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도 수명이 있다. 제조사별로 다르지만 통상 6~7년 내외의 수명을 갖는 것이 보통. 3~4년 사이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을 진행하며 매년 소소한 변화를 거듭하다 차기 모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BMW 3시리즈, 그리고 아우디 A6는 지금도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베스트셀러 모델들이다.
BMW 3시리즈는 지난 1975년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 팔리는 것은 6세대에 해당하는 코드명 F30의 3시리즈다. 현재의 3시리즈가 발표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그리고 2012년 2월부터 국내 시장에 판매됐다. 그리고 7년의 시간이 지났고 BMW는 조만간 새로운 3 시리즈를 발표하게 되며 국내 시장 판매는 내년 1분기가 예상되고 있다.
대략 8~9개월 내외의 시간이 남았다. BMW 3시리즈의 판매량은 지금도 대단하다. 물론 할인이란 요소가 판매 촉진의 이유다. 하지만 자동차의 구입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의 할인율은 꽤나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이 할인이 매우 경쟁력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신차가 데뷔하면 자연스레 기존 모델의 잔존가치가 떨어진다. 특히나 많이 팔린 차량일수록 잔존가치 하락이 커진다. 물론 차를 매입해 재 판매하는 중고차 업체들은 적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지만 이들에게 차를 넘겨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신차가 출시된 후 오랜 시간 정가를 유지한다면 현세대 모델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할인 없이 차를 팔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돼 있다. BMW를 예로 신차인 5시리즈를 내놓으며 할인을 최대한 자제하려 했다. 하지만 차량 판매대수가 늘지 않자 결국 대대적인 할인에 들어갔다. 이와 같은 할인은 각 딜러들의 수익률을 낮춘다. 하지만 수입사들은 본사에 저조한 판매 실적을 보고하기 어렵다. 결국 판매 촉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소비자들을 움직이지 쉬운 것은 할인뿐이다.
내년 초 출시될 BMW 3시리즈도 초기엔 할인하지 않겠지만 약간의 시간 이후 할인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부터 소비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어차피 할인은 불가피하다. 물론 지금의 할인율이 조금 더 높겠지만 대신 신차라는 이점이 따른다. 적어도 그 차가 단종되는 6~7년까지 신차의 기분을 누릴 수 있다.
또한 국내 시장은 유행에 민감하다. F30이 등장한지 6년의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불과 3~4년 전으로 기억을 되돌려도 전 세대 모델인 E90 3시리즈를 길에서 찾기 어려웠다. 4~5천만 원대 승용차 시장은 주로 30~40대 소비자들이 주도하는데 이들은 유행에 민감하다. 이는 현재의 F30 3시리즈가 도로에서 사라지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3시리즈의 소비자들과 무관한 대중들도 길에서 눈에 띄는 3시리즈를 보고 구형과 신형으로 구분하게 된다. 내년 하반기 정도가 되면 이제 현 세대 모델은 그저 구형 모델로 불리게 된다.
아우디 A6도 다르지 않다. 폭스바겐에서 시작된 디젤 게이트 덕분에 잠시 사라지긴 했지만 지금 팔리는 A6도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특히나 차기 A6가 이미 발표됐다는 것도 주목할 내용이다. 현재의 아우디 A6는 지난 2011년 데뷔했다. 그리고 7년 차에 접어든 올해 초 신모델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내년 1분기 정도면 신모델을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물론 인증이란 변수가 있지만 2분기 이상으로 지체될 가능성은 낮다. 당연히 현재의 아우디 A6에도 대대적인 할인이 이뤄지고 있다. 4천만 원대에 구입했다는 소비자들도 있다.
앞서 언급된 3시리즈처럼 A6 구매자들도 고민이 필요하다. 내년부터 현세대 모델은 구형 A6로 불린다. 다시금 생각해 보자. 전 세대 A6(C6)가 도로에서 자취를 갖추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과거 BMW 5시리즈, A6 들은 3.0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8~9천만 원대 가격을 가졌다. 때문에 대중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낮았다. 판매량이 많지 않던 시절인 만큼 신모델이 나와도 구형이란 느낌이 적었다. 반면 현재는 할인을 통해 5천만 원대(입문형 기준)에 구입 가능하다. 이로 인해 소비자 계층도 달라졌다. 대중화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의 A6, 5시리즈 소비자들은 더 고가의 브랜드로 떠났다.
현재 3시리즈는 통상 4천만 원대에 구입 가능하다. 3천만 원대 후반에 구입한 소비자들도 있다. 국산 중형 차에 옵션을 더하면 쉽사리 3천만 원대를 넘어선다. 가격 차이가 줄면서 수입차를 타고 싶은 소비자들이 솔깃하기 좋게 됐다.
신형이 나오면 지금보다 실제 구입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긴 하다. 할인이 더해져도 조금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장단점을 분명하다.
남들의 이목에 신경 쓰는 소비자라면 신형을 구입하는 것이 맞다. 당장 구형이 싸 보이긴 해도 신모델 등장과 더불어 하락하는 잔존가치까지 감안하면 최고의 선택이 아니다. 사람들이 당신의 차를 신형, 구형 어떤 것으로 부를지 예상해도 된다. 참고로 적정 시기에 할인받아 신형을 구입해 4~5년 정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긴 하다. 사실상 단물을 다 빨아먹는 셈이 될 수 있다.
반면 당장 차가 필요하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가격을 최우선으로 지금 모델을 구입하면 된다. 쉽게는 그랜저 HG를 타고 있지만 현세대 그랜저 IG를 봐도 아무 감흥이 없는 소비자라면 문제없다. 사실 지금의 3시리즈나 A6도 상품 자체는 무난하다.
하지만 당장의 가격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이유로 덥석 구입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국내 소비자들 일부는 남들을 의식해 자동차를 구입한다. 자동차가 나의 신분을 상승시킨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우리의 문화 중 일부이기에 이를 문제라 하긴 어렵다. 다만 지금이 구입 적기인지, 내 차가 신형, 구형 어떤 것으로 불리길 바라는지 구입의 목적을 명확히 하여 접근해야 후회가 따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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