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정치
정유순
지나간 기록을 뒤척이다 보니 2012년 8월 11일부터 12일까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주관으로 <양평숲속의아침>에서 ‘문학과 정치’를 주제로 한 제51회 ‘한국문학심포지엄’에 참석한 기록이 나온다. 당시에 우선 주제의 내용이 마음에 들어 이틀간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억이 뚜렷하다. 인간은 사회적 집단(集團)속에 관계를 맺고 있는 한 정치로부터 자유스러운 사람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연꽃봉우리>
그 집단의 질서유지를 위해 법률 등 각종 규약을 만들어 통제하고 행동을 강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은 어떤 행위도 정치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원래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로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하는 것’(네이버 국어사전)으로 이해되고 있다.
<모래톱>
따라서 정치는 사회 경제 문화 등 어느 분야에서나 상호 영향을 미치는 작용을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만 시대적 정치 상황에 따라 정치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느냐 참여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정치를 떠난 순수문학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그 시대적 배경이나 상황은 그 시대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롱나무>
정치라는 것은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인 고대국가로부터 권력을 수반하여 피지배자를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통치 수단으로 발전되었고, 신에 대한 숭배와 제사를 통해 필요한 제문(祭文)과 음악을 곁들여 오면서 문학과 예술이 그 자리를 잡아 왔으며 점차 인구의 증가와 근대국가로 발전해 오면서 사회구조가 다원화됨에 따라 문학도 정치권력의 범주에서 차츰 벗어나 독립적 기반을 조성하면서 문학을 통해 현실정치와 사회에 화합하기도 하고 또는 비판하기도 하는 현실참여문학과, 어떠한 정치적인 가치를 배제하고 문학 그 자체로서 예술적 순수함을 지향하는 순수문학파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우하량 여신상 실물모형>
또한 정치적 행위나 권력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일부러 이것들을 외면하거나 회피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정치와 무관해서가 아니라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나 권력을 잡은 자들의 추태에 염증을 느낀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하량 천재올리는 장면>
언제부턴가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느 모임에 가더라도 정치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상식화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만 나오면 열띤 토론이 벌어지다가도 끝내는 고성이 오가고 싸움판으로 변질되어 다음 약속도 못하고 파장을 맞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그래서 요즘은 서로 지향하는 가치관과 종교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비정치적 비종교적인 화제로 모임의 즐거움을 배가하려고 애쓴다.
<선운산 천마봉>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정치는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들어 마셔야만 하는 공기와 같다.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공기가 나빠지면 나쁜 공기를 마실 수밖에 없듯이 정치인이나 권력자가 정치를 흐리면 우리는 나쁜 정치 상황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산 이기대 농바위>
그런 면에서 당시 사단법인 문인협회 정종명 이사장의 심포지엄 인사말 중 “좋은 작품이 곧 병든 사회에 경고하는 수술의 칼”이라며, “미래 사회는 문화예술이 국가경쟁력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동의할 때까지 열심히 좋은 작품을 써야 할 소임이 우리 문인(文人)들에게 있다.”는 구절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는 문학의 소명의식(召命意識)을 일깨워 주는 자명종(自鳴鐘) 같았다.
<대나무숲 길>
“인간사회는 물욕(物慾) 때문에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권위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일은 농사를 지으며 병행할 수 없으므로 별도의 통치자가 필요하며, 그래서 백성은 세금을 내고 통치자를 부양하는 것이다. 이때 통치자는 백성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만큼 마땅히 백성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에 나오는 정도전(鄭道傳)의 말을 곰곰이 새겨봐야 할 것 같다.
<수원화성 용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