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읽어보는 조선사 ]좌절된 북벌의 꿈

좌절된 북벌의 꿈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여 조선을 개방된 사회로 이끌고자 했던 소현 세자의 죽음은 병자호란 이후 조선이 나아가야 할 길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었다. 마지막 방안인 군사력을 길러 삼전도의 치욕을 씻어야만 했는데 그것이 바로 효종이 한 북벌정책이었다. 효종은 인조의 두 번째 아들로써 왕위 계승에서 멀었던 인물이었다. 비록 소현 세자가 죽었다고 하나 맏아들인 석철이 살아있는 한, 그는 왕위에서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친청주의자였던 소현 세자와는 달리 반청주의자였던 효종은 인조에게 딱 맞는 적임자였고, 마침내 왕위에 올라가는데 성공하게 되었다.   원래 왕위에 오를 수 없는 인물이 왕위에 올랐으니 휴유증이 없을 리가 없었다. 가뭄이 들자 이에 대한 구언을 구했는데 한 신하가 소현 세자빈의 죽음이 무고라면서 재수사를 요구하자, 분노한 효종은 그를 장살하고 만다. 만약 소현 세자빈이 무죄가 될 경우 연좌된 아들들도 무죄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효종의 즉위 정당성이 없어지는 셈이었다. 따라서 효종은 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소현 세자와 함께 약 8년간 볼모생활을 했던 효종은 조선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 청나라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청나라가 비록 중원의 패자가 되었지만, 청나라의 만주족은 소수민족이었고, 피지배층인 한족이 그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터라 정권이 안정될 수 없었다.  더구나 당시 청나라에서는 변발을 강요하고, 반청인사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기 때문에 한족은 청나라의 무력에 눌려 있었지만, 기회만 온다면 언제든 봉기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효종은 이 점을 노린 것이었다. 특히 그는 숭무 군주로써 문신에게 전쟁수행을 맡기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하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직접 싸우는 것은 무신이었지만, 무신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것은 바로 문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론이나 일삼던 사람들이 현장경험이 없는 전쟁을 지휘하게 했으니 중원이 소수민족들에게 여러 차례 당한 것도 그런 것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조정 내에서 무신을 고위직에 등용하는 것을 그다지 꺼리지 않았고, 따라서 당시 문신 중에 병력 증강에 찬성하던 박무를 병조판서에 제수하였다. 하지만 박무는 얼마 안 있어 죽게 되었고, 원두표를 대신 등용하게 된다. 하지만 조정 내 대신들은 그런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비록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은 있었어도 전쟁을 일으켜 복수할 생각은 거의 없었다. 전쟁 준비하는 것을 청나라에서 알고 이를 보복할까봐 두려운 나머지에 이에 쉽게 찬성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 점은 당시 효종의 총애를 받던 송시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여태까지 송시열이 북벌에 찬성한 것으로 알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대로 그는 북벌에 대해 반대하는 대표적인 세력이었다. 그런 인물이 북벌을 주창한 것은 자신의 대의명분을 위해서지, 결코 전쟁을 일으키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문신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효종은 크게 실망하게 된다. 더구나 효종의 아우인 인평대군이 세상을 떠나고 자신이 말에서 떨어진 사건이 발생하자, 마음이 약해진 효종은 결국 송시열에게 정권을 위임하게 된다. 단 북벌을 수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지만 송시열은 미적거리며 효종에게 수기형가 즉 자신의 몸을 더 닦아야 한다고 전쟁준비를 회피했다. 그리고 자신이 북벌 준비를 못하는 상황을 효종에게 책임을 돌렸고, 효종은 송시열과 마지막 담판을 짓기로 한다. 이것이 기해독대였다. 여기서 효종은 북벌을 재천명하고, 오랑캐에게 씻지 못할 한을 당했으면서도 이를 갚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문신들을 질타했다. 그러자 송시열은 사대부들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은 효종에게 배운 것이라며 오히려 효종을 몰아세웠다. 결국 효종은 송시열에게 이조판서와 병조판서를 제수하고, 북벌을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   송시열은 차일피일 미루게 되고, 효종은 종기가 생겨 어의 신가귀로부터 치료를 받게 된다. 근데 신가귀는 뜻밖에도 손을 떠는 수전증 환자였다. 임금의 몸을 책임지는 어의가 손을 떠는 환자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신가귀에게 치료를 받은 직후 효종은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고, 신가귀는 교수형에 처하게 되었다. 효종의 죽음은 조선이 나아가야 할 두 가지 방향이 모두 상실했고, 자기 보신에만 급급한 사대부들이 정권을 장악하여 이미 쓸모가 없어진 성리학을 붙든 채, 기득권을 유지할려고 애를 썼다. 효종 15년 오삼계의 난이 일어나자 남인 윤휴는 때는 지금이라며 북벌을 주장했지만 이미 때는 지난 후였다. 효종의 죽음은 사대부들의 반동정치의 시작을 알린 셈이었다.  글/ 학술마을지기 박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