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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47
씬1. 안기부 전경 (낮)
씬2. 동, 성모 방
(계장급 남자와 요원 1, 찬성이 앉아있다. 있다. 커피 잔이 놓여 있고..)
찬성 : (답답한 듯) 윤계장님도 아시잖아요. 이 과장님, 그냥 일벌레에요. 일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구요.
계장 : 그러니까, 우린 모르고 너만 아는 일.. 그게 뭐냐고.
찬성 : 그런 거 없어요. 없다구 몇 번을 얘기해요.
계장 : 야, 유찬성... 잘 생각해 봐. 너도 모르게 이용당했을 수도 있어.
찬성 : 너무들 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 생사고락을 같이 한 동료를 어떻게 하루아침에 스파이로 몰아요?
계장 : 지금 이성모.. 거짓말 탐지기로 테스트 당하고 있어.
찬성 : ..!! (놀란다) 거짓말 탐지기요?
계장 : 너 이과장과 친한 거 알아. 티끌 하나라도 숨겼다가 나중에 발각되면...
찬성 : 맘대로 하세요. (화나서 나가버린다)
계장 : ... 유찬성, 개인 통신기기에 도청장치 부착했지?
요원 : 예.
씬3. 취조실 안 / 미러 밖 (전회 마지막 장면)
(요원들에 의해서 성모의 손가락 끝에 검은 밴드가 감긴다. 가슴에 심장박동 체크 밴드가 붙여지고... 팔뚝에 밴드가 감겨지는데...
매직미러 너머의 다른 방... 거짓말 탐지기가 놓여 있다.
오실장이 앉아 있고.. 조필연이 뒤에 서서 취조실의 성모를 바라본다. 차가운 표정이다.
취조실 안... 테스트 준비를 마친 성모가 거울을 본다. 거울 뒤의 조필연이 성모를 노려보는데..
거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노려보는 매서운 눈빛...)
씬4. 동, 지하주차장
(찬성이 승용차를 몰고 나간다. 일각에 있는 다른 승용차 안에 요원 1과 요원 2...)
요원 1 : (무전기 들고) 유찬성이, 방금 밖으로 나갔습니다.
씬5. 어느 밀실 안
(도청기가 설치되어 있고.. 윤계장과 요원 3이 도청을 하며..)
계장 : (무전기 들고) 따라 붙어서 미행 해.
씬6. 취조실 안 / 미러 밖
(취조실... 거짓말 테스트 준비를 다 마친 성모가 굳어진 표정으로, 그러나 비교적 차분하게 앉아 있고..
박과장이 질문지를 펼쳐든다)
박과장 : 준비 됐지?
성모 : ... (대답하지 않는다)
박과장 : 워밍업부터 하자. 성명, 이성모..
성모 : 예.
(탐지기의 바늘이 계기 위에 완만하게 움직인다. 진실이다)
박과장 : 국가 안전기획부 소속...
성모 : 예.
박과장 :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나?
성모 : 그 자부심... 솔직히 뻘짓처럼 느끼는 중입니다.
박과장 : ... 민홍기 의원 잘 알지?
성모 : 아시잖아요, 여기 출신 인 거..
박과장 : 요즘 민의원이 여당 내에 사조직을 운영하고 있어. 무심 산악회라고 들어봤지?
성모 : 예.
박과장 : 그 멤버가 누구누구인지 아나?
성모 : 대충 압니다.
박과장 : 말해 봐.
(매직미러 밖... 뭔가 이름을 호명하는 성모의 모습.. 탐지기 바늘이 진실을 알리며 완만하게 그어지면서..
오실장이 심각하게 거짓말탐지기 계기판을 보고 있고.. 조필연은 그 뒤에서 거울 속의 성모를 보고 있다)
씬7. 어느 도로
(찬성이 운전 중이다. 그 뒤를 따르는 다른 승용차... 찬성, 백미러로 그들을 보는데.. 이때, 카폰이 울린다.
찬성, 잠시 머뭇거린다. 도청을 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카폰을 든다)
강모 : (F) 접니다.
찬성 : 아, 이반장님. 지금 중부경찰서로 가고 있어요.
씬8. 한강건설 사장실 안
(강모가 수화기를 들고 있고... 시덕과 소태가 있다)
강모 : ..? 여보세요, 유찬성씨..
찬성 : (F) 반장님이 데리고 있는 그 놈, 광선금속 노조 위원장이에요.
강모 : ..! (뭔가 싶어서)
씬9. 안기부, 밀실 안
(윤계장이 도청기 헤드폰을 끼고 있다)
찬성 : (F) 제가 갈 때까지 잡아두세요. 취조는 제가 합니다.
강모 : (F) 알겠습니다.
윤계장 : (헤드폰을 낀 채)
씬10. 한강건설 사장실 안
(강모가 수화기를 놓는다. 시덕과 소태가 있고...)
시덕 : 만나기로 했어?
강모 : 미행이 붙은 거 같아. 아니면 도청이든지.
소태 : 그럼, 못 만나는 거야? 형 소식 알아야 된다며?
강모 : (불길하다) 경찰서로 가야겠다. 니들이 좀 도와줘.
씬11. 경찰서 안
(소태와 시덕이 와 있다. 각각 얼굴에 작은 상처들이 나 있고.. 소란스럽다)
소태 : 이 놈이 다짜고짜 날 쳤다니까요?
시덕 : 니가 먼저 나보구 밥 많이 먹는다구 시비 걸었잖아, 인마.
소태 : 그럼 적게 처먹든가.
시덕 : 근데, 이 자식이..!! (달려든다)
소태 : 왜? 치려구? 어, 돈 많이 벌어놨으면 쳐 봐, 쳐? 쳐?
형사 : 이 사람들이 정말.. 여기가 당신들 안방인줄 알어..!
소태 : 이 놈 전과 좀 조회해 봐요. 분명히 상습범일거에요.
(형사 두어 명이 말린다, 어수선한 분위기.. 그 일각의 복도와 이어지는 입구쯤에서 강모가 그들을 보고 있다.)
씬12. 그곳 복도
(걸어 나오는 강모... 초조하다.
이때, 찬성이 다가온다. 뒤쪽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찬성... 강모의 팔에 수갑을 채운다)
찬성 : 들어가서 얘기 하죠.
씬13. 동, 경찰서 밖
(강모가 수갑을 찬 채 찬성과 들어선다. 소태와 시덕쪽에 반장과 형사가 붙어 있고.. 형사 1이 소태를 조회해보더니)
반장 : 뭐야? 전과가 왜 이렇게 많아? 삼청교육대까지 같다 왔네?
시덕 : 것 봐요, 이놈이 상습범이라니까요.
찬성 : 수고 많으십니다.
반장 : (깍듯하게) 어서 오십시오.
찬성 : 취조실 좀 사용할 테니 다른 사람들, 못 들어오게 하세요.
반장 : (강모를 보더니 놀라서) 어? 이 분은 이 사람들 신고한 사람인데요?
찬성 : 제가 찾던 용의잡니다.
(찬성, 강모를 데리고 들어간다. 소태와 시덕이 힐끔 보는데..)
소태 : (일어선다, 악수 청하며)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시덕 : (덥석 손을 잡고) 별 말씀을요. 제 잘못입니다.
소태 : 저희들 그만 쌍방 합의 보고 가보겠습니다. (시덕에게) 그만 가시죠. (간다)
시덕 : .. (인사하고 가면)
반장 : 뭐야, 저것들?
씬14. 안기부, 밀실 안
(도청 탐지기가 놓여 있고.. 윤계장이 무전기로 보고를 받고 있다)
요원 1 : (F) 도청한 대로, 경찰서 맞습니다.
