로 공경하기를 곱절 더 해야 하며, 귀하고 세력이 있다고 해서 상관에게 무례하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쇠잔(衰殘)한 무관이나 한미한 음관(蔭官)(주5)으로 처지가 고단한데, 상관이 이 때문에 능멸하고 비례(非禮)의 일을 자행할 때에는 큰 용기를 분발하여 벼슬을 헌신짝 벗어 버리듯 하여, 귀하고 세력 있는 자들과는 처신하는 방법이 달라야 할 것이니, 이것이 모두 치욕을 멀리하는 길인 것이다.
[역주]
[주-D001] 공형 문장(公兄文狀) : 지방 관아의 호장(戶長)ㆍ이방(吏房)ㆍ수형리(首刑吏) 등이 죄인에 대해 꾸민 서류이다.
[주-D002] 예향(禮鄕)ㆍ예리(禮吏) : 예향은 향임(鄕任) 중에 예를 잘 아는 자인 듯하고, 예리는 예방(禮房)의 이서(吏胥)이다.
[주-D003] 토포사(討捕使) : 도둑 잡는 일을 맡은 벼슬인데 진영장(鎭營將)이 겸직한다.
[주-D004] 은대(銀臺)ㆍ옥당(玉堂) : 은대는 승정원(承政院)의 별칭, 옥당은 홍문관(弘文館)의 별칭이다.
[주-D005] 음관(蔭官) : 과거(科擧)를 거치지 않고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공으로 얻어 하는 벼슬이다.
上司推治吏校。雖事係非理。有順無違焉。可也。
罪在本邑。而上司推治者。固無論已。其或上司無端生事。橫加非理者。我旣在下。亦順之而已。若上司之意。出於過誤。非有惡心者。我於起送之狀。附陳事情。委曲譬解。以祈寬恕。使我吏校。得免枉刑。是忠厚謙卑之道。若彼本意。出於相害。不可以口舌爭者。遂以公兄文狀。起送諸囚。隨寫辭狀。使之同呈。辭狀曰。矣身。身病猝重。無以察任。 彼若摧謝。黽勉視事。若遂無禮。連呈三度。以決去就。
〇彼若外示假借。內猶含怒。以待考課。將置下考者。卽解印符。差禮鄕禮吏。赴營投納。棄官歸家。不可苟且蹲坐。以自取辱也。
〇兵馬使,水軍使,討捕使。其名位視監司稍輕。我之所以事之者。尤宜恪恭盡禮。不可與監司有所差等。若我出自銀臺,玉堂。或我本是名門勢族。其所恪恭尤宜加倍。不可挾貴挾勢。以慢上官也。若夫殘武冷蔭。自視孤畸。而彼上官。以此凌蔑。橫加非禮者。宜奮發大勇。如脫敝屣。與彼貴勢者。其自處不同。皆所以遠恥辱之道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