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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48
씬1. 동, 분장실 (전 회, 68씬에 이어서)
(미주, 소파에 누워 눈을 감는다. 이때, 약을 손에 들고 들어서는 민우..)
미주 : (눈 뜨지 않고) 선화야... 민우씨 갔는지 좀 알아봐줘.
민우 : ... 내가 있으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 거야?
(미주,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민우, 보면... 미주, 얼른 외투 앞섶을 여미며..)
민우 : 혹시 내가 신경이 쓰여서 몸이 아픈 건가?
미주 : ... 그런 거 아니에요.
민우 : ... (보다가) 감기약이야. 먹어.
미주 : ... (보지 않는)
민우 : (외투 주머니에 넣어주며) 촬영 내일 다시 하기로 했어. 그만 돌아가도 돼. (나가는데)
미주 : 제발 이제라도 나 그만 놔주고 다른 모델 구해요.
민우 : 내가 왜? 지금 막 뜨고 있는 스타 모델을 포기해야 하지?
미주 : (노려보는데)
민우 : ... (본다. 한숨) 니가 원하지 않는 한... 일적인 거 외엔 나와 부딪치는 일 없을 거야.
최대한 너한테 부담 주지 않게 배려할게.
미주 : ... (답답하다. 눈을 질끈 감는데)
민우 : (그런 미주 모습에 순간 심정 상해서) 이미주.. 지금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 줄 알아?
미주 : ... (본다)
민우 : 바로 눈앞에 있는 널.. 만지지도 못한다는 게... 나한테 얼마나 큰 고통인 줄 아냐고?
(민우, 손을 뻗어 미주의 얼굴을 만지려는데.. 미주, 얼굴을 매몰차게 돌려 버린다.
민우, 손을 거두곤... 가슴 아프게 보다가... )
민우 : 몸 관리 잘해. 내일 촬영에 지장 있으면 곤란하니까...
(민우, 나가면... 미주, 팽팽했던 신경줄이 끊긴 것처럼.. 풀썩 소파에 앉는다)
씬2. 취조실 (밤)
(초췌한 얼굴의 성모, 물을 못 먹어서 입술이 바짝 말라 있다. 그 앞에 박과장이 물을 마시고 있고.. 성모, 침을 삼킨다)
박과장 : 목마르지? 인간이 물을 안 먹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칠일이라는데.. 그럼 니가 살 수 있는 날이 사일 정도 남은 건가?
성모 : ...
박과장 : 니가 이 방을 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죽거나, 장부가 어딨는 지 말하는 거야.
성모 : 박선배..
박과장 : ...? (본다)
성모 : ... (표정 바뀌며) 지옥에나 떨어져.
박과장 : (굳어지고)
씬3. 일식집 앞 (다른날, 낮)
(승용차가 다가와 선다. 뒷자리에서 민홍기가 내리고... 정보부의 박과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깍듯하게 인사를 한다)
박과장 : 오셨습니까?
홍기 : (악수 청하며) 오래 기다렸지? 갑자기 기업인들하고 약속이 생겨서 말야.
박과장 : (공손히 악수하며) 저도 금방 왔습니다, 민의원님.
홍기 : 우리끼린데 무슨 의원님.. 그냥 선배님이라고 불러.
(그 일각의 승용차 안에 강모와 시덕, 황태섭이 있다. 민홍기와 박과장의 사진을 찍는 시덕...)
강모 : 누군지 아십니까?
태섭 : 글쎄, 처음 보는 얼굴인데?
(강모, 심상치 않게, 본다. 홍기, 박과장의 어깨를 다독이며 안으로 들어가고)
강모 : (속이 탄다) 이대로 민홍기 의중만 떠보는데 시간을 보낼 순 없어요. 형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
태섭 : 어떻게 할 셈이냐?
강모 : 놈이 숨기고 있는 게 뭐든.. 밖으로 드러내 놓게 해야죠.
씬4. 일식집 방안
(홍기와 박과장이 단 둘이 앉아 있고.. 홍기, 술을 따라주는데..)
홍기 : 자네 예전부터 정치에 관심 있었지?
박과장 : (쑥스럽게) 접은지 오랩니다.
홍기 : 무슨 소리야? 사람은 누구한테나 세 번의 기회는 와. 그 중에 하나라도 잡으면 출세하는 거고...
박과장 : ...
홍기 : 내가 자네한테... 그 기회라는 걸 주고 싶은데 말이야...
박과장 : (보다가) 저한테 원하시는 게 뭡니까?
홍기 : (웃는다) 말을 빨리 알아들어서 좋구만... (낮게) 아주 은밀하게 수사를 해 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
박과장 : 그게 누굽니까?
홍기 : 황태섭이란 잔데.. 그 자가 각하의 비자금 장부 행방을 알고 있어.
박과장 : (크게 놀란다) 그럼, 그 자가 이성모하고 야합을 하고 있단 말씀 이십니까?
홍기 : 한 때 기업 총수까지 했던 놈이라 다루기가 쉽지 않아. (이때, 밖에서 인기척.. 날카롭게) 누구야..!
(반박자 늦게 노크소리.. 문이 열리면 여종업원이 들어선다. 쟁반위에 편지봉투가 놓여 있고..)
여종 : (겁먹은) 이거.. 어떤 분이 전해 주라고..
(홍기, 뭔가 심상치 않다. 편지봉투를 받아들면 여중업원이 나가고.. 홍기, 뜯어서 보는데.. 마구 휘어 갈긴 글씨체..)
강모 : (E) 민의원님이 찾고 계신 물건, 제가 갖고 있습니다.
