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金剛山, 482.7m) - 만대산(萬垈山, 480m)
산행일 : ‘13. 1. 13(일) 소재지 : 전남 해남군 해남읍과 마산면, 옥천면의 경계 산행코스 : 금강저수지→3봉→전망대(화원지맥)→만대산→금강재→금강산→성터→쉼터→금강저수지(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기분 좋은 산행
특징 : 금강산은 해남의 진산(鎭山)으로 시가지(市街地)의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강산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하면 생경스럽다는 느낌이 먼저 들 것이다. 백운산이나 신선봉처럼 같은 이름을 갖은 산들이 전국에 여럿인데도 유독 금강산만 그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만큼 북녘 땅에 있는 금강산이 우리들 가슴 속에 워낙 뚜렷하게 각인(刻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금강산은 인근에서 비교적 높은 편이라서 조망(眺望)이 뛰어나다. 또 한편으로는 산이 그다지 높지 않고 산길이 부드럽기 때문에 가족 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 산행들머리는 해남읍(해리) 금강저수지 영암-순천고속도로 강진 I.C에서 내려와 13번 국도의 완도방면으로 달리다가 해남읍에 이르러, 신안교차로(交叉路 : 해남읍 신안리)에서 빠져나와 시가지를 통과(중앙교차로에서 좌회전⇒버스터미널4거리에서 우회전⇒백두아파트 앞 3거리에서 좌회전⇒해남건강지원센터 4거리에서 직진)하면 산행이 시작되는 금강저수지의 제방(堤防) 아래에 이르게 된다.
▼ 금강저수지 둑(堤防)을 5m쯤 남겨놓은 지점에서 오른편으로 갈라지는 산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산행안내도와 ‘일당길’이라고 쓰인 표지석이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될 것이다. 등산로의 초입은 부드러운 흙길에다가 경사(傾斜)까지 완만(緩慢)하기 때문에 느긋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산길을 걷다보면 등산로가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길의 바닥을 목재(木材)로 보강했는데, 토사(土砂)의 유출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배수로(排水路)의 역할까지 가능하도록 설계해 놓았다. 또한 길가에는 동백나무를 촘촘히 심어 놓는 등, 등산로 관리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 완만하게 시작된 산길은 10분이 지나면 운동기구를 갖춘 팔각정 쉼터에 이르게 된다. 팔각정은 전망대(展望臺)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듯, 해남 시가지(市街地)와 종합운동장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그러나 위로 올라갈수록 조망이 더욱 시원스러워지니 구태여 발걸음을 지체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 팔각정을 지나면서 산길은 갑자기 가팔라진다. 그러나 길이 좌우(左右)로 왔다갔다 갈지(之)자를 그리면서 위로 오르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지는 않은 편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쉬엄쉬엄 25분 정도 오르면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오른편으로 우회(迂廻)하여 위로 오르면 제법 널따란 암반(巖盤)이 나타나고, 한쪽 귀퉁이에 3봉이라고 쓰인 정상표지석이 서 있다.(3봉 이정표 : 만대산 정상 0.9Km, 금강산 정상 5.1Km/ 금강저수지 2.5Km)
▼ 3봉에 올라서면 발아래에 우슬재와 해남공설운동장 그리고 해남 읍내(邑內)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그 오른편에는 금강산과 금강곡저수지 그리고 금강계곡의 일부가 시야(視野)에 들어온다. 공설운동장을 넘어 저 멀리에는 두륜산이 우뚝 서있는데,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예쁜 ‘산 그리메(그림자의 옛말)’를 그려내고 있다. 의외의 장소에서 뛰어난 조망대를 만난 것이다.
