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민, 가족 24-4, 미리 생일 축하
다가오는 금요일인 양력 2월 23일은 해민 군 생일이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어머니께서 해민 군 약 처방을 위해
대구에 내원하시는 날이기도 하다.
때문에 날짜를 조금 앞당겨 미리 축하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월요일 오후 미술학원을 마치고 언어재활 수업에 가기 전,
남는 시간을 활용해 강변에서 산책을 하고 어머니와 전화로 의논했다.
모종의 이유들로 몇 해 동안 해민 군이
생일 때 본가에서 외박을 하지 못했다고 들었기에
올해는 웅양 집에서 자고 오는 것을 적극 추진해볼 만했으나,
역시 어머니 일정 상 어렵게 되어 수요일에 점심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 오기로 한다.
때로는 부탁하는 목소리에 조금 더 힘을 싣고 싶기도 하지만
어머니 또한 내가 부담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신 것처럼
나 또한 어머니께 부담을 드리기보다는
감당하실 수 있을 만큼만, 여력이 되는 선에서 부탁을 드리고 싶다.
그러고 나서 적극적으로 감사를 표현해야지 마음먹는다.
해민 군과 함께 맞는 첫 생일이기에
케이크를 준비해서 가고 싶다고 어머니께 여쭈었으나
어머니께서는 한사코 부담스럽다고 하시며 괜찮다고 하셨다.
그리고 수요일 당일, 뭐라도 준비해서 가고 싶었으나
근무 일정 상 당직 근무가 끝난 날이라 예상보다 촉박하게 출발하게 되었다.
혹 졸음운전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운전하며 가는 길
해민 군에게 더 많이 말을 건다.
“해민 군, 저 잘 가고 있나요?”
바깥 풍경에 집중한 해민 군의 대답 대신 내비게이션의 대답으로
바람개비가 맞아주는 익숙한 언덕길에 오른다.
덩달아 해민 군도 늦게나마 대답해주는 듯
배시시 웃으며 한껏 들뜬 기분이다.
마침내 아버지께서 지으셨다는 샛노란 집에 도착했다.
아들 생각하며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는 단박에 듣지 못하시고
해민 군이 그랬듯 늦게나마 맞아주신다.
처음이었지만 살림살이 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풍경이 익숙하다.
해민 군도 익숙한 듯이 자리를 잡고 집안 물건들을 만져본다.
어머니가 음식을 준비하며
간간히 해민 군과 내가 있는 쪽으로 오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준비하신 요리가 밥상을 채운 후에는
어머니는 나에게 편하게 먹으라고 하시며 해민 군 식사를 챙기신다.
편하게, 많이 먹으라고 하시며
식구들이 먹는 음식이라 입에 맞지 않으실 것을 걱정하셨지만
정작 내가 가장 많이 먹었다.
전지작업 하느라 늦게 합류하신 아버지보다도 많이, 두 그릇을 비워버렸다.
우리 집 밥상인 것처럼 편안하게
해민 군 덕분에 너무 귀한 대접을 받았다.
식사를 마치고는 커피까지 내어주신다.
해민 군은 배도 부르고 노곤노곤한지 나른하게 누워있다.
시끌벅적 와글와글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고요하며 한적한 와중에 간간히 주고받는 대화가 좋다.
해민 군이 기운을 차리고 좋아하는 물건을 가지고 시간을 보낸다.
나도 해민 군처럼 물건을 돌려본다.
특히 아버지가 ‘스피너’를 내어오셨는데
이 물건이 무엇인지 몰랐던 나는 얼마 전 방 정리를 하며 고민 끝에 버렸었다.
뜻밖에 오늘 다시 보게 되고 용도를 알게 되니 반가웠다.
그리고는 나도 해민 군처럼 생각을 비우고 빙글빙글 돌려본다.
해민 군이 생각을 비우고 돌리는 것인지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 모아 돌리는 것인지
물어본 건 아니지만….
아버지도 남은 작업이 있으실 테고
어머니도 오후 일정이 있다고 하셨는데
한동안 정적이 흘러도
서로가 좀처럼 자리를 뜨려고 하지 않는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적당한 때에 자리를 정리하고 현관을 나선다.
늦게 일어난 해민 군 형도 방에서 나와 배웅해준다.
초췌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기에
더욱 고마운 마음과 대학 생활을 응원하는 마음을 전한다.
어머니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아버지에게도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다고 말씀드린다.
내가 차에 간 동안
해민 군은 어머니 아버지와 집 근처를 거닌다.
그 모습이 다음 방문을 재촉하는 듯해
머지않아 또 오고 싶은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선다.
오늘 케이크로 축하하지는 못했는데
생일 당일에는 케이크로 축하할 수 있겠지?
2024년 2월 21일 수요일, 서무결
어머니 아버지의 상황과 형편을 살피고 헤아리니 감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머니 아버지 형의 몫 감당하게 주선하고 거드니 감사합니다. 서무결 선생님의 생각이 참 깊습니다. 밥 두 그릇 먹었다니 고마워요! 월평
생일 맞아 부모님과 식사하도록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부모님 댁에서 식사, 더 의미가 있습니다. 신아름
양해민, 가족 24-1, 다음에 뵙겠습니다
양해민, 가족 24-2, 조부모님 가게 두부 한 모
양해민, 가족 24-3, 이렇게라도 축하
첫댓글 생일은 본가에서 가족들과 보내면 좋겠다. 저도 생일만큼은 그렇게 보내면 좋겠다고 정석명 씨 어머니에게 강하게 부탁드렸죠. 서무결 선생님의 마음을 짐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