홍기 : ..!! (크게 놀란다)
강모 : (E) 장부를 갖고 싶다면 이틀 후, 이 시간에 그 자리에서 뵙죠. 단, 반드시 혼자 나오셔야 합니다.
(홍기, 메모지를 박과장에게 건넨다. 박과장, 메모지를 보며 놀라며..)
박과장 : 황태섭이 보낸 걸까요?
홍기 : ... (무서운 미소) 속에 능구렁이가 백 마리는 있는 놈이야. 나한테 장불 쉽게 넘겨 줄 생각이 아닌 거겠지...
박과장 : 선배님을 시험하려는 거란 말입니까?
홍기 : ... 글쎄... 그 놈 속이야 어떻든... 내일모레 이 자리에서 믿을만한 요원들을 배치해놔 봐. 눈치 채지 않게 조심하고..
박과장 : 알겠습니다. 저... 선배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 장불 손에 넣으시면 무슨 일에 사용하실 겁니까?
홍기 : (본다. 부드러운 미소) 조필연을 찍어내는 데만 사용하게 될지.. 아니면... 국민들이 원하는 영웅이 될 지는...
상황을 좀 더 두고 판단해봐야지.
씬5. 어느 대형서점 안
(산뜻한 여대생 차림의 경자가 책을 고르고 있다.
그 코너로 들어서는 찬성.. 서점 밖에서 요원 한명이 신문을 보며 찬성 쪽을 감시하고 있다.
찬성, 책을 고르는 척 서점 밖을 의식하다가...
경자, 보던 책을 다시 꽂아 넣더니 교태부리듯이 찬성에게 시선 한번 주며 간다.
자연스럽게 책을 고르는 척 다가오는 찬성.. 경자가 보던 책을 뽑아서 펼쳐보는데..
그 안에 민홍기와 함께 있는 박 과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장이 들어 있다.
요원 쪽을 등지고 펜을 집어 드는 찬성.. 뭔가를 적더니 다시 꽂아둔다. 서점 밖으로 나가는데...
한쪽에서 책을 보던 소태가 다가와 그 책을 펼쳐든다. 계산대로 가는데..)
소태 : (책 내밀며) 이 책 얼마에요?
씬6. 인근 거리 / 승용차 안
(승용차 안에 강모와 시덕, 경자가 있고... 소태가 차에 타고.. 책 내민다.
강모, 책을 펼쳐드는데.. 사진이 있는 페이지에 붉은 싸인펜으로 쓴 찬성의 글씨..)
찬성 : (E) 박호용.. 정보부 기획 조정실 과장이에요. 이성모 과장을 서빙고 지하실로 끌고 갔던 장본인입니다.
시덕 : .. (옆에서 그 메모를 보고는) 결국은 민홍기 믿으면 안되겠네?
강모 : .. (굳어진다) 의중을 알았으니까... 이젠 놈을 버릴지, 이용할 지 선택을 해야지.
(차 출발하면.. 날카로워진 강모 눈빛에서)
씬7. 만보건설 전경
씬8. 동 회장실 안
(민우가 온돌식보일러 연구 진행 상황 서류를 보고 있다.
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문성중이 들어선다)
성중 : 차수정씨가.. 오늘도 촬영장에 안 나왔습니다.
민우 : 감기가 심한가보죠?
성중 : 저.. (주저하며) 지금 강남에서 구두매장을 오픈하는데.. 거기 가 있습니다.
민우 : 구두매장이라니요?
성중 : 차수정씨 이미지를... 새 구두 브렌드와 런칭해서.. 나머지 위약금 물 생각인 것 같습니다.
민우 : ..! (벌떡 일어서서 간다)
씬9. 구두매장 안
(세련된 구두들이 진열되어 있다. 손님들이 북적이며 고르거나 신어보기도 하고.. 예쁘다.. 편하네? 등등...
미주가 인터뷰를 하고 있고 기자 몇 명이서 사진을 찍는다. 그 옆에 본사 직원이 흐뭇하게 있고..
일각에서 경옥과 매니저, 선화가 보고 있고..)
경옥 : (매니저에게) 왜 미리 얘기 안했어?
매니저 : 죄송합니다. 사장님께서 바쁘실 때 진행 된 일이라서...
경옥 : 수정이 이미지에 나쁠 거 없어서 참는 거야. 앞으론 꼭 미리 보고 해.
매니저 : 알겠습니다, 사장님.
(후레쉬가 터지면...)
미주 : 저희 크리스탈 구두는 행복한 사랑이란 의미를 담고 있어요. 지금은 명품 구두를 이태리에서 수입해 오지만,
향후 십년 안에 우리가 만든 크리스탈 구두가 이태리로 역수출하게 될 겁니다.
기자 1 : 자신감이 대단하신데요?
미주 : 신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구두가 참 편하고 예쁘거든요...
기자 2 : 차수정씨... 차수정씨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는데...
혹시 이 구두의 의미처럼 행복한 사랑이라도 하고 계신 건 아닙니까?
미주 : 죄송합니다. 오늘 이 자린에선 사업 얘기만 부탁드릴게요.
씬10. 매장 밖
(화려한 모습의 미주,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본다. 우아한 미소로 사람들을 응대 하는 모습...
민우, 슬프게... 그런 미주의 모습을 본다. 성중, 그 옆에서...)
성중 : 회장님, 안 들어가십니까?
민우 : .. 미주가 웃네요.
성중 : 네?
민우 : 헤어지구나서 몇 년 만에 처음 보는 웃음이에요. (눈물이 고인다) 웃는 거 보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성중 : ...
민우 : 지금 내가 저 자리에 들어가면... 미주, 저 웃는 모습 볼 수 없을 거예요.
성중 : ... (안타깝다) 회장님...