▼ 3봉에서 다시 가팔랐다가 완만(緩慢)해지기를 번갈아 하는 능선을 따라 10분 쯤 진행하면 1봉으로 여겨지는 봉우리 위로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봉우리 위에는 정상표지석은 커녕 그 흔한 이정표 하나도 보이지 않고, 다만 누군가가 바위 위에다 ‘1봉 정상’이라고 적어 놓았을 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1봉으로 오는 길에 2봉을 지나왔을법한데, 도대체 어떤 봉우리가 2봉인지는 어림짐작조차도 불가능하다. 지나온 능선에는 봉우리가 2개나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도에는 1봉과 2봉을 3봉의 아래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1봉은 운동기구가 있는 팔각정쯤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팔각정이 있는 지점을 봉우리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자못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2봉은 과연 어느 지점을 이른단 말인가. 참고로 만대산 아래에는 ‘전남학생교육원’이 소재하고 있다. 만대산을 학생들의 극기(克己) 훈련 코스로 이용하고 있는 모양으로, 교육원에서 곳곳에다 이정표를 세워놓았다. 그러나 그들이 세운 이정표는 무시하고 지나치는 게 유리하다. 전망대를 정상이라고 표기하는 등 그들만의 지명(地名)을 표기하고 있어서, 까딱하면 헷갈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1봉 정상을 출발한지 5분쯤 지나면 헬기장에 이르게 된다. 이곳은 **화원지맥과 만나게 되는 지점으로 헬기장의 끄트머리에 학생교육원에서 세운 이정표(정상 200m/ 1봉 정상 200m/ 금강산)가 보인다. 이정표가 정상이라며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10분 가까이 진행하면 조망(眺望)이 시원스럽게 트이는 전망바위이다. 전망바위 위로 올라서면 코앞에 다가와 있는 두륜산을 볼 수 있다. **) 화원지맥, 호남정맥(湖南正脈)상의 바람재에서 분기(分岐)하여 땅끝까지 이어진 산줄기를 ‘땅끝기맥’이라 부른다. 이 땅끝기맥 산줄기를 따라 내려오다 첨봉(352봉)에서 남서쪽으로 분기하는 산줄기를 화원지맥이라고 일컫는데, ‘신산경표’의 저자(著者)인 박성태라는 사람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화원지맥은 해남읍내(邑內)를 감싸 안으면서 덕음산과 만대산, 금강산을 만들고, 이어서 운거산 등 여러 산을 만들어 나가다가,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 바닷가로 가라앉은데, 그 도상거리는 약76.5km가 된다.
▼ 다시 헬기장으로 되돌아 나와, 이번에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금강산 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만대산을 지나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화원면 매월리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화원지맥의 일부구간이다. 만대산으로 향하는 길은 한마디로 말해 곱다. 비록 오르내리는 구간이나 바위구간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까와 같은 가파른 오르막길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바닥이 흙길에다 낙엽까지 쌓여있어서 여간 폭신폭신한 것이 아니다. 안부 삼거리(이정표 : 옥천 영신임도 0.8Km/ 만대산 정상 0.9Km, 금강산 정상 5.4Km/ 금강저수지 2.6Km)를 지나 조망(眺望)이 시원스럽게 터지는 전망바위 능선을 2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만대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
▼ 한국판 ‘피사의 사탑(Tower of Pisa), 차곡차곡 쌓여있는 바위들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있기 때문에 위태롭게 보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저렇게 수십, 아니 수백 년 동안을 버텨왔을 테니까.
▼ 만대산 정상은 의외로 실망스럽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고, ‘만대산 정상’이라고 쓰인 이정표(금강산 정상 4.5Km/ 금강저수지 3.5Km)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정상은 나무테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으나 조망(眺望)은 기대만큼 시원스럽지가 않다. 전망대의 난간 앞에 서면 해남읍내와 옥천면 그리고 만대산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 만대산에서 금강재로 가는 길은 전형적인 흙산(肉山)에 나 있는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걷게 된다. 안부를 통과해서 올라간 체육공원 갈림길(이정표 : 체육공원주차장 1.7Km/ 금강산 정상 3.1Km/ 만대산 정상 1.4Km)에서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두산을 잇는 능선에서 가장 낮은 지점인 금강재(이정표 ; 금강저수지 2.1Km/ 금강산 정상 2.3Km/ 만대산 정상 1.9Km, 삼봉 3.9Km)에 이르게 된다. 이 금강재는 옥천면 사람들이 해남에 장보러 다닐 때 넘나들던 고갯마루이다.
▼ 산행 중에 우연히 눈에 띈 연리지(連理枝), 연리지(連理枝)란 ‘나란히 붙어 있는 나뭇가지’를 말하며,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가 사이좋게 합쳐진다는 의미이다. 그런 귀한 연리지를 우연찮게 산행 중에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한 해가 새로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상서로운 나무를 만났으니, 틀림없이 올 한 해는 만사형통(萬事亨通)할 것이다. * 연리지의 故事는 후한말(後漢末)의 대학자 채옹(蔡邕)에서 유래했다. 효성이 지긋하기로 소문난 채옹은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3년 동안을 옷도 벗지 않은 채로 간병을 했다고 한다. 병세가 악화되었을 때에는 100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도 않고 보살폈으나 끝내 돌아가셨다. 그 후 옹의 집 앞에 나무 두 그루가 싹이 나더니 점점 자라면서 가지가 서로 붙더니 마침내는 한 그루처럼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연리지라는 단어는 원래 효심(孝心)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다정한 연인(戀人)의 상징으로 사용된 것은 당(唐)의 시인(詩人) 백락천(白樂天)에 의해서다. 백락천은 당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인 사랑을 장한가(長恨歌)라는 장대한 서사시로 읊었다. 그는 당현종이 양귀비의 무릎을 베고 누워 하늘의 별을 쳐다보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이렇게 노래했다고 한다. 장한가의 끝 구절이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7월 7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和語時(야반무인화어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선 연리지가 되자고 간곡히 하신 말씀...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은 차라리 끝간 데가 있을지라도,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님을 사모하는 이 마음의 한은 끝이 없으리다.
