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도다조(得道多助)
文 熙 鳳
강한 사람은 힘이 센 사람도, 지위가 높은 사람도 아니다. 부(富)를 소유했거나 학력이 높은 사람도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도와주는(助) 사람이 많은(多) 사람이다. 아무리 힘이 센 사람이라도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바람과 해님이 하루는 힘 겨루기를 하였다는 이솝 이야기가 생각난다. 구름이 가려도,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말없이 고요한 해님이 바보같이 보였는지 나그네를 상대로 내기를 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이었다. 바람이 먼저 시작했다. 처음엔 순풍으로 살랑 살랑, 차츰 차츰 강도를 더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나그네는 옷깃을 단단히 여미며 품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냈다.
다음엔 해님의 차례가 되었다. 당연히 방긋 웃으며 따사로운 빛을 내리쬐니 나그네는 옷을 하나씩 벗으며 땀을 닦아냈다. 오늘 지인으로부터 카톡문자를 받았다. 제목이 ‘김수미와 김혜자의 우정’이란 글이다. 김수미 씨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앉아 쩔쩔매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돈이 많은 친척들도 김수미 씨를 외면했다. 김수미 씨는 급한 대로 동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 몇백 만원씩 빌렸다. 이 사실을 안 김혜자 씨가 그랬단다. “얘, 넌 왜 나한테 돈 빌려 달라는 소리 안해. 추접스럽게 몇백 만원씩 꾸지 말고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되니?” 하며 통장을 내놓았단다. “이거 내 전 재산이야. 나는 돈 쓸 일 없어. 다음 달에 아프리카에 가려고 했는데 아프리카가 여기에 있네. 다 찾아서 해결해. 그리고 갚지마. 혹시 돈이 넘쳐나면 그 때 주든가.” 이런 친구가 어디 있겠는가. 살면서 이런 친구 한 명만이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고, 그 사람이 쓰러지지 않도록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으면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맹자는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많게 되기 위해서는 인심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을 득도다조라 한다. ‘도를 얻은 사람은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라는 뜻이다.
도(道)란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이다. 득도(得道)란 산에 가서 도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는 뜻이다. 지도자가 ‘도’를 얻었다는 것은 민심을 얻었다는 뜻이다. 기업가가 도를 얻었다면 고객의 마음을 얻은 것이다. 평소에 주위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고 배려해 주었기에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몇몇 정치인들이나 기업하는 사람들의 행위가 종종 도마 위에 올려져 난도질당하는 걸 본다. 정치인들이라고 하면 고개를 절로절로 흔든다. 그들은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을 들고 그 자리에 오른 뒤론 나라를 위하는 일보다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에 앞장선다. 도를 잘못 깨우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자기자식은 군에 보내지 않으려 하고, 온갖 편법을 동원해 좋은 자리에 앉히려 하는 검은 마음을 갖고 있다가 적발되어 창피를 당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 지인의 모친 장례식장에 갔다. 지인도 나도 고희의 나이다. 지인은 문상 받는데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건강을 잘 유지한 덕분이다. 문상객들이 넘쳐 났다. 이건 뭘 의미하는가. 지금까지 인생을 잘 살아온 것에 대한 인과응보다. 도를 잃었다면, 인심을 잃었다면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어려운 이웃을 돕고, 모임에 열심히 참여하고 가진 것 나누어 먹으려는 갸륵한 행동으로 단단한 기초를 다졌기에 이루어진 일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은 굉장한 칭찬이다. 스스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 말하면 자신에게 굉장한 칭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첫걸음이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 것이며, 자기 신뢰가 첫걸음의 시작이다. 이런 행동이 동료들에게 믿음을 준다.
정승집 개가 죽었을 때 문상객 수와 정승 본인이 죽었을 때 문상객 수를 상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