씬11. 빠 안
(민우와 성중이 술을 마시고 있다)
성중 : 이미주씨가 위약금을 갚겠다고 회사로 여러 번 전화를 했답니다.
민우 : ... (복잡한 표정, 술을 마신다)
성중 : 회장님.. 이미 취하셨어요. 그만 드시는 게.. (말리는데)
민우 : 내버려두세요.
성중 : ... (보다가) 실질적으로 이미주씨 때문에 회사에서 입을 손해가 막대 합니다. 거액의 손해 배상을...
민우 : 하지 마세요. 내가 잘못 생각 한 거 같아요. 이런 방법으로 맘 돌릴 수 있는 여자가 아닌데...
위약금 받은 것도 다 돌려주세요.
성중 : 예? 이미 받은 돈도 다 돌려주라고요?
민우 : ..
성중 : ... 알겠습니다. 회장님...
민우 : (씁쓸하게 미소, 술을 마시고) 지난 사 오년간의 미주 행적 조사하란 건 어떻게 됐어요?
성중 : 조사 중입니다. 곧 보고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민우 : 좀 더 서두르라고 하세요.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낸다면.. 미주 마음 돌릴 수 있을 지도 몰라요.
성중 : (보다가)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민우 : (본다).
성중 : 왜? 꼭 이미주씨여야만 하는 겁니까? 회장님 정도면 충분히 다른 여잘 만날 수도 있으실 텐데...
민우 : ... (보다가, 슬픈 미소, 술 마신다)
성중 : ... (본다)
민우 : .. 미주 외엔 다른 여자 눈에 안 들어 와요.
성중 : 네?
민우 : ... (술을 마신다) 내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도무지 그 의미를 찾을 수가 없을 때... 미주를 만났어요.
성중 : ...
민우 : ... 사랑하게 됐고... 살아 있는 의미가 돼 버렸어요.
성중 : ...! (내심 놀라고)
민우 : 그만하죠. (술 마신다)
씬12. 미주 아파트 단지 내
(승용차가 다가와 선다. 운전석의 선화.. 미주가 내리며 짧게 잘가라고 인사하고.. 선화, 차 몰고 간다.
미주, 들어가는데..)
씬13. 동, 아파트 문 앞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미주... 만취한 민우가 문 앞에 기대 앉아 있다. 미주, 놀라서 그 자리에 굳는데...)
민우 : (본다.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전화 했다며? 위약금 돌려준다고...
미주 : (마음 다 잡고) 돌아가세요.
민우 : 위약금 돌려줄 필요 없어.
미주 : ..! 무슨 뜻이에요? 정말 손해 배상 청구할 생각이에요?
(민우, 일어나는데... 비틀 앞으로 푹 꼬꾸라지려고 하고.. 미주, 자신도 모르게 민우를 부축한다.
민우, 안아 버리고... 미주, 밀어내려고 하는데... 더 꽉 안는 민우... 미주, 급기야... 주먹으로 민우를 때리는데...)
민우 : 미주야... 미주야... 미주야...
미주 : (눈물이 가득 고여) 놔요... 놓으라구요...
(민우, 미주의 얼굴을 붙잡고... 강제로 입맞춤을 한다. 미주, 정신이 아득해 지는데...
이래선 안된다... 미주, 억지로 밀어 내고.. 민우, 아프게 보는데...)
미주 : (쏘아 보며) 한 번만 더 이러면..
민우 : (O.L, 밀어내는 미주가 야속하다) 어떻게 할 건데? 경찰에 신고라도 할 건가?
미주 : (본다. 냉정하게) 못할 것도 없어요.
민우 : ... 진심이야? 니 앞길 생각 안 해?
미주 : 싫은 사람한테... 괴롭힘 당하면서 사는 것 보단 나아요.
민우 : ...! (충격) 정말로... 그 정도로 내가 싫어 진거니? 대체 왜? 내 아버지 때문도 아니라면서? 대체 왜?
미주 : (원한 관계 차마 말 못한다) 사람 싫어지는 데 이유 없어요.
민우 : ..!!
미주 : 다신, 보고 싶지 않아요.
(미주, 민우를 밀치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면... 민우, 잡지 못하고.. 문에 기대 눈물을 흘리고...)
씬14. 아파트 안
(미주, 들어와서... 문에 기대 주르륵 주저앉는다. 소리 내지 않고... 우는데서..)
씬15. 안기부 건물 (낮)
씬16. 동, 소회의실 안
(조필연과 고재춘이 와있다. 오실장이 있고...)
오실장 : 이성모에 대한 수사는 여기서 마쳐야겠어.
필연 : 무슨 말이야? 소득도 없이 끝내겠단 말인가?
오실장 : 멀쩡한 후배 잡는다고, 조직 내에서 날 보는 시선들이 어떤 줄 아나?
필연 : 자넨 지금 각하의 일을 수행중이야. 그깟 남들 시선 따윈 무시해도 돼.
오실장 : 이성모가 끝까지 버틸 기세야. 이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건데?
필연 : 이것 봐, 오실장.
오실장 : 이틀 내로 결정 하던가, 그 전에 자네가 확증을 찾아 내. 안 그러면... 내 손으로 풀어주겠네. (밖으로 나간다)
필연 : 저, 저 사람이..? 저런 배포로 대체 뭘 하겠다고...
재춘 : 솔직히.. 저도 의원님을 이해 못하겠습니다.
필연 : 넌 또 왜?
재춘 : 만약 제가 성모라도.. 증거도 없이 그러실 겁니까?
필연 : 나도 믿고 싶지 않은 사람이야. 근데... 그 놈 밖엔 이 일을 꾸밀 사람이 없어.
재춘 : 하지만 성모는..
