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12월 만료 앞두고 2057년까지 연장… 주민지원협의체와 ‘6개 분야 9개 상생사업’ 합의
협의체 제외 20개 리 주민 비대위 결성해 결사반대… 절차적 정당성·환경영향조사 미실시 논란 격화
[배석환 기자]=양평군이 지평면 무왕리에 위치한 양평자원순환센터 매립장의 사용 기한을 오는 2057년까지 30년 더 연장 운영하기로 전격 결정하고 주민지원협의체와 공식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군청 브리핑실 안에서 군정이 지역 상생 합의를 공식 선언하는 동안, 청사 광장에서는 협의에서 배제된 지평면 20개 마을 주민 200여 명이 상복을 입고 머리띠를 두른 채 “밀실 야합 원천 무효”를 외치며 결사반대 집회를 열어 심각한 지역사회 갈등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양평군은 2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제3회 군정 주요 현안 브리핑을 열고, 2027년 12월로 예정된 지평면 무왕리 산91-1번지 일원 양평자원순환센터(구 무왕위생매립장)의 운영 종료 기한을 2057년 12월까지 30년간 연장하기로 주민지원협의체와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1997년 2월 첫 매립을 시작한 이 시설은 이번 결정으로 총 60년간 운영되는 장기 폐기물 처리시설로 남게 됐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브리핑을 통해 생활폐기물 처리가 군민 일상과 직결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행정 서비스임을 강조하며 연장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군에 따르면 당초 30년 운영 후 매립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쓰레기 종량제 정착, 재활용 활성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및 동부권 광역자원회수시설 소각 처리 확대 등으로 매립 잔여 용량에 상당한 여유가 생긴 상황이다.
전 군수는 현재 매립률이 예상치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하루 불연성 폐기물 매립량이 1톤 안팎에 불과해 지금 추세라면 100년도 더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체 매립시설을 신규 확보하려면 장기간이 소요되고 천문학적인 군민 혈세와 막대한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한 만큼 기존 시설의 연장 사용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양평군은 연장 운영에 따른 반대급부로 주민지원협의체가 요구한 6개 분야 9개 상생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파크골프장을 포함한 자원순환공원 조성, 지평면사무소 신축, 도시가스 공급망 조기 확충, 경의중앙선 전철 연장, 지평시장 활성화 등 지평면 발전사업이 포함됐다.
또한 자원순환센터 현대화 사업으로 자원회수시설 설치, 진입로 개선, 침출수처리장 고도화, 새활용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주민지원기금을 5년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군청 밖에서는 지평면 주민 200여 명이 집결해 격렬한 규탄 집회를 벌이며 회견장 안팎의 분위기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지평면 31개 행정리 중 법적 간접영향권으로 묶인 11개 리(월산리, 망미리, 무왕리, 일신리)를 제외한 나머지 20개 마을 주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군청으로 상경한 것이다.
반대 측 주민들은 쓰레기 매립장으로 인한 악취와 침출수 우려뿐 아니라 대형 청소차량이 마을 관통 도로를 수없이 통행하며 분진과 소음 피해를 유발하는 등 실질적인 환경 피해는 지평면 전체가 겪어왔다고 성토했다.
그럼에도 군이 법적 테두리만 앞세워 3분의 2가 넘는 대다수 면민을 공청회나 설명회 한 번 없이 협상에서 원천 배제한 채 기습적으로 합의를 밀어붙인 것은 명백한 밀실 야합이자 주민 갈라치기 행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기자회견장에서도 협약의 절차적 정당성과 환경 검증 부재를 둘러싼 날 선 질문이 집중됐다.
특히, 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라 장기 연장 운영 시 거쳐야 할 환경성 영향조사를 주민지원협의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하지 않기로 의결한 대목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 검증 없이 향후 30년 연장을 결정한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에 대해 전 군수는 과거와 달리 직매립이 아닌 불연성 쓰레기만 일부 매립되고 있어 시각적으로도 환경 영향이 크게 줄었으며, 수억 원의 용역비를 수시로 들이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답해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논란을 키웠다.
아울러 군이 제시한 면사무소 신축이나 도시가스 인입, 전철 연장 등의 보상책에 대해서도 지평면민이 누려야 할 기초 인프라를 매립장 연장의 흥정 카드로 둔갑시켜 주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회견 직후 밖에서 집회 중인 주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할 의향이 있느냐는 언론의 질의에 전 군수는 불미스러운 충돌이나 돌발 상황 우려를 이유로 즉각적인 현장 방문을 사양하며 대화를 미뤘다.
양평군은 법적 대의기구인 주민지원협의체와의 공식 합의와 행정예고 등 적법 절차를 마쳤다는 입장이지만, 소외된 다수 주민들이 협약 무효 확인 소송과 쓰레기 운반차량 저지 투쟁 등 강력한 실력 행사를 예고하고 있어 지평면 내 갈등과 행정적 진통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