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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GK 차기석이 26일 선수단 숙소에서 오랜만에 인터뷰를 가졌다. |
◇다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다
그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날, 전남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1점을 내주면, 1점을 쫓아가며 K리그 우승팀 포항스틸러스를 매섭게 추격하더니, 축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3-2의 펠레 스코어를 기록하며 승리를 거머 쥐었다. 다음날 26일 오전 9시. 선수들의 숙소인 광양 백운생활관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오전으로 예정됐던 훈련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승리의 보너스로 주어진 달콤한 휴식을 즐기는 동안 차기석이 인터뷰룸으로 들어왔다. 192㎝의 큰 키에 서글서글한 얼굴. 어디가 아팠었다는 게 믿기지 없을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다. 나이가 어리고 워낙 건강했던터라 회복속도도 그만큼 빨랐던가 보다. 차기석은 "주위에서 워낙 수술얘기만 하니까 이제는 그만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에게 아팠던 얘기를 계속 들먹이는 게 가혹한 일이긴 하다. 건강해 보인다는 말에 그는 좋아했다.
요즘은 건강해보인다는 말이 제일 기분좋다. 활짝 웃고있는 차기석. |
아프기 전까지 그의 축구인생은 탄탄대로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그저 축구가 좋아서 모교인 포항 동초등학교 축구부를 찾아갔다. 165㎝로 초등학생치고는 큰 키를 가졌던 그를 본 코치는 "넌 키가 크니까 골키퍼를 해라"하고 말했다. 축구공을 잡는 것만으로 마냥 행복했던 때였다. 골키퍼로서 그의 재능은 금세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부모님이 계신 포항을 떠나 축구명문인 서울 경신중학교로 전학했다. 키도 쑥쑥 자라주었다. 서울체고 시절에는 192㎝의 큰 키에 남다른 순발력으로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됐다. 2002년 AFC 선정 아시아청소년(17세 이하)선수권대회에 출전해 MVP에 선정됐고, 2004년 아시아청소년(19세 이하)선수권대회에서 박주영, 신영록 등과 함께 우승을 거뒀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국가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어 2005년 7월에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입단 테스트도 받았다. 대선배인 이영표와 함께 훈련을 받는 값진 경험도 했다. 축구선수로서는 다시 없을 꿈 같은 나날이었다. 하지만 1년 후인 2006년 6월, 전국이 월드컵 열기에 들뜨고 있을 때 그는 그라운드가 아니라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10년 동안 뛰고 달리던 그라운드가 꿈인지, 지금 이렇게 누워 있는 병상이 꿈인지 알수 없는 날들이었다. 그는 "텔레비전의 리모콘을 어디로 돌려도 축구만 나와서 토고전은 스무번도 넘게 봤다"면서 "다시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픈 꿈이 된 에인트호벤
슬쩍 에인트호벤 이야기를 꺼내자 "그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계속 생각하면 욕심 나서 아무 것도 못한다"고 말을 잘랐다. 복귀 후에는 옛날 생각은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입버릇이 됐던 '힘들다'는 말도 가급적 삼킨다. "원래 힘들다는 소리를 잘 안하는 성격인데 수술하고 다시 운동 시작하면서는 가족들한테 힘들다는 말을 참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그 말도 습관이 되더라구요. 누구나 나만큼 힘든데 어리광 피우는 것밖에 안되죠."
분명 걱정이 가득할 그의 부모 역시 가타부타 말이 없다. 매일 "밥 먹었냐"로 시작해 "잘 자라"로 끝나는 짧은 통화가 전부다. 무뚝뚝한 부모, 무뚝뚝한 아들이지만 말하지 않아도 전화선 너머의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
한동안 그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축구가 인생의 전부였던 그에게 한순간 축구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지는 절망이 밤새 그를 뒤척이게 했다. 얼마나 잠을 못 잤던지 그 때는 "세상에서 잠 잘자는 사람이 제일 부러웠다"고 했다. 요즘 그는 오후 10시30분이 되면 무조건 자리에 눕는다. 푹 자고 일어나 다시 운동장에 서서 골문을 지키는 것만 생각한다. 그는 "먼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그런 건 생각 안 한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목표를 조금씩 이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을이 깊어지는 광양 숙소에서 차기석이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
◇한국의 랜스 암스트롱이 되고싶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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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청소년 대회 우승할때까지만해도 좋아했는데
안보여서 무슨일 있나 했더니 ..아팠더군요...빨리 부활하길바랍니다.
첫댓글 힘내세요 ^ㅡ^
다시 본 실력을 보이며 꿈을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당시 경쟁하던 정성룡 골리는 벌써 국대행; 차기석 선수에게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