필연 : 의심이란 게 말이지... 살아 있는 생물하고 똑같아. 한번 생기면 점점 커져.
끝까지 몰아 부치는 건... 내가 다시 성모를 신뢰하고 싶은 마음도 있단 뜻이다.
씬17. 일식집 앞
(식사를 마친 한 떼의 손님들이 나온다. 그 뒤에 묻어서 나오는 소태와 영출, 시덕, 경자...)
시덕 : 아, 배부르다. 잘 먹었어요, 형님.
영출 : 잘 먹긴.. 근데 넌 그 비싼 걸 너무 많이 먹더라.
경자 : 우리, 앞으로 종종 이런 데서 외식해요.
소태 : 야, 누군지 경자씨 데리구 살려면 돈 많이 들겠다.
경자 : 별꼴이야? 그걸 왜 소태씨가 걱정해요?
(시끌시끌하게 가는 일행들... 여느 회사의 사원 회식쯤으로 보이는..
그 일가의 승용차 안에서 요원들이 일식집을 보고 있다. 그 중 한명이 카폰으로 전화 중이고..)
요원 : 아직까진 별다른 사항 없습니다... 예, 박과장님. 아, 지금 민의원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민홍기가 차에서 내린다. 주변을 쓱 둘러보더니 안으로 들어가는데..)
씬18. 동, 복도 / 방 안
(여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는 민홍기.. 방문을 열고 보면 아무도 없다.
홍기, 시계를 보고는 자리에 앉는데.. 오후 두시 정도.. 테이블 위, 수저 통 옆에 소형 녹음기가 있다)
여종 : 저, 주문은..?
홍기 : (녹음기를 보며) 손님 또 올 거야.
(여종업원이 인사하고 나간다. 홍기, 급히 다가가 녹음기를 살펴본다. 뭔가 이상한 생각...
플레이 버튼을 눌러 보면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사투리를 안 쓴 남영출의 목소리...)
영출 : (E) 제 목소리를 듣게 되셨다는 건... 민의원께서 배신을 했을 경웁니다.
홍기 : ...!! (인상을 쓰는데)
씬19. 한강건설 사장실 안 (녹음 상황)
(영출이 녹음기 앞에서 녹음을 하고 있다. 강모, 시덕, 소태가 보고 있고..)
영출 : (수사 반장 때 범죄형 목소리) 옆방 문을 열면 가방이 있을 겁니다. 그 가방을 열어보세요.
(강모, 진지하고.. 소태, 시덕, 놀라서 입 쩍 벌리고...)
씬20. 다시 일식집 방
(홍기 손에 가방이 들려 있다. 급하게 열어 보는데... 개헌 찬성에 동의한 살생부 복사본이다)
영출 : (E) 약속을 어겼으니.. 당신들이 적은 그 살생부 원본.. 조필연 의원 한테 가게 될 겁니다.
홍기 : (복도로 뛰쳐나간다) 야, 박과장..! 박호용..!!
(사방에서 우르르 나오는 요원들과 박과장..)
박과장 : 무슨 일이십니까?
홍기 : 당장 애들 데리고 황태섭 잡아 와.. 어서..!!
(박과장과 요원들이 급히 뛰어 나간다. 홍기, 씩씩대며..)
씬21. 황태섭 사무실 안
(소파며 다른 집기들이 다 빠지고 없다. 덜렁 남은 책상과 전화기 한 대.. 재수와 복자가 열심히 바닥을 닦고 쓸며 청소중이다.
이때, 급하게 들이닥치는 박과장과 요원들... 복자와 재수가 화들짝 놀라서..)
박과장 : 여기 황태섭 어디 갔어요?
재수 : 어서 오셨슈?
박과장 : 황태섭, 어디갔냐구..!!
재수 : 알면 우리 좀 알켜 줘유. 아는 얼굴이라고 월세로 사무실 놨더니 세달 치나 밀리구 도망갔슈.
복자 : 그러니께 내가 전세루 하자구 했잖유.
재수 : 내가 이럴 줄 알았나?
복자 : 그래두 명색이 전직 회장이라구 믿었더니... 고걸 뗘먹고 내빼네.
박과장 : 근처 이사짐 센타 알아봐, 얼른..!
(박과장과 요원들이 급히 나간다. 복자가 얼른 바깥을 내다보며 살피고는..)
복자 : 갔슈.
재수 : (수화기를 들더니 전화를 건다) 예, 회장님. 저예유.. 방금, 그 사람들 왔다 갔슈.
씬22. 어느 별장 안
(정연과 강모, 시덕이 와 있다. 경옥과 태섭이 있고.. 태섭, 전화 중..)
태섭 : 무슨 일 있으면, 지체 말고 전화 주게. (수화기 놓는다) 강모 말대로, 민홍기가 미쳐서 날뛰는구나.
경옥 : 여긴 우리 지배인 명의로 돼 있으니까, 안심해도 될 거에요.
태섭 : (강모에게)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야?
강모 : 이번 일, 오래 끌 수 없습니다.
태섭 : 조심들 해. 이런 시국에 붙잡히면 뼈도 못 추릴 거야. 특히 정연이 너.
정연 : 제 걱정 마세요, 아버지.
씬23. 조필연 사무실 안
(민홍기가 와 있다. 조필연과 고재춘이 있고.. 다기 세트가 놓여 있고.. 필연이 차를 따라준다)
필연 : 지리산에서 보내준 작설차야. 마셔 봐.
홍기 : (냄새 한 번 맞고) 향이 아주 좋군. (맛을 보고는) 맛도 너무 진하지 않아서 좋고..
필연 : 차나 마시러 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인가?
홍기 : 응? 아냐.. 근처에 일이 있어서 왔다가 들렀어.
