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저께, 제가 스페인에서 부쳤던 제 그림들이 도착했습니다.
얼마나 고맙고 감개가 무량하던지요......
사실 이번의 제 스페인 행은, 바로 그 일을 하기 위함 아니었던가요?
이제 저도 나이가 있는데, 언제까지(?) 거기에 보관 중이던 그림들을 그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각오를 단단히 한 상태로 스페인 행을 감행했던 건데요,
(그 전에 다른(조지아, 아르메니아) 나라를 들렀던 것은 다른 의미가 있었다고 봐도 되지만, 어쨌거나 올해의 외유는... 그 일이 제일 중요했던 사안이었다는 겁니다.)
이제 다 지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 일은 몇 년에 걸쳐 생각을 거듭해왔던 과제이기도 했기에...
특히 작년 말과 올 연초에는, 제가 직접 스페인(갈리시아)에 가는 대신 친구인 '꾸꼬'에게 그 일을 부탁하기도 했었답니다. 그런데 일을 웬만큼 진행시켰던 그가, 어느 한 순간 난색을 표하면서 일을 중단해서... 제 애가 더 탔었는데요,
(그래서 더욱 불안해졌던 제가, 직접 가서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게 되었던 거랍니다.)
물론 그 그림들은 꾸꼬네 집 다락에 그대로 보관돼 있었습니다.
(제가 2022년 '남미 여행'을 마치고 그 곳에 들렀다, 어느 정도 포장까지 해둔 상태였었거든요. 그래서 꾸꼬에게 화물을 보내는 절차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던 건데, 제 생각은... 한국에서처럼(?), (꾸꼬가)운송회사에 전화를 걸어 그들이 화물을 보러 직접 찾아와서 전체적인 '견적'을 내주면, 꾸꼬가
저에게 연락을 하면 제가 한국에서 돈만 보내면 그들이 포장 운송까지 다 알아서 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 전에(2023?), 제 미국에 있던 한 덩어리의 그림들을(멕시코에 있던 그림들을 미국 텍사스에 보관 중이었기에) 그렇게 해서 받아봤던 것처럼...... 근데, 그건 미국에 있는 한국인 운송업체에서 해줬기 때문에 수월했던 것인데, 스페인도 그렇게 될 줄 알았던 거지요.)
이 번에 제가 가서 그 일을 직접 해 보니, 꾸꼬에게 그런 일을 맡겼던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든 짐을 지게했던 것이드라구요. 그 전에 제가 해두었던 포장은 너무나 형편없는 것이었고, 그런 일을 끝내고서도 운송회사와 연결시켜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한국하고는 너무나 차이가 커서... 제가 직접 그 일을 했던 것이, 그나마 이렇게라도 결론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이지, 그대로 꾸꼬에게 미뤘다면? 아마, 더 이상의 진척도 없었을 것이고, 꾸꼬는 꾸꼬대로 저를 원망했을 것이고... 저는 저대로 한국에서 꾸꼬를 원망하며 애를 태웠을 터라, 힘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갔던 것이 잘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림을 포장하는 일이 작가인 제가 하는 것과, 이 세상 그 누구에게 맡긴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걸, 너무나도 절실하게 느꼈으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계속 말씀을 드려왔지만)꾸꼬는 그 마을의 축제를 맡아 진행시키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몸이었으니, 그런 골치 아프고 복잡한 일을 어찌 했겠습니까?
그러니 현지에 가서도 제가 정말 힘든 과정과 절차를 거쳐,(한국으로 돌아올 날짜가 다가올수록 정말 미치겠드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을 떠나는 날까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져... (물건은 실어갔는데, 스페인 자체에서의 통관절차가 안 되고 있다고 연락이 자꾸만 와서, '또 와야 하나?'하기까지 했으니......)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또 다른(생각지도 않았던) 애를 먹었는데요,
저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준 젊은이(마놀로네 사무실 직원)와 갈리시아를 떠나기 바로 전 날까지 그 문제로 씨름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또 다른 직원(그도 알고는 지냈는데)이,
"문, 왜 그리 그 문제로 그토록 골치를 앓고 있는 거야? 나 같으면 미련없이, 여기 스페인 친구들에게 그림들을 다 선물로 줘버리고 떠나겠고만......"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잖아도 신경이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 있던 저는, 그 말에 화가 치밀어,
"야, 너는 이 사무실에서 공짜로 봉사하냐? 너는 일을 한 댓가로 매 달 꼬박꼬박 돈을 받을 거 아냐? 그래야 니 식구들도 먹여 살릴 테니. 그런데 뭐, 날더러 이 그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라고? 그럼, 난(화가는) 뭘로 먹고 살고? 그렇잖아도 가난한 사람이, 그림 재료 사고 전시하는 비용 퍼들이며 빚까지 지면서 사는데, 그게 말이라고 하는 소리야?" 하고 큰소리를 쳤거든요? '천하의, 무식한 놈 같으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못하고 말았답니다. 아무튼 그랬더니, 또 한다는 말이,
"당신이 만약 나에게 선물로 그림을 한 점 준다면, 그냥 받겠어? 다만 얼마라도 돈을 주기는 하겠지만......" 하고 말꼬리를 내리드라구요.
