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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퇴계 이황- |
[현대어 풀이] |
[1]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겠는가? / 시골에만 묻 혀 살아가는 어리석은 사람이 이렇게 산다고 해서 어떠 하리오. / 하물며 자연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이 병을 고 쳐서 무엇하겠는가? [2] 안개와 노을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아 / 태평 성대에 병으로 늙어 가네 / 이러한 가운데 바라는 일은 허물이나 없고자 한다. [3] 순풍(순박하고 좋은 풍속)이 죽었다 하는 말이 진실 로 거짓말이로구나 / 사람의 성품이 어질다 하는 말이 진실로 옳은 말이로구나 / 천하에 허다한 영재를 속여 서 말씀할까. [4] 그윽한 향기의 난초가 골짜기에 피어 있으니 자연히 좋구나. / 백운이 산에 걸려 있으니 자연히 보기가 좋구 나. / 이러한 가운데에서 저 한 아름다운 분(임금)을 더 욱 잊지 못하는구나. [5] 산 앞에 대(臺)가 있고 대 아래에 물이 흐르는구나. / 떼를 지어서 갈매기들은 오락가락 하는데 / 어찌하 여 새하얀 망아지는 멀리 마음을 두는가. [6] 봄바람에 꽃이 산을 뒤덮고 가을 밤에 달은 누각에 가득차는구나. / 네계절의 아름다운 흥이 사람과 마찬 가지라 / 하물며 천지조화의 오묘함이야 어느 끝이 있 을까. [7] 천운대를 돌아서 완락재가 맑고 깨끗한데 / 많은 책 을 읽는 인생으로 즐거운 일이 끝이 없구나. / 이 중에 오고가는 풍류를 말해 무엇할까. [8] 벼락이 산을 깨쳐도 귀먹은 자는 못 듣나니 / 태양 이 하늘 한가운데 떠 있어도 장님은 보지 못 하나니 / 우리는 눈도 밝고 귀도 밝은 남자로서 귀먹은자와 장님 같지는 말아라(학문을 닦아 도를 깨우치며 살자). [9] 옛 훌륭한 어른이 지금의 나를 못 보고 나도 고인을 뵙지 못하네 / 고인을 뵙지 못해도 그분들이 행하시던 길이 앞에 놓여 있으니, / 그 가던 길(진리의 길)이 앞에 있으니 나 또한 아니 가고 어떻게 하겠는가? [10] 그 당시에 학문에 뜻을 두고 실천하던 길을 몇 해나 버려두고 / 어디에 가서 다니다가 이제야 돌아왔는 가? /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다른 곳에 마음을 두지 않으리라. [11] 청산은 어찌하여 항상 푸르며, / 흐르는 물은 어찌 하여 밤낮으로 그칠 줄을 모르는가 / 우리도 그치지 말 아서 오래도록 높고 푸르게 살아가리라. [12] 어리석은 사람도 알며 실천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 이 아니겠는가? / (그러나)성인도 못 다 행하니, 그것이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 쉽거나 어렵거나간 에 (학문 수양의 생활 속에서) 늙어가는 줄을 모르노라.