필연 : .. (날카롭게 본다) 정보부 출신들은 다 알아. 대게 뭔가를 염탐하러 올 때 그런 소릴 둘러대곤 하지.
홍기 : .. (본다)
필연 : 기분 나빠도 어쩔 수 없어. 나 역시 자네 태도가 유쾌한 건 아니니까.
홍기 : 이 작설차 말고.. 혹시 다른 거 받은 거 있나?
필연 : ... (본다)
홍기 : (아직 장부가 없음을 확신하고) 차 잘 마셨어. 가보겠네.
필연 : 요즘 여당의원들이 모여서 쥐새끼들처럼 뭔 소릴 소곤대나 봤더니 장부 얘길 하더군. 각하의 비자금 장부 말야.
홍기 : 나도 들은 적 있어. 실체를 본 사람이 없으니, 헛소문 아니겠나?
필연 : 너도 비자금 장부를 찾고 있지?
홍기 : (굳어진다) 존재한다면.. 갖고 싶은 게 사실이야.
필연 : 아니, 넌 분명 확인 했어. 그랬으니까 야당과 접촉하려고 했겠지.
홍기 : 그 딴 소리 한번만 더 지껄이면... 너 가만 안 둬.
필연 : 그 장부.. 내 손에 들어오게 될 거야. 그땐, 가장 먼저 반역자들부터 색출할 생각이네.
그 자들이 누군지, 대충 감은 잡히지만 말야..
홍기 : 누구 손에 들어갈진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끝장나겠지. (일어서서 나간다)
필연 : .. (굳어지며)
재춘 : 혹시, 민홍기가 갖고 있는 거 아닙니까?
필연 : 산악회 활동이 중지된 걸 보면... 그렇진 않을 거야. 가만있을 놈도 아니고...
씬24. 동 밖, 복도
(나오는 홍기.. 사무실 쪽을 돌아보는데.. 그 위로...)
영출 : (E) 약속을 어겼으니.. 당신들이 적은 그 살생부 원본.. 조필연 의원 한테 가게 될 겁니다.
(홍기, 초조하고 불안하다)
씬25. 한강건설 사장실 안
(정연이 와 있다, 강모와 단 둘이.. 강모, 개헌 찬성 동의서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고..)
정연 : 이젠 어떡할 거야?
강모 : 방법은 두 가지야. 우리가 직접 나서느냐.. 아니면, 원래 우리 형 계획대로 여당과 야당의 공조를 이끌어내느냐..
정연 : 우리가 직접 나서는 건 너무 위험해. 야당 쪽에서 우릴 믿는다는 보장도 없고.
강모 : ...
정연 : 그렇다고.. 민의원이 배신을 했는데 여당 의원들을 설득할 수도 없고.
강모 : (동의서를 집어 들며) 그들한텐 이게 살생부야. 설득이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써야지.
정연 : 설마.. 정치인들을 상대로..?
강모 : (명단 한 장을 건네며) 올림픽 후원회 밤에 꼭 초대할 야당 의원들이야.
(정연, 본다. 신민당 원내총무 장민재, 최학길... 민한당 사무총장 오수철.. 등등의 이름들..)
강모 : 야당쪽 사찰이 심해. 도청은 물론 우편물까지 검사하고 있어. 할 수 있겠니?
정연 : (다부진 의지) 해볼게..
씬26. 어느 전시관 건물 앞
(허름한 전시관 건물 앞에 펼쳐진 마당... 여기저기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호헌철폐, 개헌 찬성’ ‘민주화 의지로 직선제 이뤄내자’ ‘개헌 찬성 천만인 서명운동’ 등등...
자원 봉사를 하는 대학생들이 보이고.. 책상을 놓고 개헌 찬성 서명을 받고 있는 천막...
정연과 지나가 서명을 하고 나온다. 전시관 쪽으로 가는데..)
씬27. 동, 전시관 안
(정면에 걸린 플래카드.. ‘민주화 기금 모집을 위한 작품 전시회’
야당 의원들이 내놓은 그림들과 서예품들, 골동품들이 수박하게 전시되어 있다.
개량 한복 내지는 수수한 옷차림의 야당 국회의원 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고...
일각에서 노갑수가 두어 명의 재야인사들과 이야기 중이다.
갑수, 문득 돌아보는데 정연과 지나가 작품들을 보고 있다. 정연, ‘장민재’ 라고 쓰인 그림 앞에서..
갑수, 의외다 싶어서 다가간다)
갑수 : 신민당 장의원을 잘 아시나?
정연 : ..! (갑수를 보고는 놀란다) 이런데서 뵙다니, 의외네요.
갑수 : 나 원래 야당 인사들과 친해요. 몇몇 분들을 도와주고 있죠.
정연 : 그러시군요.
갑수 : (본다, 뭔가를 살피듯) 근데.. 황사장은 여기 무슨 일로..?
정연 : 대학 후배가 꼭 좀 와달라고 부탁했어요.
갑수 : 그렇군요.. 사업은 잘 되고 있나요?
정연 : .. (본다)
갑수 : 제 2 금융권 사업 말입니다. 듣자니,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올림픽 후원행사를 기획 한다던데..
정연 : 정보가 빠르시네요.
갑수 : 그 소식 듣고, 무릎을 쳤어요. 우리가 했어야 하는 건데, 황사장한테 한발 늦었습니다.
정연 : .. (외면하듯 작품을 본다)
갑수 : 유사장한테 안부 전해주세요. (간다)
(정연, 돌아본다, 불쾌한 기색..
이때, 단아한 한복 차림의 여인이 떡이 든 접시를 들고 다가온다)
지나 : (귓속말로, 작게) 장민재 의원 부인이에요.