계장 : 밖에서 계속 감시해. (무전을 끄고)
씬15. 안기부 취조실 / 메직미러 밖
(계속된 거짓말 테스트... 거울 밖에서 필연이 보고 있고..)
박과장 : 국가에 대해 이적행위를 한 적이 있나?
성모 : 없습니다.
박과장 : 대통령 직선제를 어떻게 생각해?
성모 : ... 반대합니다.
(필연, 계기판을 보면 바늘이 완만하다)
박과장 : 얼마 전에 제일호텔 중식당에서 도청작전이 있었어. 사전에 알고 있었지?
성모 : ...
박과장 : 질문을 다시 하지. 그 작전.. 자네가 사전에 외부로 유출시켰나?
성모 : ... (눈을 감는다, 마인드 컨트롤이다)
박과장 : 대답해..!
성모 : (눈을 뜬다) 그런 적 없습니다.
(계기판이 완만하다. 오실장, 의외라는 듯이 조필연을 본다. 필연, 여전히 성모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다)
박과장 : ... (조심스럽게) 비밀자금에 관한 임무를 수행한 적 있지?
성모 : ... (노려본다) 구체적으로 질문해 주시죠.
박과장 : ... (살짝 당황) 다 알고 하는 얘기야.
성모 : 그럼 누구의 비밀자금이란 것도 아시겠네요.
박과장 : 야, 이성모...
성모 : 한 가지만 물어보죠. 지금 이러는 거.. 부장님이 아십니까?
박과장 : .. (굳어진다)
성모 : 아니면, 오실장님 선에서 하는 겁니까?
박과장 : 이봐..! 질문은 내가 해.
성모 :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 할 수 없는 얘기가 있습니다. 꼭 듣고 싶다면 부장님을 모시고 오세요.
박과장 : (어렵다는 듯, 한숨)
성모 : 한 가지만 명심하세요. 내 입에서, 비밀자금에 관한 내막이 밝혀지는 순간... 나한테서 이 문제를 조사시킨 사람들...
절대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박과장, 당혹해하며 더 이상 추궁하지 못한다.
매직미러 밖... 오실장이 역시 당황한 눈빛으로 조필연을 본다. 필연, 시선을 떼지 않고 성모를 보는데..)
강모 : (E, 놀라서) 거짓말 탐지기요?
씬16. 경찰서 취조실
(강모와 찬성이 마주앉아 있다. 혹시나 해서 수갑을 찬 채...)
강모 : 형한테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되고 있단 말이에요?
찬성 : .. (씩 웃으며)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강모 : 무슨 말이죠?
씬17. 어느 밀실 안 (회상)
(성모와 찬성이 단 둘이 앉아 있다. 성모의 몸에 거짓말 탐지기 시스템이 부착되어 있고... 찬성이 기계를 앞에 두고..)
찬성 : 당신의 이름은 이성모입니까?
성모 : 예.
찬성 : 당신에게 가족이 있습니까?
성모 : ... (심호흡) 아니오.
(급박하게 요동치는 거짓말 탐지기)
찬성 :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을 할 때 일어나는 호흡, 피부 전기 반사. 혈압 맥박 등의 신체적 변활 체크하는 겁니다.
성모 :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찬성 : KGB나 CIA요원들은 거짓말을 할 때 속으로 구구단이나 국가 외기 등 단순 암기를 해서 답 한대요.
성모 : 딴생각을 해서 흥분을 피한다 이거냐?
찬성 : 그렇죠. 아니면 발바닥에 용천혈을 자극시켜 고의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어요.
성모 : (생각) 그럼 다시 시작해보자.
찬성 : 당신은 조필연에게 복수를 하고 싶습니까?
성모 : (흔들리는 눈빛, 속으로 뭔가를 생각하는 듯) 아닙니다.
(기계가 움직이지 않는다...참이다. 그 위로..)
찬성 : (E) 충분히 훈련했으니까 웬만해선 거짓말 탐지기 안 먹힐 거예요.
씬18. 다시 경찰서 취조실 안
강모 : .. (안도하지만, 여전히 걱정스럽고)
찬성 : 내가 장부를 갖고 있길 잘했어요.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저들도 어쩌지 못할 겁니다.
강모 : 대체 누가 이런 일을 꾸미는 겁니까?
찬성 : 아무래도, 조필연이 배후에 있는 것 같아요.
강모 : ..!! (놀란다)
찬성 : 아까 정보부 복도에서 고재춘을 만났어요.
강모 : .. (생각하다가) 그 장부, 저한테 넘기세요.
찬성 : ..! (정색한다) 그건 안됩니다.
강모 : 조필연이 의심을 하고 있다면, 형, 절대 쉽게 못 풀려나요. 더군다나 지금 찬성씨까지 도청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찬성 : (OL) 섣부르게 행동하다 오히려 강모씨까지 다칠 수 있어요.
강모 : ...
찬성 : 장부는 안전한 곳에 보관해 뒀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강모 : 혹시 형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꼭 연락주세요.
씬19. 미러 밖 / 취조실 안
(필연과 오실장이 미러 안의 성모를 보고 있다. 잠시 취조를 멈추고 성모 혼자 앉아 있는 취조실 안...)
오실장 : 잘못 짚었어... 이성모는 아니야. 그만 풀어 주겠네.
필연 : (노려보다가) 아니, 끝까지 자백 받아 내.
오실장 : ..? 혐의도 없는데 잡아 두라는 건가?
필연 : 너무 능숙해. 마치 오랫동안 거짓말 탐지기에 대비라도 한 것처럼..
오실장 : ...!!
필연 : 성모 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요원이야. 이북에 끌려가도 쉽게 입을 안 열거네.
오실장 : 자네 말도 일리가 있네만... 솔직히 말하면.. 비자금 문젠 내가 감당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네.
필연 : (본다)
오실장 : 이성모는 정보부 내에서도 인정을 받은 자야. 이 사실이 내부에 알려지면 골치 아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란 말이네.
필연 : 왜 이래, 오실장? 이건 기 싸움이야. 벌써부터 이성모한테 밀리는 건가?
오실장 : .. (한숨) 만약 우리 짐작이 틀리면?
필연 : 이성보다도 직관이 더 정확할 때가 있어... (미러 안을 보며) 이건 낚시와도 같아.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싸움이야.
(취조실 안의 성모..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본다. 필연, 보는데..)
씬20. 보일러 공장 안 (다른 날 낮)
(활기차게 돌아가는 공장 내부... 강모와 기술이사, 영출과 소태, 시덕이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이것저것 설명하는 기술이사.. 영출이 열심히 받아 적고.. 강모, 질문을 하며..)
씬21. 어느 벌판
(‘만보건설 보일러 공장부지’ 푯말이 서 있다. 민우와 성중, 김교수와 몇몇 연구진들이 벌판을 보고 있다.
성중, 공장 부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민우, 손짓으로 뭔가를 지시하며...)
씬22. 한강건설, 사장실 안
(기술이사가 와 있다. 차트를 놓고 브리핑 중이고.. 강모와 영출, 소태, 시덕이 있다)
기술이사 : 한국형 온돌가스보일러 개발의 문제점이 층간의 수압차입니다.
거기다가 물이 끓게 되면 바닥 파이프가 팽창을 하게 되는데, 그 문제도 해결해야 할 난제구요.
김교수 : (E) 그 문젠 해결 됐습니다.
씬23. 어느 회의실 안
(연구소쯤의 소회의실... 민우가 김교수 일행들에게 보일러에 관한 연구 보고를 받고 있다.
민우와 성중이 앉아 있고.. 김교수와 연구원들이 앞에서 차트를 넘겨가며..)
김교수 : 아파트 층간 높이 때문에 발생되는 수압을 균일하게 만들어 주는 기계가 개발됐습니다.