물론 그도 처음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었는데, 하도 제가 그 일로 골머리를 앓다 보니... 그냥 쉽게 얘기했던 것일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는 못합니다. 설사, 제가 다시 가서... 또 한 번의 그런 괴로움을 겪는다 해도......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화물 운송료가요, 첫번째 회사와 얘기됐던 2,500유로 보다는 쌌지만, 그래도 한화로 2백 정도를 카드로 결제를 했기에... 그 돈을 충당하는 것도 막막한 상황이랍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도 저는 제 그림들을 포기(?)할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 제 그림을 보관해준 댓가로(?), 저는 꾸꼬네에 그림 두 점을 놓고 왔었거든요. 2022년에요.)
아, 그런 상황에서 스페인을 떠나왔는데,
이번에는 한국 세관에서 문제가 터졌나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화물이 '그림(예술작품으로 여김)'이라,
'고가(?)'의 작품일 경우 세금도 엄청 붙을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름도 없는 화가라는 것과 그 화물의 내용(그림 사진 등)을 요구해오기까지 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이에도,(인터넷은 어디든 되기 때문) 사이사이 메일을 확인하면서,
한국 세관의 담당자에게 제 상황 설명과, 핸드폰에 남아있던 갈리시아 지방에서 했던 전시회 사진이 좀 있어서... 그런 사진 등을 보내면서, 그들의 요구에 맞춰주고 있었는데요,
돌아온 다음 날 아침 9시가 되면서 바로 세관에 전화를 걸어,
제가 한국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그들이 뭘 더 요구하는지(제가 다시 공항 세관까지 가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수도 있다기에...) 물었는데,
"작가님께서 성의껏 답을 해주셔서... 어쩌면, 세금이 하나도 안 붙을 수도 있고, 오늘 세관을 통관하면... 내일 배달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하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예? 정말요?"
얘기는 그런 식으로(더 이상 복잡하고 힘든 일 없이) 이어져서,
결국 그저께 점심 무렵, 제 그림들이 이 아파트에 도착을 했답니다.
한 덩어리의 부피가 너무 커서, 바로 아파트 안으로 들여넣기가 애매해서(그렇잖아도 좁아터진 공간인데)... 다시 원래대로 여섯 묶음으로 분리를 하기에 이릅니다.
쓰레기만 해도 적지 않은 양이었습니다.
그런 뒤 안으로 들여넣었는데,
그림들을 풀 수가 없었습니다. 벌려놓아봤자, 집안이 난리일 터라......
우선,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놓긴 했는데요(위),
마음이 어찌나 후련하던지......
그런 다음, 꾸꼬와 산티아고에게 짐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사진과 함께 보냈더니...
그들도 '너무 잘됐다'며 좋아하더라구요.(답 문자가 왔답니다.)
그들도 제가 애를 쓰던 모습을 보았었으니까요.
그리고 한국 세관의 담당자(여자)가 그동안 하도 친절하고 또 세세하게 제 편의를 봐줬기 때문에,
"000씨, 나 같은 가난하고 이름도 없는 화가를 위해 애를 써주셔서, 내가 고마움의 표시로... 뭔가 조그만 선물을 하나 보내려고 합니다. 주소 좀 문자로 보내주세요." 하고 부탁을 했었는데요,(혹시 저 같은 경우의 화가가 있다면, 그런 기억을 가지고 더 도와주면 고맙겠다는 말도 했답니다.)
"아이,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말씀으로만 받기로 하고, 선물은 사양하겠습니다." 하고 끝까지 사양을 하더라구요.
저는, 저에게 있는 '판화'라도 한 점 보낼 생각이었거든요. (그런 직접적인 얘긴 하지 않았습니다만.)
어제는요, 또 하나의 소포를 받았답니다.
마드릳의 산티아고 집에서, 제 배낭이 너무 빵빵해서... 그 중 일부를(스케치북 등) 종이 상자로 만들어, 우편으로 부쳤거든요.
그것도 무사히 도착했던 거지요.
그렇게 스페인에서 보냈던 물건들이 다 무사히(?) 도착을 했답니다.
아, 그렇게...
결과적으로 보면, 제 (이번의)스페인행의 목표는 달성한 것이기도 하고, 말끔하게 정리가 된 모양샙니다.
스페인에서 마음 고생했던 것과 비교를 하면,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수월하게 일이 처리가 된 것이지요.
('Happy Ending(?)'인가요?)
이제 마음 놓고(편하게. 그렇지만 돈에 쪼들리기는 하겠지요.), 다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과정 얘기를 읽으며 마치 탐정소설을 보듯 긴장했답니다.
귀국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