부인 : (다가와서) 떡 좀 드세요.
정연 : 고맙습니다. (작품을 보며) 장의원님께서 이런 실력이 있으신 줄은 몰랐어요.
부인 : 그거.. 의원님이 그리신 게 아니라, 선친 그림이에요.
정연 : 예에..
부인 : 유일하게 남은 아버님 유품인데..
정연 : 서운하셨겠어요.
부인 : 그래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보다야 더 하겠어요?
정연 : 이 그림, 제가 살게요.
부인 : 어머? 꽤 고가로 내놓은 건데..
정연 : 좋은 취지잖아요. 최비서?
지나 : 네, 사장님. (부인에게) 지금 즉시 구매하겠습니다.
부인 : .. 그러세요. (누굴까, 보는데)
정연 : .. (명함을 내민다) 제 명함입니다.
(부인, 보는데... ‘88서울 올림픽 후원회 조직 위원장, 황정연’ 명함..
그 일각에서 노갑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정연을 보고 있다)
씬28. 국회의원 사무실
(‘원내총무, 장민재’ 이름이 적힌 명패... 장의원이 포장을 한 액자를 막 끌러내는 중이다.
이때 부인이 들어오고)
부인 : 그게 뭐에요?
장의원 : 글쎄..? 누가 내 앞으로 보냈는데...
(포장을 풀면 정연이 산 그림이다)
부인 : 어머,. 이게 왜 여기로 와?
장의원 : 팔렸다고 하지 않았어요?
부인 : (생각 난 듯) 여기, 그림을 산 사람, 명함 있어요. (지갑에서 꺼내 건네고)
장의원 : .. (정연의 명함을 보며) 황.. 정연..?
부인 : (그림에 낀 쪽지를 발견하고) 여기 쪽지가 있어요.
장의원 : .. (펼쳐서 보는데)
정연 : (E) 힘내세요, 장민재 의원님. 국민들은 늘 정의를 응원한답니다.
장의원 : .. (보는데)
씬29. 노갑수 사무실 안
(노갑수가 ‘88서울 올림픽 후원회를 위한 푸른 서울의 밤’ 팜플랫을 보고 있다. 못마땅한 듯..
이때, 노크소리.. 갑수, 네, 하면 정식이 들어선다)
정식 : 아까 전화 드렸던...
갑수 : (생각난 듯) 아... 앉아요.
정식 : ... (앉는다)
갑수 : (다가와 앉고) 필요한 구비 서류들은 가져 오셨겠죠?
정식 : ... 저.. 노회장님께 드릴 말씀이...
갑수 : 우리 거래는 다른 말 필요 없어요. 담보를 보고 신용을 결정하죠.
(정식, 손에든 봉투를 내민다. 갑수, 봉투를 열면 통장이 나오고..)
갑수 : 뭐죠?
정식 : 그게 제 담봅니다.
(갑수, 조금의 흥미... 통장안의 액수를 확인하는데.. 칠억 정도...)
갑수 : 칠억이나 되는 돈을 담보로 걸겠다... (본다) 원하는 게 돈은 아니란 건데..
정식 : 회장님 밑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갑수 : ... (표정 없이 본다)
정식 : 저를 거두어주십시오. 회장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갑수 : 이 돈이면 먹고 사는 덴 지장 없을 거요. 딴 일 알아봐요.
정식 : 회장님...!
갑수 : 이 봐, 젊은이.. 난 아주 신중한 사람이야. 이깟 통장 하나 들고 오면 내가 혹 할 줄 아나?
정식 : .. (본다, 물러설 기색 없다)
갑수 : 사채 일을 하고 싶으면 다른 데 가 봐. 여긴 자네 같은 풋내기들이 찾아 올 곳이 아냐.
정식 : 솔직히 말씀 드리죠. 전 황정연을 이기고 싶습니다.
갑수 : 황정연? 유경옥의 딸?
정식 : 예.
갑수 : 점입가경이군.. 그래, 그 여자한테 실연이라도 당했나?
정식 : 황정연.. 제 이복동생입니다.
갑수 : ..! 그럼 자네 아버지가.. 만보건설 창업주인 황태섭 회장이란 말인가?
정식 : 그렇습니다.
갑수 : (얼굴에 픽, 웃음기 돈다) 재밌군. 우선 뜨내기가 아니어서 좋아. 하지만.. 그것만 갖고는 어려워. 난 신중한 사람이거든.
정식 : 제 어머니가... 황정연과 유경옥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갑수 : ..! (본다)
정식 : 그들을... 무참히 짓밟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만들어서, 제 어머니의 원수를 꼭 갚고 싶습니다.
갑수 : ... 복수심은 때때로 아주 좋은 담보가 되곤 하지.
정식 : 절 받아주시는 겁니까?
갑수 : (팜플랫을 건넨다) 황정연이 이런 일을 하고 있어.
정식 : .. (본다)
갑수 : 제 이 금융권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야. 우리 쪽에서 보면, 별로 달갑지 않은 짓이지.
정식 : ..
갑수 : 우선 황정연을 니가 맡아 봐. 그 사업을 방해하란 말이네. 알아들어?
정식 : (고개 숙여 인사한다)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갑수, 살피듯 정식을 본다. 잘만하면 쓸모가 있겠다 싶은..)
씬30. 달리는 차 안
(조필연이 카폰으로 사무실 비서와 전화중이다. 고재춘이 운전 중이고...)
필연 : 뭐? 차수정? 차수정이 뭐하는 애야? (사이) 가수? 다 왔어. 금방 갈 거야. (전화 끊는데)
재춘 : 무슨 일이십니까?
필연 : 차수정이란 여가수가 날 만나자고 왔데.