물이 끓게 되면 파이프에 팽창 탱크를 부착해서 해결하면 됩니다.
민우 : 훌륭하네요. 다 좋은데... 가스 배출은 스프링 쿨러처럼 유독 가스가 배출 될 때 인식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세요.
김교수 : 알겠습니다, 회장님.
씬24. 한강건설 사장실 안
(강모와 기술이사, 소태, 시덕, 영출이 있고.. )
시덕 : 만보건설에선 벌써 보일러 공장 부지까지 확보했데.
소태 : 걔들이 벌써 공장을 설립하려는 거 보면, 우리보다 개발 속도가 빠른 거 아냐?
영출 : 그게 그렇게 쉽겠어? 여기 양이사 같은 기술자도 쩔쩔매는 건데?
강모 : 우리한테 핵심 기술이 빼내갔으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에요.
기술이사 : 이럴 때 공장장이었던 이성구씨만 있었어도..
소태 : 기술 빼돌려서 내뺀 사람은 왜 찾아요? 확 씹어먹어두 시원찮겠구만.
강모 : 이성구씨, 만보건설로 들어갔습니까?
기술이사 : 우리쪽 눈치를 보느라, 아직 무직 상태로 있는 것 같아요.
강모 : ... (뭔가 생각)
씬25. 어느 공중전화 부스
(남루한 형색의 공장장이 전화중이다)
공장장 :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성중 : (F) 공장 설립 때까지 기다리라고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공장장 : 저번에 주신 돈은 아들 수술비로 다 들어갔습니다. 당장 밀린 입원비부터 해결해 주시면.. (전화 끊긴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공장장, 수화기를 놓는다. 깊은 한숨을 내쉬는데..)
씬26. 병원, 병실 안
(심장 수술을 끝낸 지 얼마 안 되는 아이가 누워서 잠들어 있다. 그 옆에 과일 바구니가 놓여 있고..
공장장이 침울하게 들어서면... 부인이 맞이하며..)
부인 : (밝은 기색) 어디 갔다 이제와요?
공장장 : 왜?
부인 : 아까 누가 왔었는데, 이번 달치 입원비 계산해주구 갔어요.
공장장 : 누군데?
부인 : 그냥 당신이 잘 아는 사람이라구..
공장장 : (얼굴 환해지며) 그래? 그럼 그렇지, 만보건설이 날 버릴 리 없지.
씬27. 어느 거리 / 승용차 안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승용차가 신호등 앞에 다가와 선다.
뒷자리의 민우가 창밖을 보는데.. 길거리에 옷, 악세사리를 파는 행상들이 있고..
각각 ‘차수정이 했던 귀걸이와 목걸이’ ‘차수정 자켓’ 들이 붙어 있고 젊은 여자들이 분주하게 사고 있다.
민우, 왠지 쓸쓸하게 그 풍경들을 보는데..)
씬28. 구두매장 안
(미주와 매니저, 선화가 와 있다. 말끔하게 생긴 30대 남자가 있고... 00구두 본사 직원이다)
매니저 : 그러니까, 우리 수정이 이름을 걸고 이 매장을 새롭게 오픈 하겠다, 그겁니까?
직원 : 예.. (서류를 내민다) 여기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계약 조건입니다.
미주 : (계약서를 보며) 최종 결정이 언제 나는 거죠?
직원 : 차수정씨만 승낙하시면 이사회를 거쳐 일주일 안에 결정이 날겁니다.
미주 : 매장 수익금의 십 프로를 주신다고 하셨죠?
직원 : 예.
미주 : 최종결정이 나면 그 중 육천만원만 선지급 받았으면 하는데, 가능 할까요?
직원 : 충분히 가능 할 겁니다.
미주 : 하겠습니다. (계약서에 싸인을 한다)
매니저, 선화 : .. (보는데)
직원 : 고맙습니다. 결정 나는 대로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가면)
선화 : 잘됐다. 미주야... 이제 일주일 뒤면 만보건설 위약금 남은 거 다 갚을 수 있겠다.
미주 : 어...
씬29. 기획사 건물 전경
씬30. 동, 사무실 안
(미주와 선화와 매니저가 들어온다. 문성중이 와서 기다리고 있고..)
매니저 : (당황) 문 이사님?
성중 : (미소, 미주에게) 만보건설 문성중입니다.
미주 : 무슨 일이시죠?
성중 : 오늘 부터 광고 컨셉 회의 있는데... 수정씨가 들어야 할 얘기가 있습니다.
미주 : 만보건설 계약건은 위약금을 일부 지급 했는데요?
성중 : 아직 완료가 되지 않은 상태이시기 때문에... 저희쪽 요구를 들어 주셔야만 합니다.
미주 : 일주일 뒤면 갚을 수 있습니다. 일주일만 기다려 주시면...
성중 : (O.L) 곧 입주 모집 분양을 해야 하는데.. 차수정씨 때문에 손해를 입게 된다면,
위약금뿐만 아니라 손해 배상 청구를 당하시게 될 겁니다.
미주 : ...
선화 : 이게 다 매니저님 잘못이에요. 왜 회사 이름을 잘 못 알아가지고 이 사단을 만들어요?
매니저 : (찔금해서) 미안하다. 수정아... 내가 짤리는 한이 있더라도.. 사장님한테...
미주 : 됐어요. 그러지 마세요. (성중에게) 지금 가면 되는 건가요?
씬31. 달리는 차 안
(성중이 운전을 하고 있고... 뒷좌석에 미주가 타고 있다)
성중 : 좀 전에 고압적으로 말씀 드린 거 죄송합니다.
미주 : ...
성중 : 회장님께서... 차수성씨가 개인적으로 만나시는 게 부담 되시면.. 그 조항은 이행할 필요 없다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미주 : ...! (본다)
성중 : 저희 회장님, 진심으로 차수정씨 돕고 싶어 하십니다.
회장님 모시는 사람으로서... 수정씨... 아니 이미주씨가 그것만은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미주 : ... (무겁다)
씬32. 만보건설 엘리베이터 안
(미주와 성중이 들어오는데... 민우가 기획실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성중 : 회장님... 차수정씨 오셨습니다.
미주 : ... 잠깐 얘기 좀 했으면 하는데요?
민우 : (보지않고, 차갑게) 문이사님 다 설명 하셨죠?
미주 : .. (민우를 보는데)
성중 : 네...
민우 : 그럼 나하고 더 할 얘기가 없을 겁니다.
(엘리베이터가 온다. 민우와 직원들이 타고... 성중과 미주가 탄다.)
씬33. 만보건설, 회의실 안
(김대리가 콘티판을 들고 설명하고...
미주, 민우를 쳐다보는데... 민우, 전혀 시선을 주지 않는다. 그 위로.. )
김대리 : (콘티판를 가리키며) 이번 광고의 컨셉은 지금 제작중인 온돌 가스 보일러의 장점을 부각 시키는데 착안했습니다.
차수정씨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두꺼운 코트를 벗어버리면 슬립정도의 가벼운 옷차림이 됩니다.
이때, 카메라를 보면서 ‘집에선 이런 차림이 제일 편한 거 아시죠?’ 이 멘트와 함께 광고가 끝이 나는 겁니다.
성중 : 회장님... 이상이 준비한 컨셉들입니다.
민우 : 다들 재밌군요. (보지 않고) 차수정씨?
미주 : (본다)
민우 : (콘티 서류를 들추며) 이 중에 마음에 드는 게 뭡니까?
미주 : ... (보다가) 죄송합니다. 전... (안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다른 직원 들 앞에서 민우 체면 구기고 싶지 않다)
광고는 잘 모릅니다.
민우 : ... (그제야 미주 본다)
미주 : ... (시선 외면하고)
민우 : (사무적으로) 이번 광고는 차수정씨가 향후 활동할 이미지와 어울려야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말하세요.
