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잣대로 대학 첫 평가
세계 280곳 469과정 대상

고등교육기관의 혁신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WURI랭킹'(The 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 Ranking 2020)이 올해 첫선을 뵀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국내 고등교육기관 가운데 서울대가 15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 평가는 4차 산업혁명 등 사회적 변화에 따른 고등교육기관의 혁신성을 가늠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행했다. 한자대학동맹(HLU)과 한국 국제경쟁력연구원, 유엔훈련조사연구원(UNITAR), 스위스 루가노 소재 프랭클린대학교 테일러연구소 등 4개 기관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WURI랭킹은 연구역량에 바탕을 두고 고등교육기관을 평가한 기존 평가와 달리 혁신 프로그램을 사례별로 정성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고등교육기관의 사회적 공헌과 혁신성을 평가하고, 이를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과 공유·확산하려는 목적이다. 지난해 7월 인천대에서 열린 2회 한자대학동맹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평가시스템 도입을 선언한 뒤 11개월 만에 성사됐다.
WURI랭킹은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 280곳의 469개 혁신 프로그램을 산업계 적용(Industrial application)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ial spirit), 윤리적 가치(Ethical value), 학생 교류 및 개방성(Student mobility and openness) 등 4개 분야로 나눠 각각 50개 혁신 프로그램의 순위를 매겼다. 이후 100위까지 종합 순위를 매겼다.
평가 결과 미국의 스탠퍼드대가 산업 연계 프로그램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받아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와 핀란드 알토대학교, 하버드대학교, 미네르바스쿨 등이 종합 5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애리조나주립대학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네덜란드 한자대학교 등이 10위 내에 자리했다.
국내 고등교육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서울대학교다. 학생교류 및 개방성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종합 100위 가운데 15위에 올랐다. 교과과정 설계에 기업의 참여를 대폭 늘린 매트릭스 칼리지 프로그램을 도입한 인천대도 35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 외교관 장학 프로그램 59위 ▲삼성디자인교육원(SADI) 창업 교육과정 68위 ▲아주대학교 마음 잇기 프로젝트 74위 ▲경북대학교 코이카(KOICA)-경북대 농업 생산력 역량강화 석사과정 76위 등이다.
◇피평가자, 혁신 사례 학습 '러닝 이펙트'
평가는 고등교육기관의 장과 구글 텍스트 정보분석(Google Text Infomation Analysis) 기법으로 3단계 평가했다. 우선 평가에 참여한 고등교육기관의 장이 다른 기관의 혁신 사례를 블라인드방식으로 평가했다. 이 평가에는 직접 평가 참여를 신청한 국내외 대학 총장 25명이 참여했다. 이후 미국대학연합회(AACU)와 베트남커뮤니티칼리지연합회(VACC), 한자대학동맹(HLU), 아세안대학네트워크(AUN), 중앙·동유럽관리개발협회(CEEMAN) 기관장이 평가에 참여해 혁신성을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6인으로 구성한 평가위원회가 1·2단계 혁신 사례 평가 내용을 점검해 최종 순위를 정했다.
이번 평가를 총괄한 문휘창 국제경쟁력연구원장(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은 "이 평가는 연구역량을 중점으로 평가한 기존 평가와 달리 교육과 연구·행정의 혁신을 토대로 사회에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 점 등을 폭넓게 평가했다"고 했다.
이 평가는 혁신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러닝 이펙트(Learning Effect)'가 크다는 게 특징이다. 각 고등교육기관의 장이 직접 평가에 참여해 다른 기관의 혁신 사례를 평가하면서 동시에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원장은 "기존 평가시스템은 연구에 자원을 쏟을 수 있는 일부에 유리한 구조"라며 "WURI랭킹은 중소규모 기관의 혁신을 위한 노력과 사례를 공유해 공통적인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