*초야우생 →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겸손의 표현) *천석고황 →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연에 묻혀 지내고 싶은 마음의 고질병 *순풍 → 예부터 내려오는 순박한 풍속. 특히 뒷사람들 이 본받아야 할 도의나 윤리를 가리킴 *교교백구 → 현인이나 성자가 타는 새하얀 망아지 *머리 마음하는고? → 멀리 마음을 두는가? 멀리 가려 고만 하는가? 여기를 버리고 딴 데 뜻을 지니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를 지님. *어약연비 → '고기는 뛰고 솔개는 난다'는 말로 <시경 >에 나오는 말. 천지 조화의 묘함을 이름. *운영천광 → 구름의 그림자와 밝은 햇빛. 만물의 천성 을 얻어 조화를 이룬 상태 *소쇄한데 → 기운이 맑고 깨끗함. *만권생애 → 만 권이나 되는 많은 서적을 쌓아 두고 그 것을 읽고 연구하는 데 한평생을 바치는 일 *이목총명 → 눈도 밝고 귀도 밝음. 여기서는 학문을 닦아 도를 깨달은 상태를 의미함. |
[창작 배경] |
퇴계 이황이 관직에서 물러나, 안동에 도산서원을 건립 하고 후진을 교육하여 양성시키고 있을 때, 1565년(명종 20년)에 지은 작품이다. |
[이해와 감상] |
12수로 이루어진 연시조로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때를 만나고 사물에 접하여 일어나는 감흥 을 읊은 전 6수는 "언지(言志)"이고, 학문과 수덕(修德) 의자세를 노래한 후 6수는 "언학(言學)"이다. 전후 각 6 수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도산 전후 육곡' 또는 '도산 육곡'이라고도 불리는데, 지은이의 친필로 된 목판 본이 도산서원에 전해진다. [1] :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천석고황) 아름다운 자연에 순응하면서 순리대로 살아가려는 마음 을 노래함 [2] : 자연에의 동화 아름다운 자연을 벗하여 살며 태평성대 속에 병으로 늙 어 가는 작자의 모습, 이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의 신 선과 같은 모습으로 연상된다. 사실 이 병(病)은 이 작품 이 작자의 만년(晩年)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노병(老病) 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으나 초장에서의 천석 고황(泉石 膏 )의 상태나 앞 시조로 미루어 보아 자연을 사랑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병으로 해석을 하고 보면, 이 작품 의 내용과 분위기가 더더욱 운치가 있을 것이다. [3] : 후덕하고 순박한 풍습 강조 순자의 성악설을 반대하고 맹자의 성선설을 지지하는 성 리학적 입장이 나타나 있다. 또한 세상의 많은 영재들에 게 성선설의 옳음을 말하며, 순박하고 후덕한 풍습을 강 조하고 있다. [4] :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연군지정) 벼슬 자리를 떠나 자연에 흠뻑 빠져 지내면서도 임금을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정을 노래함.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난초와 흰 구름은 인간의 영욕 성쇠(榮辱盛衰)로 점철이 된 속세와는 무관한 것들로 탈속(脫俗)한 이미지를 드러 내고 있는 비유어들이다 [5] : 자연을 멀리하는 현실 개탄 산 앞에는 낚시터가 있고 대 아래에는 맑은 물이 있으며 여기에 또한 갈매기들까지 내 벗이 되어 오락가락하는 이 좋은 곳을 놓아 두고 왜 먼지 낀 속세만을 그리워하고 갈망하는가 하고 세속인들을 나무라고 있다. '교교 백구 (皎皎白駒)'는 본래 '현자(賢者)가 타는 말'이지만 여기서 는 현자의 뜻으로 새기는 것이 좋을 듯하다. 결국 종장에 서는 글이나 좀 읽고 수양을 쌓았다는 자들이 입신 양명 에만 눈이 어두워 아름다운 자연을 등지는 안타까운 현 실을 개탄하고 있다. [6] : 대자연의 웅대함, 오묘함 예찬 초장에서 꽃피는 봄, 달뜨는 저녁의 경치를, 그리고 종장 에서는 물 속의 고기떼와 하늘의 소리개, 구름이 흐르고 해가 비치는 대자연의 모습을 그려서 한없이 아름답고 끝없이 흥겨운 대자연의 조화를 무척 로맨틱하게 얘기하 고 있다. 