미주 : ... 전... 서대리님 컨셉이 제일 맘에 듭니다.
민우 : (성중에게) 문 이사님, 서대리 컨셉으로 진행 시키는데... 설정에 눈을 추가하세요.
집에 들어선 차수정씨의 옷과 머리에 눈이 쌓여 있는 게 좋겠어요.
성중 : (미소) 알겠습니다. 회장님.
민우 : 문 이사님은 차수정씨 좀 바래다 드리세요.
성중 : 네. 회장님.
미주 :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민우 : 그래요. 그럼.
(미주, 보는데.. 민우, 콘티서류를 보며 눈길을 안주고.. 미주, 밖으로 나간다.
문이 닫히면 민우, 그제야 깊은 한숨을 내쉰다. 문 쪽을 보는데.. 아련한 표정...
미주를 옆에 두고 싶은 마음에 부담주지 않으려고... 그 동안, 참고 있었던 것... 다른 직원들이 다들 나가고 나면...)
민우 : 문 이사님.. 이미주가 지난 사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요?
성중 : 매니저는 모르는 거 같고, 이런 일에 전문가를 붙여서라도 알아보겠습니다.
민우 : 부탁드릴게요.
성중 : 네, 회장님.
씬34. 동, 복도
(미주가 힘없이 걸어 나오는데.. 매니져와 선화가 급히 다가온다)
매니져 : 수정아..
선화 : 어떻게 됐어? 촬영이 언젠데?
미주 : 이번 주말...
선화 : 어떡해? 그 전까지 남은 위약금 못주잖아.
미주 : .. (걱정스럽게, 한숨 내쉬며)
선화 : 그러지 말구... 니 작은 오빠한테 얘기 해 보는 건 어때?
미주 : 민우씨 일로 오빠들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하든 촬영을 지연 시켜 봐야지.
씬35. 안기부 복도
(조필연이 다가온다. 이때, 다가오는 오실장과 박과장...)
필연 : 이성모는 좀 어때?
오실장 : (힘들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 자네만 찾고 있어.
필연 : ... (눈빛)
씬36. 동, 취조실 / 매직미러 밖
(성모가 피곤한 듯이 이마를 괴고 앉아 있다. 들어서는 조필연.. 성모, 보지 않은 채...)
필연 : 성모야.
성모 : ..! (보더니 자세 바로하고) 의원님.
필연 : .. 방금 소식을 듣고 오는 길이다.
성모 : 제가 의원님을 뵙겠다고 했습니다. (거울을 본다)
필연 : (거울 앞에 다가가고) 단 둘이 얘기 좀 하고 싶은데..
(미러 밖... 오실장과 박과장이 지켜보고 있고..)
필연 : 설마, 나까지 못 믿는 건 아니겠지? 내가 책임지겠네.
(오실장, 박과장에게 고개 끄덕인다. 박과장이 요원에게 신호를 보내면.. 어두워지는 매직미러..
취조실 안.. 필연이 자리에 앉자마자)
성모 : (급한 척)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대체 왜 정보부에서 각하의 비자금을 캐내려는 건지..
필연 :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비자금 실체가 언급됐던 모양이다.
성모 : 공공연했던 소문 아닙니까?
필연 : (떠보듯) 문제는.. 비자금 내역을 적은 장부가 나타났다는 거야.
성모 : 장부라뇨? 그런 장부가 존재한단 말입니까?
필연 : ... (본다)
성모 : 저 말고, 비자금 모금에 관여한 사람이 또 있습니까?
필연 : 아니, 없어.. 너와 나.. 둘 뿐이다.
성모 : 뭔가 음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필연 : 그렇게 생각 하냐?
성모 : 그렇지 않다면 장부가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목격자가 있습니까?
필연 : (괜한 소모전 같다는 생각) 성모야.. 장부를 그만 내놓는 게 어떻겠냐?
성모 : ..! (굳어진다) 절.. 의심하고 계시군요.
필연 : 누구든 장부를 적을 수는 있어. 더군다나 너처럼 이 계통에서 오래 몸을 담은 사람한텐 습관적인 걸 테지.
성모 : 의원님..!
필연 : 장부가 안 나오면.. 이 사람들, 절대 널 빼내주지 않을 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냐? 장부를 내 놔야만 이 일이 무마되고 니가 무사히 나올 수 있어.
성모 : .. (빤히 본다)
필연 : (가까이) 혹시 그 장부를... 다른 사람한테 보여준 건 아니겠지?
성모 : ..
필연 : 이를테면.. 민홍기라든가...
성모 : 만약, 이 소문이 각하의 귀에 들어가면.. 의원님께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겠죠.
필연 : ..!! (굳어진다)
성모 : 누군가가 의원님을 음해하려고 꾸민 짓입니다. 만약 그 자를 잡지 못한다면... 차라리 제가 다 떠안고 가겠습니다.
필연 : ... (노려본다)
성모 : 그 편이 좋을 것 같군요. 제가 장부를 적었다고 하십시오.
필연 : (표정 풀리며) 성모야... 니 맘 다 알아. 하지만, 어떻게 나 살자고 널 희생 시킬 수 있겠냐?
성모 : ..
필연 : 음해든 실제든... 범인은 곧 잡힐 거야. 내가 잡을 거다.
성모 : ...
필연 : (일어서다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날 불러. 오실장이 그건 양해해주겠다고 했어. (나간다)
성모 : ... (이내 노려보는 눈빛으로)
씬37. 어느 소회의실 안
(오실장이 창문 밖을 보고 있다. 들어서는 조필연.. 오실장이 돌아본다)
필연 : 역시 책상에 무릎을 맞대고는 안 되겠어. (눈빛) 방식을 바꾸게.
오실장 : 무슨 말인가?
필연 : 자네들이 잘하는 거 있잖아.
오실장 : ..!! 이성모를.. 고문하란 말인가?
필연 : 심리적으로 안되면 육체적으로 가야지.
오실장 : 여기 분위기 몰라서 그래? 잘못하다간 내가 다 뒤집어쓰게 돼.
필연 : 김부장한텐 내가 잘 얘기 하겠네.
오실장 : ..!
필연 : 이성모를 담당할 팀을 소개해 주지. 서빙고 대공 분실쪽 애들이 야무져. 그런 일엔 프로지.
오실장 : ... (대답 못한다)
필연 : 이보게, 오실장. 자네 지금 날 위해서가 아니라 각하를 위해서 일하는 거야. 이건 자네한테 둘도 없는 기회란 말이네.
오실장 : .. (곤혹스럽다)
씬38. 요정집 전경 (밤)
씬39. 동, 방안
(노갑수와 세 명의 기업체 사장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기생들이 사이사이에 앉아 있고.. 명월이 노갑수 옆에 앉아 있다. 흥겨운 분위기..)
갑수 : 니들 오늘, 이분들 잘 모셔야 한다, 알았냐?
명월 : 걱정 마세요, 회장님. (술 따라주고)
사장 1 : 술은 우리가 사드려야 되는 건데.
갑수 :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번에 새로 고객들이 되셨으니 제가 사야죠.
(이때, 문이 열리며 유경옥이 서슬 퍼렇게 들어선다. 사장들이 경옥을 보자 다들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듯이 찔끔한다)
갑수 : 유사장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경옥 : ... (대꾸 없이, 사장들에게) 저희와 거래를 끊은 이유가, 노사장 때문이었나요?
사장들 : .. (시선 외면하며)
경옥 : 여기 계신 사장님들, 돌아가신 백파 어르신 돈으로 성공하신 분들이에요. 이십년 거래를 어떻게 하루아침에...
갑수 : (OL) 돈이 왜 돈이겠어요?
