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麥舟)
보리 실은 배라는 뜻으로, 초상을 당한 사람한테 물품(보리)으로 도와 준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후 남의 상사(喪事)에 도움 주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麥 : 보리 백(麥/0)
舟 : 배 주(舟/0)
출전 : 냉재야화(冷齋夜話) 청파잡지(清波雜志) 卷08
이 성어는 중국 송(宋)나라 주휘周煇가 쓴 청파잡지(清波雜志) 卷08에 나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송(宋)나라 범순인(范純仁)은 송나라 명재상 범중엄(范仲淹)의 아들로, 자는 요부(堯夫)이며, 벼슬은 관문전 태학사(觀文殿太學士)에 이르렀다.
범중엄이 수양(睢陽)에 있으면서 아들 순인(純仁)을 고소(姑蘇)에 보내어 보리 500섬을 운반하게 하였다(范文正公在睢陽, 遣堯夫到姑蘇般麥五百斛).
요부(堯夫; 범순인)는 당시 젊었으며, 보리를 배에 싣고 수양으로 가다가 단양(丹陽)에 이르렀을 때, 고향 친구 석만경(石曼卿)을 만났다. 석만경에게 안부를 물었다(堯夫時尚少, 既還, 舟次丹陽, 見石曼卿, 問; 寄此久如).
석만경이 말했다. “한 두 달 되었네. 3년 상인데 아직 천토(淺土; 시체를 관에 넣고 아직 묻지 않음)로 있어, 북으로 가서 장례를 치르고 싶지만 어디에 아는 사람도 없어(曼卿曰; 兩月矣. 三喪在淺土, 欲葬之而北歸, 無可與謀者).”
그 말을 들은 요부는 보리와 함께 배까지 주어 버렸다. 그런 다음 효부는 혼자 곧장 아버지에 가 아무 일 없듯이 인사를 드렸다(堯夫以所載麥舟付之, 單騎兼程, 取捷徑而歸. 到家, 拜起, 侍立良久).
범중엄이 물었다. “고향의 친구들은 만나 보았느냐(文正曰; 東吳見故舊乎)?”
요부가 말했다. “단양에서 친구 만경을 만났는데, 3년 상을 치르지 못하고 어디에 알려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습니다(堯夫曰; 曼卿為三喪未舉, 方留滯丹陽, 時無郭元振, 莫可告者).”
범중엄이 말했다. “맥주를 주었느냐(文正曰; 何不以麥舟與之)?”
요부가 말했다. “이미 주어 버렸습니다(堯夫曰; 已付之矣).”
(范忠宣麥舟 清波雜志/卷08)
范丞相 麥舟圖 二首 / 安軸
(범승상의 맥주도 2수 / 안축)
大義深仁作相公 能輕重利恤人窮
큰 의리와 깊은 어짊으로 정승이 되어, 많은 이익 가볍게 여기고 궁한 사람 도왔네.
父知子貴非先見 只爲渠心與我同
아비가 자식이 귀하게 될 줄을 미리 안 것 아니라, 다만 자식의 마음이 자신과 같았기 때문이라네.
異氣當從大義求 虎生三日便窺牛
남다른 기상은 대의에서 찾아야 하니, 범은 태어난 지 사흘이면 소를 엿본다네.
曼卿一得無心惠 天下民皆飽麥舟
만경은 한 번 무심한 은혜를 받았으니, 천하 백성을 모두 배의 보리로 배불리리라.
[註]
🔘 범은 태어난 지 사흘이면 소를 엿본다네: 송나라 유항(劉沆)의 시 술회(述懷)에 나오는 구절로, 기개가 뛰어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 만경(曼卿): 석연년(石延年)의 자로, 송나라의 문학가이자 서법가이다. 북송(北宋)의 변방 정책에 대해 주견이 있어서 평시에 군대를 훈련하여 변란에 대비하자고 주장하였다. 저서에 석만경시집(石曼卿詩集)이 있다. 당(唐)나라 시인의 시구를 모아 하제(下第)라는 집구시(集句詩)를 지었다.
🔘 안축(安軸): 고려 말기 때의 문신이다. 순흥 죽계(竹溪; 지금의 豊基) 출생으로, 본관은 순흥(順興), 자는 당지(當之), 호는 근재(謹齋), 아버지는 석(碩)이다.
