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권세와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날을 맞게 됩니다. 묵묵히 수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기의 몸부림을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설령 다시 한 번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현실은 또 다시 다가오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이 한계가 있으니 말입니다. 미리 예견하고 준비해두는 사람이 있지만 불현듯 당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 충격은 대단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그 사람을 다시 만들어줄 것입니다. 극복하는 길도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한 때 잘 나가던 유명배우, 어느덧 인기가 수그러듭니다. 주연에서 곁들이 역할로 밀려나지요. 마음 아픈 일이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전에 누리던 인기로 어디를 가든 알아주는 팬들이 있습니다. 그나마 위로가 됩니다. 그럴지라도 현실은 현실입니다. 다시 말해서 먹고사는 일이 문제로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잘 나가던 시절대로 누릴 수는 없습니다. 축소하든지 바꾸든지 해야 합니다. 이 현실을 적응하지 못하여 그 후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그것은 더 슬픈 일이지요. 인기를 얻고 권력을 누린다 해도 먼저 사람이 되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 한결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잘 나가던 배우 ‘릭 달튼’의 1969년 생활을 담고 이야기합니다. 그나마 할리우드에서 잃은 명성을 이태리로 가서 조금은 회복합니다. 돈 좀 벌어가지고 돌아옵니다. 당분간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태리에서 새로 아내까지 생겨 데리고 옵니다. 다시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합니다. 한밤중에 난데없이 침입자들이 집으로 들어옵니다. 불법난입이지요. 격투가 벌어지고 총격이 벌어집니다. 침입자들은 모두 처리되지만 충격은 오래 갈 것입니다. 더구나 결혼하여 미국 땅을 처음 밟은 아내의 충격은 어쩌면 평생 갈지도 모릅니다.
이야기는 릭 달튼과 함께 따라다니는 그의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의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스턴트맨은 위험 상황을 촬영할 때 기용되는 대역배우입니다. 때마다 영화마다 그 상황에 맞는 사람으로 대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아닙니다. 늘 따라다닙니다. 어떤 영화이든 필요할 때 그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그 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의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주 임무는 대역이지만 평상시에는 친구이기도 하고 운전기사요 그 집의 집사이기도 합니다. 여자가 없으니 집안일까지 돌보는 것입니다. 거의 붙어 지냅니다. 개인비서도 그만할까 싶습니다.
어느 날 운전하고 가다가 길에서 히치하이킹(Hitchhiking)을 하려는 앳된 소녀를 봅니다. 손짓으로 유혹(?)하는 것을 눈짓으로 받아주며 그냥 지나갑니다. 그런데 얼마 후 또 만납니다. 그래서 태워줍니다. 그리고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줍니다. 히피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보통사람들과는 사고나 의식이 다릅니다. 그리고 어찌 보면 문란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당시 미국에 생겨난 문화의 일종이라 생각합니다. 유럽에 집시가 있다면 아메리카에 히피가 있다고나 할까요? 성격이 좀 다르기는 해도 그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는 것은 유사하다 할 것입니다. 아무튼 일반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너무 극단적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은 죽어도 죽지 않고 죽이는 것을 가르치는 자들, 그들이 생각하는 배우입니다. 죽이고 죽여도 늘 살아서 더 많은 돈을 받아 호화롭게 사는 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진짜로 죽여주자. 우리에게 죽이는 방법을 가르쳐준 대로 확실하게 죽여주는 거지. 그리고 주거침입을 합니다. 자유는 좋은 것이고 추구해야 할 가치이지만 제약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공동사회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나의 자유와 상대의 자유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것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양보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법질서가 요구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공동의 선을 추구합니다. 극단으로 가면 상대방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릭의 상대 아역배우가 잠간 등장합니다. 잠시 쉬는 시간 곁에 다가와 이름을 묻습니다. 그런데 본 이름이 아니라 극중의 이름을 가르쳐줍니다. 본 이름을 가르쳐달라 하니 그럴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왜 그러냐고 묻지요.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촬영 시간 동안은 그 역의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그렇구나. 그래야 훌륭한 연기가 나올 수 있고 좋은 연기자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릭도 수긍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훌륭한 연기를 합니다. 어느 한 해, 한 사람 배우의 삶을 통해서지만 당시 영화계의 모습과 사회상을 보게 됩니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복된 주말을 빕니다. ^&^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되세요
Same to you! ^&^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