경옥 : .. (노려본다)
갑수 : 돌고 돌아서 돈이 아닙니까? 이분들.. 이젠 내 고객입니다.
경옥 : 이런 식으로 나와 맞서보겠다는 건가요?
갑수 : 난 그냥 사업을 하자는 겁니다. 이번에 나온 세금이 꽤 크다던데..
경옥 : ... (노려본다)
갑수 : 필요하면 도움 청하세요. 이 노갑수.. 유사장 어려운 거 외면할 사람 아닙니다. (웃는다)
경옥 : .. (썩 나간다)
갑수 : (씩 웃다가) 자, 분위기가 좀 그렇습니다. 한잔씩들 하시죠.
명월 : .. (본다)
씬40. 동, 다른 방
(정식이 술을 마시고 있다. 들어서는 명월... 정식이에게 다가가 뭔가 귓속말을 열심히 전해준다.
정식, 명월의 말을 들으며.. 눈빛이 매섭다. 복수심..)
정식 : 노갑수란 사람에 대해서 알아 낼 수 있는 만큼 알아 내줘.
명월 : 알았어, 오빠.
정식 : .. (눈빛, 이를 갈 듯)
씬41. 한옥집 전경 (낮)
태섭 : (E) 그냥 누워 있으래두.
씬42. 동, 방안
(태섭이 와 있다. 아픈 기색의 경옥이 일어나 자리에 앉는다)
경옥 : 그냥 몸살이에요. 괜찮아요.
태섭 : (안쓰럽게 본다) 이리 와 봐. 내가 어깨 주물러 줄게.
경옥 : 괜찮다니까요.
태섭 : 와 보래니까.. (경옥의 어깨를 주물러 준다)
경옥 : .. (그 손길이 나쁘지 않다)
태섭 : 요즘 사업 때문에 많이 힘든 거 안다. 니 덕에 죽은 목숨 살았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고작 이런 거, 뿐이니..
경옥 : ... (옅은 미소) 이걸로도 나 충분히 만족해요.
(태섭, 미안하고 안쓰럽다. 손길을 멈추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마른 침 한번 삼키고 조용히 뒤에서 안으려는데..)
정연 : (E) 사장님, 저 왔어요.
(태섭, 화들짝 놀라서 떨어진다. 얼른 딴 짓하고.. )
정연 : (E) 사장님? 주무세요?
경옥 : (가다듬고) 드, 들어와요.
정연 : (들어선다, 태섭 보고 의외인 듯) 아버지? 아침 일찍 어쩐 일이세요?
태섭 : 어? 뭐 좀 할 얘기가 있어서.. 넌 어쩐 일이냐?
정연 : .. (두 사람을 보는데, 속으로 그려지는 미소)
태섭 : .. (그 시선이 쑥스럽고)
경옥 : (애써 침착하게) 앉아요.
정연 : (앉는다, 사업 계획서를 꺼내 건네며) 이번에,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의 호스트를 맡았어요.
(경옥, 사업계획서를 본다. ‘88서울 올림픽 후원회를 위한 푸른 서울의 밤’)
경옥 : (놀라서) 이거, 꽤 큰 행사로 아는데.. 이걸 정연양이 맡았다구요?
정연 : 예, 우리나라 경제계의 인사들은 다 모일 거예요.
태섭 : 정치인들도 모이냐?
정연 : 전 그랬으면 좋겠는데, 한명석 부시장님이 반대를 하시네요.
태섭 : 정치권이 요즘 워낙 민감하니까..
경옥 : (웃음기 보인다) 제 2 금융권 사업을 따내려면, 고객 확보가 우선이에요.
정연 : 이 행사를 계기로 최소한 오십억 정돈 유치해 보려구요.
경옥 : .. (내심 흐뭇하게 태섭을 본다)
태섭 : 다들 식사 전이지? 요 앞에 한정식집이 있던데 가서 밥 먹자.
정연 : (미소) 배고파요, 아버지.
씬43. 동 밖 골목
(태섭과 정연, 경옥이 걸어 나오고 있다. 정연, 이번 행사에 관해서 열심히 이야기 한다.
태섭과 경옥이 간간히 웃음 지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승용차 안... 정연일행이 지나가면 차 창문이 열린다. 정식이다. 웃어 보이는 정연들을 보며..)
정식 : 웃어? 울 엄마, 불쌍하게 죽여 놓고 웃음이 나 와? (눈물 고여 노려본다) 당신들... 울 엄마,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한 대가
반드시 치루게 할 거야. 그래야... 울 엄마, 저승에서라도 웃지...
씬44. 안기부 복도 (밤)
(늦은 밤이라 인적이 없는 복도.. 성모과 박장, 윤계장과 요원 두 명이 걸어 나온다.
길게 하품을 하며 나오던 찬성이 성모들을 보더니 급히 몸을 숨기고 본다.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는데.. 찬성, 따라가고..)
씬45. 동, 지하주차장
(걸어 나오는 성모 일행들... 성모, 걸음을 멈춘다)
성모 :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건데요?
박과장 : 말했잖아. 오 실장님이 너하고 술 한 잔 하고 싶어 하신다고.
성모 : (노려본다) 우리끼리 이러지 맙시다. 다른 눈치는 없어도, 코앞에 있는 공기가 매운지 쓴지 정돈 감으로 아니까.
윤계장 : (인상 쓰며) 이과장님.. 괜히 험한 꼴 보시기 전에..
(성모, 빠르게 윤계장의 조인트를 까더니 주먹으로 얼굴을 지른다. 나가떨어지는 윤계장..)
성모 : 시건방 떨지마, 새꺄..! 니가 언제부터 나한테 명령이야?
박과장 : .. (총을 성모 머리에 겨눈다) 조용히 협조해.
성모 : ..! (노려본다)
(일각에서 보던 찬성이 자신도 모르게 품 안에 손을 넣어 권총을 잡는다.
이때 지프차가 다가오더니 멈춰 선다. 험상궂은 대공 분실 수사관들이 내리며 인사하고...)
박과장 : 우리 원망 마라. 우리도 좋아서 이 짓 하는 거 아니니까.
성모 : 내 죄를 못 밝히면.. 그땐 선배고 뭐고 없어.
(수사관들이 성모를 데리고 차에 올라탄다. 급히 출발하는 지프차.. 박과장이 보는데... 윤계장이 절뚝거리며 다가오고..
그 일각.. 찬성이 안타깝게 보는데..)
씬46. 어느 빠 안
(강모가 정연이 작성한 기획안을 보고 있다. ‘88서울 올림픽 후원회를 위한 푸른 서울의 밤’
정연이 옆에 있고.. 강모가 보는 기획안 안에 기업들의 명단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고...
그중 맨 처음 자리에 한강건설 이강모의 이름이 적혀 있다)
정연 : 우리나라에서 오십 위권 안에 드는 기업들을 다 초청할 거야. 한강건설이 가장 첫 번째고...
강모 : 그래두 돼? 우린 백 위 안에도 못 드는데..
정연 : 내가 호스트니까 내 맘이야. 강모 니가 제일 첫 번째 초대 손님이구.
아마, 굴지의 기업들 다 제치고 맨 앞자리에 앉게 될 걸?
강모 : 영광인데? 그런 자리에 초대되는 것만으로도 기업 홍보에는 엄청난 득이 될 거야.
정연 : (한숨 휴, 내쉬며) 쬐끔.. 아주 쬐끔 갚았어. (미소) 너한테 진 빚...
(강모, 미소 보이는데.. 이때, 시덕이 급히 들어선다)
시적 : 강모야..! (하다가 정연을 의식하고, 전화번호를 내민다) 빨리 여기 전화 걸어 봐.
강모 : 뭔데?
시덕 : 찬성씨야.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아.