재춘 : 차수정이라면 저도 라디오에 몇 번 들은 적 있습니다. (신나서) 요즘 꽤 인기가 있는 것 같던데 싸인이라도 한 장...
필연 : (듣기 싫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
재춘 : 알겠습니다.
씬31. 조필연 사무실 안
(미주가 혼자 기다리고 있다. 뭔가 단단히 결심을 한 듯이.. 이때, 들어서는 필연과 재춘...)
필연 : (온화한 표정으로) 차수정양?
(미주, 일어서서 돌아본다. 필연의 얼굴에서 서서히 웃음기가 걷힌다. 재춘이 알아보고 놀라는데..)
필연 : 차수정이.. 너였냐?
미주 : ... (차갑게, 돈 봉투를 꺼내 건넨다) 이거, 민우씨 주세요.
필연 : (싸늘해지며) 니들... 나 몰래 만나고 있었던 거로군. 죽은 듯이 살라고 했더니 가수가 돼서 설쳐?
미주 : ... (본다. 차갑게) 여전하시네요. 이 돈, 의원님한테 드리는 건, 민우씨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않게 해달라는 뜻이에요.
필연 : ..! (굳어진다, 이내 표정 풀리며) 가수 그만 두고 외국으로 떠나는 게 좋겠구나..
미주 : ...!! (본다. 독해지는 눈빛) 착각하지 마세요. 내가 민우씰 떠났던 건.. 의원님이 무서워서가 아니니까...
필연 : 뭐?
미주 : 나한테 한 짓... 내가 왜 민우씨한테 말 안 하는지 알아요?
가족한테까지 실망하면 너무 비참하니까... 세상에 민우씨가 기댈 사람들이 가족들뿐이니까...
필연 : ...
미주 : 아버지라면... 적어도 아버지라는 사람이라면... 아들이 얼마나 아픈지... 들여다보세요.
필연 : 닥치지 못하겠냐?
미주 : 나한테 함부로 말 하지 말아요. 의원님한테 복수하고 싶은 마음 들게 하지 말라구요.
필연 : 복수? (웃는) 너 따위가 감히 나한테 복수를 한다..?
미주 : ... (지지 않고 노려보며)
필연 : 니가 날 찾아 온 건 큰 실수를 한 거야. 곧..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덴지.. 알게 될 거다. (재춘에게) 데리고 나가.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미주, 재춘의 손길을 확 뿌리치며 노려보는데..)
필연 : (수화기 들고) 어, 오실장. 아니, 괜찮아. 말 해..
재춘 : 그만 나가지.
미주 : ..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필연 : 이성모가 죽던 말던 상관 말랬잖아..!
미주 : ..!! (멈춰 서며, 크게 놀란다)
필연 : (소리 작지만, 강렬하게) 사람 쉽게 안 죽어. 이성모, 그깟 고문에 죽을 놈이 아니라고.
(미주, 얼어붙은 듯이.. 재춘, 통화를 듣나 싶어서, 미주의 팔을 잡아끈다. 미주, 그 방에서 끌려 나가는데..)
필연 : (답답하다, 화를 참으며) 정 그렇다면, 자넨 그냥 뒤로 빠져.. (버럭) 빼내도 내가 빼낸다고, 알겠나? (수화기 쾅 놓는다)
등신 같은 놈들.!
씬32. 공중전화 부스
(미주가 울음이 터지지 직전의 모습으로 전화중이다)
미주 : 이성모라고.. 분명 그 전화 번호 맞아요,. 과장님이라니까요..
남자 : (F) 미안합니다. 그런 사람 없어요. (끊긴다)
미주 : 여보세요? 여보세요..!! (수화기 놓는다, 눈물 흘리며) 큰 오빠..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성모 오빠...
씬33. 한강건설, 사장실 안
(정연이 와 있다. 강모가 팜플랫을 보다가 놀라서..)
강모 : 그날 행사에 초대할 가수가, 차수정이야?
정연 : 왜? 너두 차수정 좋아하니?
강모 : ... (내심 흐뭇하게)
정연 : 의왼데? 니가 좋아하는 가수두 다 있고..
강모 : 차수정... 어릴 때 헤어졌던 내 여동생이야.
정연 : (놀라서) 그럼 그때 그 꼬맹이가 차수정이라구?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강모, 수화기 들고)
강모 : 네, 한강건설 이강몹니다.
미주 : (F, 울먹이며) 작은오빠..
강모 : (이상해서) 미주야?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정연 : ..?
미주 : (F) 오빠... 지금.. 만날 수 있어?
강모 : 거기 어딘데? 금방 갈게. 어.. 알았어. (수화기 놓고, 잠시 생각하다가 급히 겉옷을 입는다) 미안해 정연아, 나 먼저 나갈게.
정연 : 미... 주? (생각)
씬34. 공원 벤치
(인적이 없다. 미주가 앉아 있는데.. 다가오는 강모.. 미주를 보더니 다가와 옆에 앉고..)
강모 : 미주야... (살피듯) 너, 무슨 일 있었니?
미주 : (본다) 큰 오빠, 지금 어딨어?
강모 : (조금 이상하지만) 어.. 형 지금 지방에 급한 일이 있어서...
미주 : (울음 터지며) 큰오빠, 지금 죽게 생겼대..! 고문 받는대..!
강모 : ..! (굳어진다)
미주 : 오빠두 알구 있었지? 성모오빠한테 무슨 일 있는 거야? 지금 어딨는거냐구..!
강모 : 미주야... 오빠 말, 똑똑히 들어.
미주 : 성모 오빠.. (우는데)
강모 : 정신 차리고 내 말 들으라구..!
