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녀, 부네의 아비, 그 늙고 말없는 외눈박이 목수가 어떻게 그의 바람난 딸을 벌건 대낮에 읍내 차부에서부터 끌고 와 어떻게 단숨에 머리칼을 불밤송이처럼 잘라 댓바람에 골방에 처넣고, 마치 그럴 때를 위해 준비해 놓은 듯 쇠불알통 같은 자물쇠를 철커덕 물렸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 했다.
겹겹이 산 너머에서 여전히 간헐적으로 포성이 울리는 가운데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걸로 봐서, 이 중편의 배경은 1952년에서 1953년, 경기도 일원의 촌락쯤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선 민족상잔의 비극이나 사상의 갈등에 연유하는 사건 따위는 건드리지 않는다. 아버지가 끌려간 사실과 주인집 딸인 부네에 얽힌 기묘한 내력과 죽음 말고는 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주변 정황의 묘사로만 일관한다.
https://naver.me/54VP6Mc4
첫댓글 어두운 시절의 햇빛 물무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