강모 : ..! (불길하다, 빠텐더에게) 전화 좀 쓸 수 있죠?
(빠텐더가 밑에서 전화기 한 대를 올려준다.
강모, 시덕이 준 메모지의 전화번호를 보며 다이얼을 누르는데.. 정연, 뭔 일인가, 보고...)
씬47. 어느 문구점 앞 (그 밤)
(영업이 끝나 문구점 앞의 빨간 공중전화... 수신이 가능한 개인 소유 공중전화다.
찬성이 주변을 살피며 초조하게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숨 가쁘게 울리는 전화벨.. 찬성이 얼른 수화기를 든다.)
강모 : (F) 무슨 일이에요?
찬성 : 상황이 어렵게 됐어요. 과장님이... 서빙고 지하실로 끌려갔어요.
씬48. 빠 안
강모 : ..!! (크게 놀란다) 자세히 말해 봐요. (듣는다, 일그러지는 표정)
정연 : .. (심상치 않은 듯이)
강모 : 그 장부, 어딨습니까? 말해 주세요.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형 죽을 수도 있어요.
정연 : ..! (놀라는데)
찬성 : (F) 일호선 영등포 역 지하철 오백이번 사물함에 있어요.
강모 : 열쇠는요? (사이) 알겠습니다. 협조 부탁할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끊는다, 시계를 보는데)
정연 : 형이 죽게 됐다니? 무슨 말이냐?
강모 : .. 시간이 없어. 갔다 와서 봐. (급히 나간다)
정연 : 강모야... (부르다가, 불안한 표정)
씬49. 지하철 역사 안
(1호선쯤의 영등포 역사 안이다. 늦은 밤이라 인적이 별로 없고..
개인 사물 함 앞... 시덕이 앞을 가리며 신문을 펼쳐든다. 소태가 주변을 살피며.. 그 뒤쪽.. 강모가 열쇠로 사물함을 연다.
그 안에서 나오는 작은 상자... 강모, 상자를 열면 비자금장부와 의원들의 개헌 찬성 동의서다.
강모, 가방에 장부와 동의서를 집어 놓는데.. 시덕이 신문을 접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하는 강모 일행들...)
씬50. 한강건설 사장실 안 (그 밤)
(강모가 국회의원 동의서를 보고 있다. 민홍기를 중심으로 적혀 있는 이름들.. 그 옆에 장부가 있고...
소태와 시덕... 강모의 표정을 살핀다. 강모, 뭔가 일을 꾸미려는 듯한 표정)
시덕 : 그걸로.. 형 살리겠다구?
소태 : 야, 강모야... 상대가 깡패들이라면 우리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강모 : ..
소태 : 아니, 그렇다고 형을 모른 척 하자는 건 아닌데.. (울상) 아무리 그래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구..
강모 : 니들은 회사 일에만 전념해.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시덕 : 그런 말이 어딨어? 니 일이 우리 일이지, 임마.
소태 : 차라리.. 이거 정치하는 사람들한테 줘버리자. 그 사람들이 알아서..
강모 : (버럭) 그럼 우리 형 죽는다니까..!!
성모 : ..!! (E, 비명소리)
씬51. 대공 분실 지하실 안
(비명을 지르는 성모... 전기고문 중이다. 몸에 부착되는 전선 코일들.. 전기 집게가 물려 있고... 수사관 두어 명이 있고..
수사관 1이 전압을 낮추면.. 성모, 축 늘어지며..)
수사관 : 어때? 이제 장부가 어딨는지 기억 좀 났나?
성모 : ...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노려본다)
수사관 : 당신도 이런 거 전문일 거 아냐? 선수들끼리 시간 끌지 말자고.
성모 : (노려보다가 씩 웃는다) 내가 한 수 윌 거다... 니들 얼굴.. 똑똑히 기억해두지.
(수사관들, 잠시 그 기세에 눌려 서로 시선 맞춘다.
주파수를 올리는 수사관.. 성모, 이를 악물며 참아보지만 터져 나오는 비명..)
씬52. 해피금융, 사무실 안 (낮)
(정연이 타자기로 타이핑을 하고 있다. 책상 위에 ‘88서울 올림픽 후원회를 위한 푸른 서울의 밤’ 기획안이 펼쳐져 있고..
수정 중이다. 잠시 타이핑을 멈추고는 생각에 잠기는데... 그 위로...)
씬53. 어느 차 안 (회상, 그날 이른 아침)
(운전석에 강모가 있고... 조수석에 정연이 앉아 있다)
정연 : ... 나도 도울게.
강모 : .. (본다)
정연 : 내가 어떡해야 할지만 알려 줘.
강모 : 지금까지 뭔 말을 들은 거야? 위험한 일이라구 했잖아.
정연 : 너두 지금 위험한 일을 하려는 거잖아.
강모 : (답답해서) 정연아...
정연 : 상대가 조필연이라면 나도 모른 척 하기 싫어.
강모 : 너 지금 잘못 알구 있어.. 조필연이 아냐.
정연 : ..? 무슨.. 말이야? 그 사람과 연관된 돈이라며?
강모 : 그 비자금..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의 돈이야...
정연 : ..!! (크게 놀란다)
강모 :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 일에 연관 된 사람, 다 죽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이번 일 만큼은...
정연 : 너도 죽을 줄 알고 날 구하러 온 거였잖아.
강모 : ..! (본다)
정연 : ... 내가 인질로 잡혔을 때.. 니 목숨 내놓고 온 거잖아.
강모 : ...
정연 : 니 말대로, 상대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이라면... 너 혼자 싸우게 하기 싫어... 난 그렇게 못해..
강모 : ... (그 맘이 고맙지만) 그래도 안돼... 절대 안 돼.
씬54. 다시 사무실 안
(정연이 ‘88서울 올림픽 후원회를 위한 푸른 서울의 밤’ 기획안을 집어 들고 본다. 뭔가 의미심장하게 생각하는데...)
씬55. 시청, 부시장실
(정연이 와 있다. 커피 잔이 놓여 있고... 한명석이 ‘88서울 올림픽 후원회를 위한 푸른 서울의 밤’ 기획안을 보고 있다)
명석 : 정치인들은 초대하지 말자고 했을 텐데요.
정연 : 제가 이번 기획의 총 책임자에요. 맡겨주셨으면... 제 의견을 따라 주셨으면 합니다.
명석 : 요즘 여야 대립이 극에 달했어요. 이런 자리에 모이게 했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단 생각 안 해봤어요?
정연 : 그 문젠, 제가 책임질게요.
명석 : 굳이 이러는 이유가 뭔지 들어봅시다.
정연 : 꽃이 있어야, 나비가 꼬이는 법이에요. 힘 있는 정치인들이 없으면 초대한 기업인들 중에 상당수가 불참 할 수도 있습니다.
명석 : ...
정연 : 전 이번 행사의 최대 관건이 흥행이라고 생각해요. 후원회의 규모를 최대한 늘려야 합니다.
명석 : .. (기획안을 보며) 이날, 초대가수도 있군요.
정연 : 조용필씨를 초대하려구요. 이런 행사에 걸맞는 최고 가수잖아요.
명석 : 초대가수는 내가 정할게요. 차수정씨라고 알아요?
정연 : (잘 모른다) 차.. 수정이요?
명석 : 요즘 뜨는 신인가순데... 오히려 이런 자리엔 잘 맞을 것 같아요.
정연 : 그럼, 제 계획대로 정치인들 초대하는 거죠?
명석 : 그럽시다.
정연 : .. (미소, 그 위로)
강모 : (E) 형을 구할 방법이 있다고?
씬56. 한강건설, 사장실 안
(정연이 와 있고..)
정연 : 내가 이번에 주관하는 올림픽 후원회의 밤에 여야당 할 거 없이 다 초대하기로 했어.