한마디로 대자연의 웅대함에 완전히 도취된 작 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7] : 독서하는 즐거움 일생을 학문의 연구에만 전념한 석학(碩學)인 작자가 독 서 면학(勉學)의 즐거움과 그 여가에 산책하는 여유 있는 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8] : 진리 터득의 중요성 여기서 '우뢰'나 '해'는 '진리', 곧 도(道)를 지칭하고 '귀 머거리'와 '소경'은 '진리'를 터득하지 못한 자, 곧 '속세 의 일에만 연연하여 인간의 참된 도리를 망각한 자'를 나 타내고 있다. 그래서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자가 되어서 는 안 된다는 걸 경계하며 반드시 '진리의 길'을 걸어야하 는 인간의 참된 도리를 밝히고 있다. [9] : 옛 성현의 도리를 본받고자 함. 옛 성현들의 인륜지도(人倫之道)가 면면히 이어져 내려 오고 있으니, 우리도 그 길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을 대구법과 연쇄법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10] : 학문 수양에 대한 새로운 다짐 퇴계가 23세 때 등과하여 치사 귀향(致仕歸鄕)한 것은 6 9세 때였다. 젊을 때 학문에 뜻을 두었다가 수양의 정도 (正道)를 버리고 벼슬을 지낸 자신을 후회하면서, 이제 깨달음을 가졌으니 늦지 않게 학문 수양에 힘쓰리라는 다짐을 하고 있다. [11] : 학문 정진에의 의지 청산과 유수라는 자연의 영원 불변성을 소재로 하여, 그 러한 자연을 닮아 변치 않는 지조와 인품으로 살아가겠 다는 다짐과 아울러 교훈적인 의미를 전하고 있다. 정신 적인 학문 수양을 꾸준히 그침없이 나아가 한결같은 마 음으로 '만고상청'하는 우리의 삶을 이루어 보자는 내용이다. [12] : 학문에의 영원한 정진 학문에 뜻을 둔다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도 쉽게 알며 행 하려고 하지만, 막상 그 실천의 과정에서는 성인이라도 끝없는 학문의 길을 못 다 이룬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학 문 수양의 길이 쉽든 어렵든 간에 실천해 나가고 있는 중 에는, 몰입하고 있는 자신이 세월이 흘러 늙어가는 것 또 한 모를 정도라고 하면서 영원한 학문 수양의 길을 강조 하고 있다. |
[정리] |
◆ 성격 : 연시조(12수), 교훈가 ◆ 시적 상황 : 도산 서원 주변의 경치를 즐기며 학문 수 양의 의지를 드러냄. ◆ 정서와 태도 : 도산 서원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자기를 도야하며 학문 수양에 힘쓰려 함. ◆ 표현 : 낯설과 어려운 한자어가 많이 사용되었으며, 반복법, 설의법, 대구법, 연쇄법 등을 사용하여 주제를 부각시킴. ◆ 구성 및 주제 ♠ 前(1 ∼ 6) : 언지(言志). 자연에 대한 감흥 ♠ 後(7∼12) : 언학(言學). 학문 수양의 자세 ◆ 문학사적 의의 : 성리학의 대가인 작가가 자신이 추구 하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시조를 통해 드러냈다는 점 을 통해 조선 전기의 연시조의 발전에 유학자가 기여했 음을 알 수 있음. |
[참고] |
※ 도산십이곡 발(跋) [ 우리 동방의 가곡(歌曲)이 무릇 음란한 노래가 많아서 이야기할 만하지도 못하다. <한림별곡>같은 것들은 문 인의 입에서 나왔지만 으스대며 마음대로 하고, 게다가 외람되고 버릇없이 하니 더욱 군자가 마땅히 높일 바가 아니다. 오직 근세의 이 별(李鼈)의 <육가(六歌)>가 세 상에 널리 전해지고 있는 바이라 오히려 그것이 이것보 다 나은 바 되나, 또한 안타깝게도 그것에 세상을 놀려 대며 삼가지 아니하는 뜻이 있고, 따사롭고 부드러우며 도탑고 두터운 탐스러움이 적으니라. (……) 그러므로 일 찍이 대략 이 별의 <육가>를 본떠서 <도산 육곡> 둘을 지으니 하나는 언지(言志)이고 하나는 언학(言學)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아침 저녁으로 익혀서 부르게 하고, 궤 석에 비기어 듣는다. 또한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노래부르고 스스로 춤추며 뛰게 해서 비루한 마음을 거의 다 씻어 버리고, 느낌이 일어나 마음이 녹아 서로 통하게 한 다. 노래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서로 유익함이 없 을 수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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