신흥 유학자층의 한 사람으로, 탁월한 재질로 학문에 힘써서 글을 잘하였다. 문과에 급제하여 전주사록(全州司錄), 사헌규정(司憲糾正), 단양부주부(丹陽府注簿)를 지내고, 1324년(충숙왕 11) 원나라 제과(制科)에도 급제하여, 그곳 요양로(遼陽路) 개주판관(蓋州判官)에 임명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고려에 돌아와서 성균학정(成均學正), 우사간대부(右司諫大夫)를 거쳐, 충혜왕 때 왕명으로 강원도존무사(江原道存撫使)로 파견되었다. 이때 관동와주(關東瓦注)라는 문집을 남겼는데, 거기에는 충군애민(忠君愛民)의 뜻이 담겨 있다. 1332년(충숙왕 복위 1)에 판전교지전법사(判典校知典法事)에서 파면당하였다가 전법판서(典法判書)로 복직되었으나 내시의 미움을 받아 파직되었다.
충혜왕이 복위하자 다시 전법판서, 감찰대부(監察大父) 등에 등용되고, 이어 교검교평리(校檢校評理)로서 상주목사를 지내고, 1344년(충목왕 즉위년)에 지밀직사사(知密直司事)와 첨의찬성사(僉議賛成事)를 차례로 지내고, 1347년에 판정치도감사(判整治都監事)가 되어 양전(量田) 행정에 참여하였다. 그 뒤 감춘추관사(監春秋館事)가 되어 민지(閔漬)가 지은 편년강목(編年綱目)을 이제현(李齊賢) 등과 개찬하였고, 또 충렬, 충선, 충숙 3조(朝)의 실록편찬에 참여하였다.
한편, 경기체가인 관동별곡(關東別曲)과 죽계별곡(竹溪別曲)을 지어 문명이 높았다. 흥녕군(興寧君)에 봉하여진 뒤 죽었다. 순흥의 소수서원(紹修書院)에 제향되었고,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저서로는 근재집(謹齋集)이 있다. 요즘도 사람이 죽으면 부조금(扶助金)을 받는다. 조금씩 내어 큰 일을 원만히 치르게 하려는 의미(意味)가 담겨져 있다.
▶️ 麥(보리 맥)은 회의문자로 麦(맥)은 통자(通字), 麦(맥)은 간자(簡字)이다. 來(래; 보리)과 뒤져올치(夂; 머뭇거림, 뒤져 옴)部의 발로 밟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麥(맥)은 보리 밟기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본디 來(래)가 보리를 뜻하는 글자였으나 온다는 뜻으로 쓰게 되어 보리의 뜻으론 麥(맥)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麥(맥)은 ①보리(볏과의 두해살이풀) ②귀리(볏과의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 ③메밀(여뀟과의 한해살이풀) ④작은 매미(매밋과의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말) ⑤묻다, 매장(埋葬)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보리 모(牟)이다. 용례로는 여물지 못하고 까맣게 병 든 보리 이삭을 맥노(麥奴), 보리를 심었거나 베어 낸 논을 맥답(麥畓), 이삭이 팬 보리나 밀이 바람을 받아서 물결처럼 보이는 모양을 맥랑(麥浪), 보리나 밀이 익을 무렵의 약간 서늘한 날씨를 맥량(麥涼), 보릿 고개를 맥령(麥嶺), 보리 농사를 맥작(麥作), 보리를 심은 밭을 맥전(麥田), 보리쌀로 빚어 담근 막걸리를 맥탁(麥濁), 볶은 보리를 끓여서 만든 숭늉을 맥탕(麥湯), 밀을 빻아서 체로 가루를 내고 남은 무거리를 맥피(麥皮), 보리 흉년을 맥흉(麥凶), 익은 보리를 거두어 들이는 일을 맥추(麥秋), 밀과 보리를 모맥(牟麥), 쌀과 보리를 미맥(米麥), 보리를 거두어 타작함을 타맥(打麥), 보리를 세로 2등분 한 뒤 다듬어 정제한 보리쌀을 할맥(割麥), 외국산의 밀이나 보리를 외맥(外麥), 밀가루 제조의 원료로 하는 밀을 원맥(原麥), 깨끗이 쓿은 보리쌀을 정맥(精麥), 가을 보리를 추맥(秋麥), 봄보리를 춘맥(春麥), 껍질을 벗기지 아니한 보리를 피맥(皮麥), 보리의 이삭과 기장의 윤기라는 뜻으로 고국의 멸망을 탄식함을 맥수서유(麥秀黍油), 보리만 무성하게 자란 것을 탄식함이라는 뜻으로 고국의 멸망을 탄식함을 맥수지탄(麥秀之嘆) 등에 쓰인다.