강모 : ...! (본다)
정연 : 구체적인 계획은 니가 세워야겠지만... 뭔가 도움이 될 거 같지 않니?
강모 : ... (골똘히 생각하는)
씬57. 문구점 앞 (밤)
(빨간 전화 부스 앞에서 찬성이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면 찬성이 급히 수화기 들고..)
찬성 : 납니다. 말씀하세요.
씬58. 한강건설 사무실
(강모가 혼자 통화 중이다)
강모 : 형을 돕는 정치권 인사가 혹시 민홍기 의원입니까?
찬성 : (F) 민홍기가 아닙니다. 황태섭 회장이에요.
강모 : ..! (놀라서) 형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황회장님과 손을 잡은 겁니까?
찬성 : (F) 그 이윤... 강모씨가 모르는 게 좋을 거예요.
강모 : .. (짐작하는 눈빛) 형 상황, 계속 알아봐 주세요.
찬성 : (F) 다음부턴 연락 방법을 바꿔야겠어요.
강모 : .. (수화기 놓는다, 생각)
씬59. 국회의사당 내, 소회의실 안 (낮)
(민홍기와 박의원 강의원이 모여 있다. 뭔가 쫓기듯 긴박한 분위기)
박의원 : 요즘 우리 산악회 회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강의원 : 여당 내에서 개헌 찬성파 색출 움직임이 있단 소문까지 돌고 있어요.
홍기 : 그래서 두 분을 뵙자고 한 거 아닙니까? 우선 내부의 동요부터 막고..
박의원 : 우리 그만 이쯤에 발을 뺍시다.
홍기 : 박의원님까지 왜 그러십니까?
강의원 : 지금 분위기로는 나도 개헌 찬성에 가담 할 수 없어요.
홍기 : 강의원님?
박의원 : 꼬리가 길면 잡힙니다. 산악회도 이쯤에서 해산 시키는 게..
(이때, 문이 확 열리며 조필연이 들어선다. 일순, 긴장감이 돌며..)
필연 :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들 하십니까?
박의원 :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간다)
강의원 : .. (나가고)
필연 : (그들을 곱지 않게 보며) 요즘은 두 명 이상만 모이면 개나 소나 현 정부를 욕한다더군.
설마 여당 의원들도 그러는 건 아니겠지?
홍기 :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욕할 일이 있으면 못 참아.
필연 : (비웃듯이 씩 웃고) 어련 하겠나? 이성모가 정보부 내에서 조사를 받는 모양이야.
홍기 : ..? 무슨 일로?
필연 : 여당 의원 중에 야당과 접촉을 시도하려던 자들이 있어. 성모가 그 정보를 누군가에게 빼돌린 거 같아.
홍기 : ..! (놀란다)
필연 : 내가 도와주고 싶어도, 이미 늦었어. 지금 서빙고 지하실에 있네.
홍기 : ...
필연 : 자네도 알다시피 거기 가면 둘 중에 하나야. 실토를 하던가, 병신이 되든가...
난 전자에 걸겠네. 이성모가 무슨 민주투사라고 살이 찢기는데 참고 있겠나?
홍기 : 그 말.. 나한테 하는 저의가 뭐야?
필연 : 혹시... 이성모의 귀띔을 받은 사람이 자넨가 싶어서.
홍기 : 야, 조필연..!
필연 : 오이 밭에선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풀지 말라고 했네.
괜한 오해 살 짓 말라는 거야. 알겠나? (나간다)
(필연이 나간 쪽을 노려보던 홍기.. 서서히 두려움으로 바뀐다.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게..)
씬60. 일식집 방안
(민홍기와 황태섭이 만나고 있다)
태섭 : ..!! (놀라서)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제 와서 의원들이 포기를 하다니요?
홍기 : 차라리 그 장부와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나한테 주시오.
태섭 : 그건 왜요?
홍기 : 그거라도 있으면 내가 어떡하든 의원들의 마음을 돌려볼 수 있어요.
태섭 : 안 됩니다.
홍기 : 황회장..! 지금 사태 돌아가는 게 어떤지 몰라서 그래요?
태섭 : 애초의 약속이, 야당과 공조한다면 드리겠다고 하질 않았습니까?
홍기 : ... 지금 이성모, 서빙고 자하실에 끌려가 있소.
태섭 : ..!! (크게 놀란다)
홍기 : 놀라시는 걸 보니.. 내 생각이 맞았군요. 그 장부의 출처.. 이성모가 틀림없소.
그날, 정보부쪽 공작을 알려준 사람도, 물론 그 친구일 테고..
태섭 : ... (애써 태연하게) 뭐... 좋도록 생각하십시오.
홍기 : 만약 이성모가 고문에 못 이겨서 입을 열게 된다면... 제일 먼저 황회장이 죽을 거요.
태섭 : ...!! (식은땀이 난다)
홍기 : 어서, 그 장부를 내게 주시오. 그게 우리가 살 길이오.
태섭 : ... (보는데, 그 위로)
태섭 : (E) 근데... 자네 민홍기 의원하고 친하지 않았나?
- 인써트 (45부, 41씬)
성모 : 전 민의원을 믿지 않습니다. 그 동안, 못 볼 걸 너무 많이 봐왔죠.
- 다시 현실
홍기 : 어서 장부를 나한테 넘기시오, 황회장.
태섭 : 내 손에 없습니다.
홍기 : 없다니? 그럼 그걸 누가 갖고 있단 말이오?
태섭 : .. 그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나간다)
홍기 : .. (심상치 않은 눈빛)
씬61. 황태섭 사무실 안
(태섭이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다. 이때, 주영국이 들어선다)
태섭 : 어떻게 됐어? 알아봤나?
영국 : 전혀 연락이 안 돼.
태섭 : ..!! 민홍기 말대로, 이성모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구만.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장부를 우리가 갖고 있어야 했어.
이성모가 빼앗기기라도 하면.. 빼도 박도 못해.
영국 : 우리 어디로 도망이라도 가야 되는 거 아냐? 이러다가 정보부에서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이때, 노크소리.. 화들짝 놀라는 태섭과 영국...)
영국 : 누, 누구요?
강모 : .. (들어선다)
태섭 : (안도) 강모 니가, 여긴 어쩐 일이냐?
강모 :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태섭 : .. 앉아라. (앉는다)
강모 : .. (앉고) 바쁘신 건 아니죠?
태섭 : 늘 한가하다가.. 요즘 복잡한 일이 좀 있어서..
강모 : 복잡한 정도가 아니시겠죠. 목숨이 걸린 문제니까.
태섭 : ..!! (놀란다)
강모 : 어쩌면 몇 명의 목숨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을 수도 있겠구요.
태섭 : ... 강모 너.. 뭘 얼마나 알고 있는 거냐?
강모 : 제 관심은 단 한사람의 목숨입니다. 이성모..
태섭 : ..? 니가 이성모를 어떻게..?
강모 : 어릴 때 헤어졌던... 제 친형입니다.
태섭 : ..!! (크게 놀란다) 이성모가.. (그 얼굴에서)
- 인써트 (회상, 5부 40씬에서)
(한잔 걸친 황태섭과 대수가 공부하고 돌아오던 성모와 만난 상황...)
태섭 : 대수, 니 큰 아들이라고...?
대수 : 성모야, 서울에서 사업한다는 아버지 친구다.
성모 : 안녕하세요. (보는데)
태섭 : 대수 자식이면 내 자식이나 진배없지... (주머니에서 돈 꺼내서 성모 손에 쥐어 주며) 자, 이거 용돈 써.
- 다시 현실..
태섭 : .. (눈물이 고이며) 그래 맞아.. 내가 한번 본 적이 있어.. 이성모가.. 그때 그 아이라니..?
