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더 없이 맑고 화사한 주변은 우리에게 더 없는 선물이었다. 인공호수 그 널따랗고 긴 수면은 올 여름 긴 우기를 시샘하는 것일까. 안온한 수평선을 우리는 보았다.
참 오랜만에야. 매년 세계꽃 박람회를 열어 친수공간(親水空間)의 절묘한 레퍼토리를 제공했듯 호수여! 오늘 우리가 열망과 비젼을 꿈꿔보았다면 너무 늦은 것이겠지.
에폭시수지로 포장된 보행자 산책길에서 귀여운 애완견은 주인의 목줄에 매달려 보폭 5센티미터의 수레를 힘겹게 굴렸다.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에는 눈 만 빼놓고 천으로 얼굴을 덮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참동안 머리를 굴려 보았다.
큰 천으로 마스크를 한 할아버지도 보았다. 왜 해맑은 햇살과 상큼한 맑은 공기를 외면하는 것일까. 다면사회의 한 트렌드일까.
키 큰 아름다운 소나무여 그대를 여기까지 모셔온 물신은 우리이겠지. 긴 여행에 몸살을 앓고 이제야 당당한 그 자태, 우리는 스냅하고 메모리카드에 보관 하였다.
꽉 막힌 찻길 단풍 관광을 피하고 이곳을 찾은 해피한 가족들의 동선은 참 아름다웠다.
철마도 가고 백마도 갔었는가.
그 도시를 한 바퀴 반을 돌다가 길 옆 한가로이 졸고 있는 역사에 얹혀진 백마역 간판은 미시 안경이 없었다면 볼 수 없는 지점에 보인다. 대로변 전면에, ‘에니콜’ 이 아닌 ‘애니골’이 무엇일까. 그 조그만 간판을 발견 하고 이제 찾았구나 하고 안도하게 되었다. 길을 들어서자 양 옆에는 우후죽순격의 식음 간판의 파노라마로 일렁인다. 해물칼국수, 유황오리구이, 장단콩두부요리, 삼겹살구이, 한우불갈비, 풍천장어구이, 레드크랩 등 특화 식단의 메뉴를 머리에 얹고 우리를 반긴다.
유황오리찜 구이는 일반적으로 낯설다. 독성인 유황을 직접 식용으로 하는 사례는 없기 때문인데 오리에게 유황가루를 사료에 섞어 먹인 오리란다. 유황의 성상은 본초강목, 동의보감에 보인다. 산성의 체질을 약알카리로 돌린단다.
레드크렙은 게살, 게죽, 게매운탕으로 조리되어 입맛을 돋군다. 키토산 효과일까. 수조에 가득한데 전량 러시아에서 수입하여 이곳에서 불티나게 소비된단다. 먹거리 자급도가 30%에 머무른 우리의 실정에서 이해해야할까. 영덕게의 자원고갈에 대처할 방안은 무엇일까.
자운서원(紫雲書院)
16세기 조선조 유학자이며 경세가인 이이(李珥 1536-1584) 선생이 전생에 이룬 학문적 업적과 나라에 헌신한 궤적을 서책, 서찰 등의 자료를 한데 모은 자료관과 청소년교육관이 건립되었다. 이는 선생의 나라사랑 정신을 고양하는 현대 정신 수양의 메카로 활용되고 있어 민주 가치사회의 구현에 일익을 담당하리라. 가을 햇살에 비쳐진 성역화 전경은 더 없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