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호 태풍 찬투가 올라오고 있다 한다. 당초 예상으로는 우리나라 남해안을 휩쓸고 일본으로 빠질기세였으나
북쪽의 고기압에 밀려 대만 위에서 머뭇거리다가 뒷걸음질까지 치면서 다시 방향을 더 일본쪽으로 꺾었다.
오전 09시경에 제주도 서귀포 부근까지 올라와 오후 3시경 부산 먼 앞바다를 지나는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평소에는 바람이 불다가도 태풍전야에는 조용하다. 사방이 쥐죽은듯이 잠잠하면 무슨 큰 일이 일어날 것처럼 불안하다.
하늘을 보니 잔뜩 찌푸려 있고 바람도 없는걸 보면 태풍이 곧 불어닥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70평생을 살면서 태풍이고 저기압이고 많이 겪었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몇개씩이나 올라오니 다 합하면 수백은 넘지 않겠나.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추석날 불어닥친 사라호였다.
당시에 나는 시골 까막골에 있었는데 추석날 제사를 지내고 나니 바람에 감나무 가지가 다 꺾이고 폭우로 치돗가에 놓여져 있던 다리가 불어난 급류에 떠내려 가버렸다. 농경지 침수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이재민과 재산상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다음으로 컸던 것이 매미호였는데 영도 바닷가에 있던 큰 건물의 유리창이 다 깨어지고 1층에 들어와 있던 농협은 파도에 휩쓸여
내부에 있던 집기들은 어디론지 다 쓸려나가 볼펜 한자루도 남지 않았다. 태종대 자갈마당 앞 방파제용 테트라포트 하나가 파도를 타고 수백미터 떨어진 수영장 안에까지 날아왔었다. 태풍이 지나가고도 학교로 들어가는 방파제는 한동안 들이치는 파도가 하늘로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출입이 통제됐었다.
배를 탈 때도 항로에 따라 태풍이나 허리케인, 사이클론을 만날 때도 있고 저기압은 수시로 만났다. 바다의 기상은 수시로 변하므로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첵크하는 것이 일본기상청에서 보내주는 팩스밀리 기상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양선을 위해 보내주는 기상도도 초창기에는 없었고 나중에는 있긴 해도 부정확하여 대부분 일본 기상도를 보고 침로상에 태풍이나 큰 저기압과 맞닥들일 가능성이 있으면 미리 침로를 변경해서 피할 수가 있었다.
겨울철 북태평양은 저기압의 무덤이리고도 할 정도로 사흘이 멀다하고 올라온다. 미국 서부나 캐나다에서 짐을 싣고 일본이나 한국 또는 중국으로 올 경우 대권항해를 해야 하므로 알류산 열도 부근의 유니마크를 통과한다. 대권항해를 하는 것은 구면삼각법으로 최단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북태평양에서는 큰 저기압에 우리나라 어선 침몰사고도 많이 일어났고 원목선도 통째로 많이 가라앉았다. 나도 원목선을 탈 때 몇번이나 고기밥이 될뻔 하였다.
광석선을 탈 때 호주 서북부 댐피아에서 광석을 16만톤 가득 싣고 일본 구주에 있는 야하다 제철소로 가는 중이었다. 항로중에는 호주와 일본 혹은 한국쪽인 남북으로 다니는 항로가 선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항로이다. 첫째로 시차가 없고 항차가 길어야 2주 정도로 짧기 때문이다. 호주는 철광석과 석탄 그리고 곡물도 많이 나고 LPG선도 한번 씩 들어간다. 호주 동부에서 석탄을 싣고 남빙양, 대서양을 거쳐 네들란드 로텔담까지 가면 57일내지 두어달이 걸리는 긴 항차도 있다.
광석선은 광석이 무겁기 때문에 홀더에 가득 채우지 못하고 길게 바닥에 깔아서 싣고 항해를 한다. 그러므로 큰 파도를 타게 되면 배가 허리가 딱 부러져서 두 동강이 되므로 곧바로 물 속으로 들어가기가 쉽다. 광석선이 위함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선원들이 탈출할 시간이 없이 30초 이내에 물속으로 잠긴다. 태풍은 북반구 필리핀 근해에서 발생하여 대개 알래스카 베링해쪽으로 향한다. 호주는 남반구에 속하므로 호주 근해에서도 태풍과 같은 큰 바람이 있는 데 태풍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진행한다. 기후도 적도를 기준으로 정반대가 되듯이 말이다. 그걸 코리올리 효과라 하는 지도 모르겠다. 물이 소용돌이쳐서 빠져 내려가는 방향도 반대가 된다.
앞에서 하던 얘기를 마저 해야겠다. 데드웨이트16만톤짜리 광석선에 댐피아에서 철광석을 만재하고 출항하여 일본 야하타제철소가 있는 키타규슈를 향하고 있었다. 적도를 통과하여 필리핀 동쪽해를 통과할 무렵 필리핀 근해에서 저기압이 하나 발생하여 서서히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우리배는 14.5노트로 항해하고 있었으므로 그대로 간다면 저기압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우리배가 무사히 목적항에 입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가 지나고 기상도를 보니 저기압은 세력을 상당히 키워서 태풍으로 변해 있었고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더욱 세력이 커졌고 속도도 붙었다. 태풍의 진로를 보니 한 이틀후에는 우리배와 완전히 충돌코스로 올라오고 있었다. 저녁때가 되어서는 파도가 점차 거세어졌고 태풍중심과는 약 100마일정도 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시 캡틴은 사관학교출신이었는데 회사의 지시에는 꼼짝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모두가 함께 죽을 수는 없는 문제였다. 내가 총대를 메고 캡틴을 찾아갔다. "캡틴 이대로 가면 다 죽습니다. 지금이라도 배를 돌립시다!"라고 했다. 캡틴도 상황을 보니 예사롭지 않자 할 수 없이 오던 길로 침로를 180도 틀었다. 그렇게해서 꼬박 밤을 새워 거꾸로 달렸더니 바다가 잠잠해졌다. 아침에 갑판에 나가 살펴보니 선수에 매달려 있던 닻 하나가 파도에 맞아 떨어져 나갔고, 선수 탱크 연료유를 이송하는 포워드펌프룸이 문을 닫아 두었는데도 기밀이 안돼 누수로 침수돼 있었다.
태풍을 앞 세운 후 본래의 침로로 복귀하여 뒤따라 항해를 하니 순풍에 돛을 단 배같이 미끄러져 갔다. 코로나19나 내년 대선도 태풍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태풍은 빨리 멀리 도망가도록 하고 우리는 천천히 뒤따라 갔으면 좋겠다.
첫댓글 음력 보름에 베링해서 알라스카만쪽 내려나가 유니맥 협수도 태풍 중심권에서 피항할시 말마라.현장 보지 않은이는 몰라 ,영화촬영소서 인공 폭풍만던 작품에서나 볼수있는
먼곳에 등대 불빛은 섬광하지 ,미칠것 같지, 브릿지 핸드레일 잡고 워낙 흔들리니,파곡속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사니
뱃탄넘 돈은 부모 제사상에도 안올린다는데 , 마치 해상서 공짜로 유람하다 번돈으로 착각 하는 육지 사람들 많다. 여자들은 바람나고 ,부모중에는 배넘 아들 배 스쿠루만 돌아 가면 돈가져온다는 생각 가진 부모 형제도 예전 많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