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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차 / 이시향
출근하는 길에 늘 지나치던 장안 삼거리 연꽃 밭 작년에는 일부러 찾아가서 연꽃을 찍었는데 참 크고 탐스러운 홍연과 백연이 피었던 연꽃 밭에 잠시 차를 멈추고 들어섰다. 역시 탐스럽고 큰 연꽃들이 피었다 이곳은 특이하게 꽃들이 골고루 많은 부분 피지 않고 일부분씩 무리 지어 피어있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새벽 출근 길이라 바쁘게 몇 컷 빨리 찍으며 돌아 나오다 툭 건드린 홍 연꽃이 사르르 여인이 옷을 벗듯 떨어져 연 잎에 쌓였다. 미안함에 연꽃 잎을 모두 챙겨 출근해서 깨끗하게 씻고 키친 타 올로 둘둘 말아 물기를 닦고 꽃잎 하나를 다기에 넣고 차를 우렸다. 뜨거울 때 한 컵을 달아내고 마셔본다. 깔끔하고 은은한 향기가 입안에 머물다 몸을 일주하며 정신을 맑게 한다. 백연 잎이 더 향기롭다고 하지만, 어떻게 꽃잎을 덖는지는 모르지만, 작년에 시 낭송을 해주고 선물 받았던 연근 차를 다 마신 후라서 그런지 연꽃 잎 차가 더욱 개운함이 입에 착 붙는다.
한잔 덜어낸 다기에 얼음을 채운다. 여름이라 차를 차갑게 만들어서 마셔볼 요량인데 이것은 지난달 경주 안압지 연꽃 축제에 갔을 때 얻어 마셨던 연꽃 잎 차가 어름 동동 들어있는 차가운
차였는데 참 좋았던 기억에서이다.
조금 더 빨리 가는 새벽 시간에, 지나쳐 버릴 수도 있었던 장소에, 내 몸을 스쳐 떨어지는 꽃잎의 인연으로 가지고 온 연 꽃잎이 사라지는 몇 칠 간은 행복한 향기에 젖어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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