강모 : ... (보는데)
씬62. 대공분실, 지하실 안
(세면대에 처박히는 성모... 수사관 두 명이 성모를 잡고...
성모, 숨이 막혀서 허우적대는데.. 수사관이 성모의 머리칼을 움켜잡고 잡아 올린다.
얼굴에 맞은 상처들이 역력한 성모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씬63. 태섭 사무실
태섭 : 상황이 안좋아. 이 일에 동참했던 여당 의원들이 겁을 먹고 다 등을 돌렸거든.
강모 : ... 이번 일, 민홍기가 주도한 거 맞습니까?
태섭 : 그렇긴 한데... 성모도 민홍기를 믿진 않는 눈치였어.
강모 : ... (생각) 형을 빼 오려면... 우선 민홍기의 의중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될 것 같아요.
씬64. 로열클럽 전경 (밤)
씬65. 동, 밀실 안
(오병탁과 민홍기가 와 있다. 유경옥이 술을 따라주며..)
경옥 : 너무들 하시는 거 아니세요? 어르신 돌아가시고 요즘 통 발걸음도 안하시고.
병탁 : 그래서 이렇게 유사장 전화 받고 조르르 달려온 거 아닌가?
경옥 : 오랜만에 우리끼리 술 한 잔 해요.
병탁 : 무슨 일 있어?
경옥 : (무겁게) 어르신 돌아가시자마자 하부조직들이 조필연쪽에 붙었어요.
홍기 : ...! 사채 조직들이 조필연 손아귀에 들어갔단 말입니까?
경옥 : 네... 조필연이 그 돈으로 야당 쪽에 개헌 찬성 인사들을 알아내고 있어요.
병탁 : 하... 조필연이, 능력하난 정말 좋구만...
홍기 : 유사장... 오의원님과 할 얘기가 좀 있는데.. 잠깐만 비켜주시겠소?
경옥 : 그러세요, 그럼... 말씀 끝나시면 부르세요? (나간다)
홍기 : .. (나가는 거 확인하고) 위원장님께 상의 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병탁 : (알고 있다, 화를 내듯) 그러니까, 내가 에둘러서 수차 경고한 거 아냐.
홍기 : 알고 계셨습니까?
병탁 : (얼굴 가까이) 내가 국회에서만 몇 년인 줄 알아? 조필연이 자넬 의심하고 있지만, 확증이 없는 한 어쩔 수 없을 거야.
하루 빨리 산악회 해산하고 발 빼게.
홍기 : 그것보다 각하의 비자금 장부가 있단 건 알고 계십니까?
씬66. 동, 사장실 안
(경옥이 들어선다. 강모와 황태섭, 주영국이 와 있고...
인터콤으로 밀실 안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들 심각하게 경청한다)
병탁 : (F) 민의원... 난 못 들은 거로 하겠네.
홍기 : (F) 오의원님, 그 장부만 손에 넣으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병탁 : (F) 허허.. 이 사람이 그래도? 다른 얘기 해. 재미없어.
태섭 : 민홍기가 장부를 노리는 게 뭔가 꺼림직하구만..
강모 : ... (생각)
씬67. 광고 촬영장
(광고 촬영 중이다. 세트 안으로 들어서는 미주... 코트를 벗으려는데... 민우가 보인다. 미주, 민우가 신경이 쓰이는데...
민우, 미주 보지 않고.. 감독과 얘기를 한다. 미주, 코트를 벗자...가벼운 슬립 차림이 되고...)
미주 : 집에선 이런 차임.. (말이 꼬인다)
감독 : 캇..!
미주 : 죄송합니다.
감독 : 괜찮아요, 수정씨... 긴장 풀어요. 다시 한 번 갑시다.
민우 : .. (차가운 표정으로 본다)
- 시간 경과
(미주, 코트를 벗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주 : 집에선... 이런 차림이 편한 거 아시죠?
감독 : 컷! 좋은데요? (민우 보면)
민우 : 표정이 맘에 안 들어요. 다시 하죠.
미주 : ... (의도하던 바다)
미주 : 집에선... 이런 차림이 편한 거 아시죠?
민우 : 차수정씨, 전혀 안 편한 얼굴이잖아요.
미주 : ... (표정 없이 본다)
민우 : (차갑게 보다) 잠깐 쉬었다 하죠?
감독 : 알겠습니다. (큰 소리로) 다들 삼십분 쉽시다.
(감독이 모니터를 보며 민우에게 뭔가를 얘기 한다. 미주 쪽엔 여전히 시선을 주지 않고...
미주, 그런 민우 힐긋 보곤 분장실 쪽으로 걸어가면... 매니저와 선화가 다가온다. 선화, 얼른 외투를 어깨에 감싸 주며...)
선화 : 괜찮아? 너 왜 이렇게 떨어?
미주 : (추운 듯 외투를 여미며) 조금 으슬으슬 춥네.
매니저 : 감기 걸린 거 아냐?
선화 : (미주 이마를 짚어 보면서) 열 있어요.
미주 : 괜찮아.
(미주와 선화 매니저가 가면... 민우, 그제서야 뒤 돌아 보는데... 뭔가 생각...)
씬68. 동, 분장실
(미주, 소파에 앉아 있는데.. 선화, 따뜻한 물을 주면서...)
선화 : 따듯한 물이야. 이거라도 마셔봐.
미주 : (받아서 한 모금 마시고) 구두회사에선 아직 연락 안 왔지?
매니저 : 그쪽 결정 나려면 아직 며칠 남았잖아.
선화 : 너, 일부러 엔지 많이 내고 있지? 어떡하든 촬영 끌어보려구.
미주 : ..
선화 : 그러니까 감기까지 오지. 내가 여기 감기약 갖고 있는 사람 있는지 구해 볼게. (나간다)
매니저 : (따라 나가며) 감기약 없으면.. 내가 나가서 사오든가.
(미주, 외투를 여미며 소파에 누워 눈을 감는다. 이때, 민우가 약봉지를 들고 들어선다)
미주 : (눈 뜨지 않고) 선화야... 민우씨 갔는지 좀 알아봐줘.
민우 : ... 내가 있으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 건가?
(미주,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민우, 보면... 미주, 얼른 외투 앞섶을 여미며..)
씬69. 대공 분실, 어느 밀실
(어둠 속... 탁자 한 개가 놓여 있고... 기진맥진 한 채 수사관들에게 끌려 나오는 성모...
수사관 한명이 머리를 움켜쥐고 고개를 치켜 올린다. 그 위로 강한 불빛이 비춰지고...
성모, 눈이 부셔서 앞에 보이지 않는다. 눈을 제대로 못 뜬 채.. 그 앞쪽의 어둠 속에서 카랑카랑한 음성의 사내가..)
사내 : 말해.. 장부 어디다가 숨겼어?
성모 : ...
사내 : 말하라구, 새끼야..!!
성모 : 말하면... 살려 줄 거냐?
사내 : (솔깃해서) 물론이지.. 어서 말해 봐.
성모 : 그 장부...
(성모가 뭔가 말하려고 하자 사내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조금 앞으로 다가온다.
불빛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얼굴... 긴장한 표정의 조필연이다)
사내 : 그래.. 그 장부 어딨어?
성모 : ... 니 마누라 치마 속...
(사내가 주먹으로 성모의 얼굴을 후려친다. 성모, 나가떨어지고..)
사내 : 끌고 나가..!!
(수사관들에게 질질 끌려 나가는 성모.. 문 밖의 밝은 빛 속으로 사라지고..
조필연이 어둠속에서 나온다. 사내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며 인사하고..)
필연 : 죽여도 좋으니까.. 장부 꼭 찾아 내.
사내 : 알겠습니다.
(불빛에 반쯤 드러난 필연의 얼굴... 차갑고 매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