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보라매 사업으로 불리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이 쌍발이냐 단발이냐를 놓고 거듭해온 소모적 논쟁을 정리하고 군 요구성능(ROC)을 확정, 본격적인 비상을 시작했다.
지난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 계획을 밝힌 이후 13년만이다.
KF-X사업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기동성은 현재 주력 전투기인 KF-16과 유사하지만 탑재되는 레이더, 전자장비 등은 더 우수한 '미들급' 전투기 120대를 국내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스텔스 기능을 갖춘 5세대 고성능 전투기를 양성할 계획인 공군과 국내 방산항공업계 등은 이번 사업을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라는 전투기 독자 개발에 나서는 시발점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국산 고등전투기인 T-50을 자체 개발하며 단발형 엔진을 탑재한 기종을 개발한 경험이 있으나 쌍발형 엔진을 탑재한 기체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KF-X사업은 지난 2001년 3월 20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故김대중 전 대통령이 졸업 축사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시작됐다.
후임 故노무현 전 대통령 정권도 국산 전투기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타당성을 검토한 끝내 2007년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내리면서 사업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2009년 건국대 무기체계연구소가 실시한 연구용역에서 KF-X 개발이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자 여론은 다시 보라매 사업에 착수해야한다는 쪽으로 쏠렸다.
여기에 인도네시아가 탐색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2010년 7월 체결하면서 KF-X 탐색개발이 시작되는 등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말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FA-50이 해외에 수출된 것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데 영향을 끼쳤다.
2013년도 국방예산안에서 사업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정책결정과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국방연구원(KIDA)가 반대하는 등 진통 끝에 올 1월 방사청은 "보라매 사업에 200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며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13년의 우여곡절 끝에 발을 내딛은 사업은 그러나 시작부터 쌍발이냐 단발이냐 엔진 유형을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공군과 ADD는 미래 확장성과 작전적 효율성을 이유로 쌍발을 주장한 반면, 한국형 전투기 개발업체인 KAI와 KIDA는 향후 수출 가능성과 비용을 내세워 단발 엔진을 주장했다.
기나긴 공방끝에 지난 18일 군 당국은 합동참모본부 회의를 통해 KF-X엔진유향을 쌍발로 최종 확정했다.
군 관계자는 쌍발로 결정된 이유에 대해 "비용은 단발에 비해 높으나 개발 이후 공군에서 40년 이상 사용할 주요 전력이기에 작전적 효율 및 안보적 측면을 고려했다"며 "국방부 태스크포스(TF)의 평가위원들도 비용은 더 들더라도 국가의 미래와 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무기를 사야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자금이다. 방사청에 따르면 ADD가 산정한 체계개발 비용은 쌍발이 8조5000억원, 단발이 6조7000억원이다. 양산비용 역시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 지난해 산정한 결과에 따르면 쌍발이 9조6000억원, 단발이 7조9000억원으로, 여기에 30년간 유지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약 5조원의 비용 차이가 난다. 이는 단순 계산에 의한 것일 뿐 막상 개발에 들어가면 비용 차이는 최대 1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는 국산 고등전투기인 T-50을 자체 개발하며 단발형 엔진을 탑재한 기종을 개발한 경험이 있으나 쌍발형 엔진을 탑재한 기체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전력화 시기가 2025년으로 지연된 데 따른 공중 전력의 공백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돼 향후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2020년 무렵에는 통상 적정 전투기 규모로 거론되는 430대 보다 약 60~70대 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력 공백 가능성을 인정면서도 중고 전투기 임대 등을 통해 추가 전력을 확보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전투기 성능개력과 공중급유기 적기 추진을 통해 체공시간을 확대하고 출격횟수를 늘림으로써 전력 공백을 막아나갈 방침"이라며 "한미간 협조를 통해 공중전략의 일부 공백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8월 KF-X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9월까지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를 마칠 예정이다. 이후 입찰공고(9월)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11월)을 거쳐 12월 체계개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앞으로 차질없이 계획이 추진 돼 2025년 실전 배치가 이뤄질 경우 보라매 사업은 고인이 된 김대중 대통령이 2001년에 수립한 최초 계획보다 10년 지연된 것이 된다. 김 대통령은 당시 졸업하는 공사생도들 앞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사업이 시작되는 것도 보지 못하고 고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