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 자동차·조선·철강 파업 위기, 경기회복 불씨마저 꺼트릴라
입력 2023-08-30 23:54업데이트 2023-08-3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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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력 제조업 현장이 파업 위기에 처했다. 일부 대기업의 노사가 잇달아 임금·단체협약 합의에 실패하면서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미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했고, 포스코 노조는 창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극심한 반도체 산업 부진 속에 수출 버팀목이 돼 온 자동차·조선·철강업계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의 타격이 우려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31일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3시간 부분파업을 한다. 지난해 9년 만에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다가 1년 만에 다시 강경 대립으로 돌아선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5년 만에 임·단협 문제로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앞서 25일 파업 찬반 투표에서 역대 가장 높은 89%의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포스코 노조도 조만간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가결되면 창립 이후 첫 파업이 된다.
역대급 실적을 올린 기업의 노조가 임금 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권리다. 현대차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고, 현대중공업은 10년 만에 기록적 수주 호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엔 수용하기 힘든 무리한 내용이 적지 않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과 함께 현재 60세인 정년을 64세로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의 요구안엔 기본급 13.1% 인상,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60세→61세) 등 86건이 담겼다. 정년 연장은 임금체계 개편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데도 노조가 ‘호황 파업’을 카드로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 내수 부진 등으로 장기 저성장의 늪에 갇힐 수 있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 공백을 메워 온 주력 산업 현장이 파업으로 멈춰 서면 생산 차질에 따른 기업 피해는 물론이고 협력업체 타격, 수출 위축 등 경제 전반의 충격이 불가피하다. 전기차, 친환경 선박 등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야 할 때 지나친 임금 인상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노조는 이제라도 무리한 요구를 접고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릴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