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빛들의 아버지- 하나님
이 병 창 (시인. 진달래교회 목사)
어느 해 목회자 수련그룹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백운산 바위계곡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날은 달도 없는 밤이었지만 빛나는 것들이 천지에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도 바위도 떼 지어 날아가는 반딧불도 모두 빛나고 있었다. 낮에 햇빛을 받은 것들, 구름 저편에 있는 달빛을 받은 존재들은 모두 빛을 내고 있었다. 나무들은 햇빛에서 온 존재들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하나님은 ‘모든 빛들의 아버지’(야고보서 1:17)라는 말씀을 실감했다. 나는 그날 ‘달’이라는 제목의 시를 남겼다.
“어제 달을 찾아갔던 햇빛이
지금은 백운산 계곡에 내려와 있다.
이 밤에 돌은 돌이 아니라
달이다
저기 흔들리는 나무도
산도
고요히 앉아 기도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달이다.
지금 세상은
저마다의 달빛으로 빛나고 있다.”
만물은 빛의 근원이신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 그러나 인간은 빛의 근원을 잊어버렸고 정작 자신이 빛의 존재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 예수는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인간이 빛의 존재이며 빛의 사명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셨다. 그러나 복음서는 빛을 빛으로 알아보지 못한 당시 세상과 인간들의 비극을 전해 주고 있다.
“그 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그 빛이 어두움 속에 비치어도 어두움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더라” (요한 1: 4-5)
“ 너희는 이 세상의 빛이라”(마 5:14)
“ 몸의 빛은 눈이라. 그러므로 네 눈이 순전하면, 네 온몸이 빛으로 가득 찰 것이요, 만일 네 눈이 악하면 네 온 몸도 어두움으로 가득 찰 것이라. 그러므로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두움이 얼마나 크겠느냐?"(마6:22 ー23)
하늘과 땅에는 빛들의 발광체가 가득 차있다. 수많은 빛들이 빛나고 있다. 그 빛들의 창조자요 아버지가 하나님이다. 빛은 우리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고 있다. 우주에는 다차원의 빛이 존하고 있고 그 빛들은 비밀을 품고 있다. 인간이 자신의 눈으로 무엇인가를 본다고 하지만 본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림 하나를 보더라도 보는 안목에 따라서 보는 자의 감동과 표현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되어 있다. 인간은 저마다의 경험과 능력에 따라서 빛을 보고 해석하는 방법과 내용이 다르다. 빛이란 축적되는 것이 아니고 현재 빛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는 특성만 있을 뿐이다. 빛은 오직 지금 여기에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은 빛이 발산되고 있다. 인간 역시 물질이 아니다. 예수가 말씀하신 바처럼 인간은 빛의 존재요, 하나님은 빛들의 아버지이시다. 만물은 자신 안의 빛을 빛깔을 통하여 나타낸다. 그리고 그 빛깔은 그의 사명을 제 때마다 드러내주고 있다. 과학자들은 모든 에너지의 작용은 똑 같은 전기장, 즉 전자들로 이루어진 에너지 장을 낳으며, 한 전자껍질로부터 다음 전자껍질로 이동할 때 그 에너지장이 결국 빛으로 변환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 역시 의식의 차원상승과 그에 따른 변환이 일어날 때 빛의 파장과 빛깔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식이 거듭나게 될 때 그에게는 생명의 빛, 사랑의 빛, 세상과 사람을 비추는 빛이 방사되게 될 것이다.
인간 역시 자신의 현재 빛깔을 알게 될 때 자신의 과제와 사명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자신 안에 있는 빛을 잘 보호하고 키워 자신의 빛깔을 때를 따라 여한 없이 드러내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복이 있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여린 연두 빛으로 시작되었던 식물들이 녹색으로 노란빛으로 또는 붉은 빛으로 자기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땅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이런 면에서 가을은 심판의 계절이기도 하다. 미련 없이 돌아온 곳으로 가고 있는 가을 낙엽은 인생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기만 하다. (moam.co.kr)
첫댓글 돌아온 곳으로 미련 없이 가는 가을 !
가을...심판의 계절이란 말씀이 가슴에 맺힘니다.
허락하신 오늘.. 그 오늘 주신 뜻을 완성해야는데
허깨비처럼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
(매직아워)오늘 아침 숲길을 산책하는데 며칠동안 내렸던 비로 찬란한 빛을 뿜던 나뭇잎들이 땅의 색으로 변해가면 다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며 가슴에 무엇인가 울림이 있었는데 오늘 물님의 글을 만나니 그 울림이 언어로 표현되어 있네요.
현재 내 자신의 빛깔을 보기. 내 안의 빛을 잘 보호하기. 때에 따라 표현하기.
현재 내가 가장 중요하게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또 다시 기억합니다.
사랑합니다. 물님. 그리운 마음 가득 담아 인사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