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에서 18일까지 1박 2일 동안, 오랜만에 윤식이를 포함한 가족 모두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구경'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체험'위주의 여행으로 모티브를 잡고, 원래 2박 3일 예정으로 떠났었는데, 1박 2일로 마감했지요. 그래도 여행 후 모두 맘에 들어하길래, 우리 회원님들도 한 번 고려해 보시라고 다녀온 여정을 여기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1일차: 8월 17일 월요일
느즈막히 일어난 식구들을 챙겨서 출발한 시간은 10시 30분.... 어디 여행다닌다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의 시간이지만, 어차피 여행이니까 채근하지 않기로 했다. 김밥집에서 김밥을 4줄 사서 먹으면서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오히려 러시아워가 끝나서 그런지 차가 잘 빠진다. 호법에서 빠져서 영동을 거쳐 여주에서 중부 내륙으로 들어갔다. 오히려 중부 내륙에 차가 예전에 비해 무척이나 늘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한산한 길 중 하나였는데...
우선 숙소로 잡아 놓은 불정역 테마열차팬션으로 가서 짐을 내려 놓으려 했는데, 2시 이후에 입실이 가능하다고 해서 일단 그 북쪽에 있는 진남역으로 갔다. 이곳은 정선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레일 바이크가 있는 곳이다. 이곳 문경에서는 이곳 진남역에서 출발하는 것과 숙소가 있는 불정역에서 출발하는 것, 그리고 석탄박물관이 있는 가은 등 세 곳에 레일바이크가 있다. 특징은 정선과는 달리 이곳은 반환점에서 바이크를 돌려서 왕복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 정선은 편도로만 갔다가 올 때는 기차에 타고서 출발점으로 돌아 간다.
정선은 또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인터넷 예약을 하던가, 여행사에 조인해서 단체로 하던가, 아니면 새벽에 나와 줄을 서서 몇 장 남을 그날 현장매매표를 사야 하는데, 이곳은 평일이라 그런지 꽤나 널널하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바로 2시에 있는 바이크 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2인승 1대당 1만원; 아이들 한 대, 우리 부부 한 대 해서 두 대를 빌렸다.
[진남역에서 불정까지 가는 레일바이크; 옆에 흐르는 영강을 끼고 왕복 5Km정도를 달린다.]
사실 레일바이크는 3일째 되는 날인 19일 계획을 했던 것인데, 너무 쉽게 체험하게 되어서 좀 그랬지만, 어쨌든 오늘의 체험 목표는 ZIPLINE이다. 외국에서는 흔히 flying fox 또는 zip wire, aerial runway, aerial ropeslide, death slide or tyrolean crossing 등으로 불리는 이 zipline은 문경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체험거리다. 쉽게 말해서 계곡 사이에 연결된 와이어를 도르레를 이용해서 건너다니는 체험기구다. 문경의 것은 총 9개 구간으로 되어 있는데, 길이가 100m도 안되는 것에서부터 360m가 넘는 것까지 다양하고, 다양한 지형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겸하고 있어서 2시간 30분이 넘는 체험시간이 오히려 짧게 느껴진다. 1인당 5만원이지만 올해 2월에 개장해 아직은 선전 기간이라 그런지 3만 5천원으로 디스카운트 해 주었다. 4식구가 14만원이라는 다소 부담이 될 만한 금액이지만, 체험을 하고 나서는 결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특히 조금만 높은 곳에 오르기만 하면 징징거리며 후둘거리던 집사람이, 처음 출발 전 연습구간에서 발도 못 떼고 징징대다가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는데, 9단계에 가서는 360m가 넘는 계곡을 즐겁게 타고 내려서 아무래도 자기의 고소공포증이 치유된 것 같다고 할 때는 정말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주한 사람들에게는 폼나는 '짚라인 탑승 수료증'까지 준다. 앞으로 전국 여기 저기에 설치될 예정이고, 이 수료증이 있으면 각종 할인혜택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단, 사전 예약을 필수다. (1588-5219)
[연주가 제법 능숙하게 zipline을 타고 있다.]
짚라인을 끝내고 사전에 예약해 둔 열차팬션(054-552-2356)으로 향했다.
이곳은 폐차된 무궁화호 열차를 팬션으로 개조해서 철도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단체실 2량 2실과 가족실 4량 8실로 되어 있는데, 각 방마다 이름을 다르게 붙여 놓았다. 예를 들어 우리 방은 '불정-부산'실이다. 이 팬션은 폐쇄된 불정역을 그대로 활용해서 만들어 놓았는데, 앞에는 영강이 흐르고 있어,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이곳을 명물인 '올갱이 채취' 체험도 할 수 있다.
기차역에서 마치 기차에서 자는 듯한 낭만이 있어 무엇보다 좋았고, 아이들도 전에 일본 벳부에서 오사카로 가는 여객선에서 하루 잘 때처럼 좋아했다. 내부는 에어콘, 부엌시설, 침실, 욕실 등 모든 시설이 다 갖추어진 말 그대로 팬션이어서 아주 편하게 저녁밥을 지어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즐길 수 있었다. 산이라서 그런지 전기 온도 조절기를 켜 바닥을 따뜻하게 하고 그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우니 꼭 찜질을 하는 것 처럼 피로가 싹 가신다. 1량에 2개의 가족실은 서로 테라스를 반대 방향으로 해 놔서 서로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해 놓았고, 기차 뒤편에는 바베큐장도 마련되어 있어서,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이곳을 활용할 수 있게 해 놨다.
[열차팬션 현관을 나서는 윤식이와 테라스에 서 있는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