▼ 금강재를 지나면서 산길은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그러나 그다지 가파르지는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르막길을 쉬엄쉬엄 20분 가까이 걸으면 무명봉에 올라서게 된다. 봉우리의 한쪽 귀퉁이에 있는 나뭇가지에 ‘419m’라고 고도(高度)를 적어놓은 표지판이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 표지판의 아래에 적혀있는 ‘준.희’라는 이름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오지(奧地)의 산을 답사하면서 심심찮게 만나왔던 이름이기 때문일 것이다. 봉우리에서는 금강산과 흑석산이 잘 조망된다.
▼ 무명봉에서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면 널따란 헬기장(이정표 : 금강산 정상 0.4Km/ 금강재 1.9Km, 만대산 정상 3.8Km)이다. 진행방향에 보이는 금강산이 아까 무명봉에서 볼 때보다 더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 헬기장에서 금강산 방향으로 내려서면 안부에서 팔각정 삼거리(이정표 : 팔각정 2.1Km/ 금강산 정상 0.2Km/ 금강재 2.1Km)를 만나게 되고, 이어서 맞은편 능선으로 100m쯤 오르면 또 하나의 팔각정 갈림길(이정표 : 팔각정 2.1Km/ 금강산 정상 0.1Km/ 헬기장 0.3Km, 금강재 2.2Km, 만대산 정상 4.1Km)을 만나게 된다. 금강저수지로 하산하려면 금강산을 둘러본 뒤에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야만 한다.
▼ 팔각정 갈림길에서 금강산 정상은 금방이다. 맞은편에 보이는 바위를 붙잡고 올라서서 조금만 더 걸으면 금강산 정상이다. 금강산 정상도 아까의 만대산 정상과 마찬가지로 나무테크로 쉼터 겸 전망대(展望臺)를 만들어 놓았다. 굳이 만대산과 다른 점을 찾아내라면, 이곳에는 정상표지석이 있고, 그 정상석이 나무테크의 중간쯤을 뚫고 나와 있다는 것이다.
▼ 전망대에서는 사통팔달로 시야(視野)가 터진다. 난간에 다가서면 해남 읍내(邑內)와 그 뒤에 있는 두륜산이 가히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안개에 절반쯤 가린 산들이 ‘산 그리메’를 그리며 독특한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고개를 돌려보면 흑석산이 바라보이고, 그 뒤에 희미하게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월출산일 것이다.
▼ 하산은 산행을 시작했던 금강저수지이다. 금강저수지로 내려가려면 금강산을 둘러본 뒤에 아까 지나왔던 ‘팔각정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야만 한다. 갈림길에서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팔각정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팔각정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자마자 곧이어 너덜지대가 길게 이어진다. 너덜 같이 보이는 이 돌무더기가 금강산성(山城)의 옛터라고 한다. 성(城)터는 5분 이상 제법 길게 이어진다.
▼ 성터를 지나면 금방 금강샘 입구 갈림길(이정표 : 금강샘 입구 0.1Km/ 우정봉 삼거리 0.2Km, 미암바위 0.9Km, 팔각정 1.7Km/ 금강산 정상 0.5Km)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우정봉 삼거리(이정표 : 우정봉 0.8Km, 금강체육공원 1.7Km/ 팔각정 1.5Km/ 금강산 정상 0.7Km)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는 망설일 필요가 없이 우정봉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정상표지석까지 갖춘 우정봉은 조망(眺望)도 뛰어날뿐더러, 산길도 비교적 깔끔하게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 우정봉삼거리에서 팔각정을 향해 10분 정도 더 내려가면 운동시설을 갖춘 쉼터인 팔각정 갈림길(이정표 : 팔각정 1.0Km/ 팔각정 1.0Km/ 우정봉삼거리 0.5Km, 금강산 정상 1.2Km)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어느 길로 가던지 팔각정에 이르게 되니, 만일 팔각정으로 내려갈 예정이라면 어느 길을 선택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금강저수지로 가려면 이곳에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금강저수지로 내려가는 산길이 맞은편 무명봉 위에서 나뉘기 때문에 맞은편 봉우리를 향해 올라서야만 하기 때문이다.
▼ 산행날머리는 금강저수지(원점회귀) 팔각정 갈림길에서 봉우리로 올라서면 왼편으로 오솔길 하나가 희미하게 보인다. 이 오솔길이 금강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솔길은 사람들이 발길이 뜸한지 거칠기 짝이 없다. 잡목(雜木)과 잡초(雜草)들이 발걸음을 붙잡기 일수 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길의 흔적이 끊어지지 않고 희미하게나마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루하도록 길게 이어지는 경사(傾斜)진 오솔길을 20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임도(林道)를 만나게 되고,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5분 쯤 더 걸으면 산행이 종료되는 금강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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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을하늘네 뜨락 원문보기 글쓴이: 가을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