▶️ 舟(배 주)는 ❶상형문자로 통나무 배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한자의 부수로는 배와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舟자는 '배'나 '선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舟자는 조그만 배를 그린 것이다. 강줄기가 많은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수로가 발달했었다. 강에는 여러 종류의 뗏목이 떠다녔지만, 그중에서도 舟자는 1~2명만이 탑승할 수 있었던 조그만 배를 그린 것이다. 이 배는 돛 없이 노를 저어 움직이던 것이었기 때문에 舟자의 상단에 있는 점은 노가 생략된 것이다. 이처럼 舟자는 배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배의 종류'나 '옮기다', '움직이다'와 같은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舟자와 丹(붉을 단)자는 매우 비슷하게 그려져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舟(주)는 ①배, 선박(船舶) ②반(제기인 준을 받쳐놓는 그릇) ③성(姓)의 하나 ④몸에 띠다 ⑤배 타고 건너다 ⑥싣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배 강(舡), 배 방(舫), 배 항(航), 배 박(舶), 배 선(船), 배 함(艦)이다. 용례로는 서로 배를 타고 싸우는 전쟁을 주전(舟戰), 배를 타고 감을 주행(舟行), 배처럼 생긴 모양을 주형(舟形), 배와 수레를 주거(舟車), 뱃놀이를 주유(舟遊), 작은 배를 한 줄로 여러 척 띄워 놓고 그 위에 널판을 건너질러 깐 다리를 주교(舟橋), 배로 통하는 길 선로를 주로(舟路), 배로 화물 등을 나르거나 교통하거나 하는 일을 주운(舟運), 뱃사람을 주인(舟人), 뱃사공을 주자(舟子), 배에 실음을 주재(舟載), 배와 뗏목을 주벌(舟筏), 소형의 배를 주정(舟艇), 네모지게 만든 배나 배를 나란히 맴 또는 나란히 선 배를 방주(方舟), 작은 배를 단주(端舟), 한 척의 배를 단주(單舟), 작은 풀잎이 배처럼 떠 있다는 뜻으로 작은 배를 이르는 말을 개주(芥舟), 조각배를 편주(扁舟), 같은 배 또는 배를 같이 탐을 동주(同舟), 배를 물에 띄움을 범주(泛舟), 외롭게 홀로 떠 있는 배를 고주(孤舟), 가볍고 빠른 배를 경주(輕舟), 배는 물이 없으면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임금은 백성이 없으면 임금 노릇을 할 수 없다는 말을 주비수불행(舟非水不行), 배 속의 적국이라는 뜻으로 군주가 덕을 닦지 않으면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것과 같이 이해 관계가 같은 사람들이라도 적이 되는 수가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주중적국(舟中敵國),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뜻으로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각주구검(刻舟求劍),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 배에 타고 있다라는 뜻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원수라도 협력하게 됨 또는 뜻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있게 됨을 이르는 말을 오월동주(吳越同舟), 잡아매지 않은 배라는 뜻으로 정처없이 방랑하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불계지주(不繫之舟),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함을 이르는 말을 파부침주(破釜沈舟), 조그마한 틈으로 물이 새어들어 배가 가라앉는다는 뜻으로 작은 일을 게을리하면 큰 재앙이 닥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소극침주(小隙沈舟), 배를 삼킬 만한 큰 고기라는 뜻으로 장대한 기상이나 인물을 이르는 말을 탄주지어(呑舟之魚), 달 하나를 세 배에서 본다는 뜻으로 하나의 달을 보는 사람의 경우에 따라 각각 달리 보인다는 뜻에서 道는 같으나 사람마다 견해가 다름을 일컫는 말을 일월삼주(一月三舟), 새털처럼 가벼운 것도 많이 실으면 배가 가라 앉는다는 뜻으로 작은 일도 쌓이고 쌓이면 큰 일이 된다는 말을 적우침주(積羽沈舟), 한 조각의 작은 배를 일컫는 말을 일엽편주(一葉片舟), 뭍에서 배를 민다는 뜻으로 고집으로 무리하게 밀고 나가려고 함을 이르는 말을 추주어륙(推舟於陸)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