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매달린 사나이'
“나는 사방이 둘러싸인 상자에 갇혀 있다. 선(善)이란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곳에서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는 바로 이 방안에서 희망이 사라진 감옥과도 같은 곳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고립된 채로 믿음을 잃어버렸다.”
조셉(Joseph) : 27살의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으로 2차 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7개월 째 징집을 기다리고 있다. 18년 동안 미국에 거주했지만 국적은 캐나다 인이다. 무직의 상태에서 가족을 포함해서 친지, 친구들과도 점점 멀어지면서 심한 갈등을 겪는다.
이바(Iva) : 조셉의 아내. 남편을 이해하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조셉을 대신해 경제적인 부담을 지면서도 조셉이 꿈꿨던 독서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집필에 매진하도록 항상 용기를 불어넣어 주지만, 점차 고립되어 가는 조셉과 마찰을 일으킨다.
에이모스(Amos) : 조셉의 형. 가족을 부양하는 노릇을 해서 가족의 자랑이 됐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후 부유한 집안의 딸과 결혼한 후에도 비록 조셉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석다고 여기면서도 조셉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
에타(Etta) : 에이모스의 딸. 조셉과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 어른으로써 조셉이 마음을 열고 영향을 주려 하지만 에이모스가 조셉을 도와준다는 사실을 알고 조셉이 거지와 같다고 생각한다.
버내이커(Vanaker) : 이웃에 사는 노인. 공용으로 쓰는 화장실문을 열고 일을 보고, 조셉의 양말을 훔치는 등 조셉 부부의 신경을 거스르는 행동을 한다.
조셉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다니던 여행사를 그만두고 입대신청을 한 후 입대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 인이라는 이유로 입대가 보류되면서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국가에서 부를 날만을 기다리면서 집안에서 7개월째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한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어지면서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고 낯설다 보니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해 일기를 쓴다. 아내인 이바(Iva)와도 다툼이 잦아지고 이바의 가족들과도 관계가 악화된다. 단지 식사를 하기 위해 하루에 3번 외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을 피한다. 종종 아내 몰래 직장에서 고객으로 만났던 여성인 키티와 시간을 보내지만 키티 또한 조셉을 단순히 즐기기 위한 남성으로 취급하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다.
크리스마스 저녁식사에서 형인 에이모스가 수표를 주자 무위도식하는 인간취급을 받는다고 오해하면서 자존심이 상해서 수표를 다시 돌려주는데, 침실에 수표를 두고 나오는 모습을 본 조카 에타가 조셉을 도둑취급을 한다. 마음이 통하는 여자 친구인 키티는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다. 또한 이바가 준 수표를 은행에서 바꾸려고 할 때 신분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은행원이 쉽게 돈을 바꿔 주지 않자 싸움을 벌이고, 이웃인 버내이커와도 싸움을 벌이는 등 조셉은 점점 사회에서 고립된 자리로 들어간다.
자신이 점점 고립의 정도를 넘어 폐인이 되어간다고 생각한 조셉은 마침내 자발적으로 군대로 가서 입대서명을 한다. 캐나다 인이라는 이유로 서류절차를 거쳐야 하는 입장이 되어 군대에서 불러주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바로 입대가 가능한 서류에 서명하면서 스스로 결정하는 인물로 변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자 뜻을 밝힌다.
솔 벨로우 (1915년 ~ 2005년)
『허공에 매달린 사나이』는 197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로우의 첫 번째 중편소설로 주인공의 하루하루를 1인칭 시점으로 써내려가는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벨로우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인 헤밍웨이와 포크너의 뒤를 이으면서도 이들의 모더니즘 태도에서 벗어나서 인간존재의 가치에 대해 논한다.
전쟁이 끝나면서 인간존재가 허무와 절망, 소외가 문학계를 지배했다면 벨로우는 비록 인간이 어떠한 목적도 없는 허공에 매달려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존재 이유가 반드시 있다고 믿으며 그 이유를 찾고자 한다. 따라서 미국인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려 하지만 캐나다 인이라는 이유로 입대가 보류된 조셉이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사회에서 소외되었으나 영혼은 파괴되지 않은 현대의 도시인을 그린 작품들을 써서 1976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유창한 이디시어를 구사했는데 이는 그의 힘찬 영어 문장에 영향을 미쳤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 문단의 중심이 된 유대계 미국 작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벨로의 부모는 그가 태어나기 2년 전 러시아에서 몬트리올로 이주했다. 벨로가 9세 때 가족은 시카고로 이사했다. 시카고대학교를 다녔으며 1937년 노스웨스턴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네소타·프린스턴·뉴욕 대학교, 바드대학, 시카고대학교 등 여러 곳에서 강의하면서 작품을 썼다. 군 징집을 기다리는 남자의 일기 형식으로 된 〈허공에 매달린 사나이 Dangling Man〉(1944)와, 결국 서로의 희생자가 되는 유대인과 이교도의 관계를 섬세하게 파헤친 〈희생자 The Victim〉(1947)를 발표해 소수의 독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오기 마치의 모험 The Adventures of Augie March〉(1953)을 선보이면서 폭넓은 격찬을 받았고 1954년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받았다. 이 작품은 시카고 출신의 가난한 유대계 청년이 20세기의 세계를 헤쳐나가는 한편 그것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성장과정을 그린 악한소설(피카레스크 소설)이다. 여기에서 벨로는 당시의 작가들이 몰두한 완벽한 형식에 대한 고의적인 반항으로서 느슨하고 자유분방한 문체를 처음으로 구사했다. 또한 〈비의 왕 헨더슨 Henderson the Rain King〉(1959)에서도 악한소설의 기법으로 아프리카를 탐색하는 괴짜 미국인 백만장자 이야기를 다루었다. 중편소설 〈인생을 포착해라 Seize the Day〉(1956)는 성공하는 것만이 최고인 사회에서의 실패를 독특한 시각으로 그린 작품이다. 단편집 〈모스비의 회고록 Mosby's Memoirs〉(1968)과 이스라엘 여행 안내서 〈예루살렘 왕복기 To Jerusalem and Back〉(1976)도 썼다.
또 벨로는 〈허조그 Herzog〉(1964, 전미도서상 1965)·〈새믈러 씨의 혹성 Mr. Sammler's Planet〉(1970, 전미도서상 1971)·〈훔볼트의 선물 Humboldt's Gift〉(1975, 퓰리처상 1976)·〈학장의 12월 The Dean's December〉(1982) 등 후기소설에서 독특한 작품세계에 도달하고 있다. 이 작품들의 주인공은 유대계 지식인들로, 그들의 내적 독백은 때로는 현란하고 우스꽝스러워서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와 동시에 정력적이고 제멋대로 사는 현실주의자들로 가득찬 주변세계는 그들의 지적 사변을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교양있는 사람들의 궤변과 평범한 사람들의 지혜를 결합하는 데 벨로의 뛰어난 독창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