미주 : .. (눈물 훔쳐내며)
강모 : (감정 추스르고) 형, 오빠가 구할 거야. 지금 그러구 있어. 걱정하지 마, 미주야. 넌 그냥.. 오빠만 믿고 있으면 돼, 알았지?
미주 : .. (울먹)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돼? 큰오빠 위험한데,. 난 뭘 해야 돼?
강모 : (안아준다) 넌 그냥.. 아무 걱정 말구.. 오빠 옆에만 있으면 돼. 형두, 니 생각하면서 잘 견딜 거야.
미주 : ... 성모 오빠. (눈물)
강모 : (본다) 근데..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미주 : .. (눈물 그렁한 채 본다)
강모 : 형, 그렇게 된 거, 누구한테 들었어?
미주 : ... 민우씨 아버지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들었어.
강모 : ..! 조필연을 만났다고? 조민우가 너 또 귀찮게 하니?
미주 : 다 끝났어. 걱정 안해두 돼, 오빠.
(강모, 안쓰러운 마음으로 미주를 안아준다.
그 일각.. 흥신소 직원쯤의 사내가 강모와 미주의 사진 찍는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안은 모습에서..)
씬35. 대공분실 밀실
(기진맥진해서 탁자에 엎어져 있는 성모... 수사관도 지친 듯이..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수사관, 전화를 받고..)
수사관 : 예.. (하다가 벌떡 일어난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때, 문이 열리며 조필연과 고재춘이 들어선다)
재춘 : 성모야..!! (다가가서 일으킨다) 성모야..
필연 : .. (수사관을 노려본다)
수사관 : 방금 연락 받았습..
필연 : ..!! (뺨을 후려친다) 대체 어떤 놈이 이 짓을 꾸민 거야..!
수사관 : 저희는 그냥 상부의 명령대로..
필연 : .. (노려보다가) 성모야, 괜찮은 거냐?
성모 : .. 예.
필연 : 얼른 데리고 나가.
(재춘이 성모를 부축해서 나간다. 필연 따라 나가고..)
씬36. 어느 주택 전경
(그리 크지 않은 이층짜리 주택.. 몇몇 요원들이 마당에서 지키고 있다)
씬37. 동, 방안
(재춘이 성모를 침대에 눕힌다. 필연이 있고..)
필연 : 니가 거기에 끌려 간 줄 알았으면 진작 손을 썼는데.. 미안하다, 성모야.
성모 : 아닙니다.. 근데.. 비자금 장부는 찾으셨습니까?
필연 : .. (눈빛이 변한다) 아직도 너에 대한 혐의가 벗겨지지 않았어.
성모 : ...
필연 : 장부가 나올 때까지, 여기서도 감금 생활을 해야 할 거야.
성모 : 그렇군요.
필연 : 성모야... 널 거기서 빼오는 조건으로 안기부장한테 약조를 했다. 일주일 내로 그 장부를 찾아내겠다고..
성모 : ... 차라리 절 다시 그쪽으로 보내주십시오.
필연 : ..
성모 : 의원님께서 저 때문에 곤욕을 치루는 걸 원치 않습니다.
필연 : (웃는다)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넌 그냥.. 마음 편하게 몸이나 추슬러라.
(필연, 나간다. 재춘이 성모의 어깨를 다독이고 나가고..
이내 굳어지는 성모의 표정...)
씬38. 동, 거실
(윤계장과 요원 두어 명이 있다. 나오는 필연과 재춘..)
필연 : 감시 잘하고.. 외부와의 접촉 굳이 차단하지 마. 일일이 다 체크 하란 말이다.
계장 : 알겠습니다.
씬39. 동, 방안
(성모가 방문에 귀를 대고 바깥을 엿듣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며 빠져 나갈 곳을 찾아보는 성모... 창문도 두꺼운 쇠창살로 막히고.. 밖을 보며...)
성모 : (답답하고 걱정된다) 강모야.. 미주야...
씬40. 기획사 사무실 안
(경옥이 와 있다. 매니져와 선화가 있고..)
경옥 : 니들 정신이 있는 거야? 수정이 걔, 가수야. 어떻게 혼자 내 보내?
매니저 : 죄송합니다, 사장님.
경옥 : 직원들 다 내보내서 찾아 봐... 어서..!
(매니저와 선화가 황급히 나가려는데 문이 열리며 미주가 들어선다)
매니저 : 미주야?
선화 : (경옥을 의식하며) 너, 어디 갔다, 이제 와?
경옥 : .. (다가온다) 뭐하다 온 거야?
미주 : .. 죄송합니다. 일이 좀 있었어요.
경옥 : .. (표정 살피며) 너 울었니?
미주 : ...
경옥 : 나중에 얘기하고.. 지금 나랑 갈 데가 있어.
씬41. 달리는 차 안 (밤)
(매니저가 운전 중이다. 앞자리에 선화가 타고 있고.. 뒷자리에 경옥과 미주가 타고 있다. 미주, 곱게 꾸민 모습...)
선화 : (놀라서) 88서울 올림픽 후원회 밤 행사요?
매니저 : 미주가, 거기에 초청 받았단 말입니까?
경옥 : 우리나라 정계, 재계 인사들은 다 모일 거야. 당연히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할거고.
미주 : ... (믿기지 않고)
경옥 : 그날, 니가 그 밤의 주인공이 돼야 해. 알겠니? 88 서울 올림픽 후원회 밤의 최고 퀸이 되어야 한다구.
매니저 : 와, 차수정, 정말 복 터졌다. 어떻게 신인한테 그런 기회가 와?
미주 : 근데.. 지금 어디 가는 건데요?
경옥 : 행사 관계자들 만날 거야.
미주 : ... (놀랍기도 하고, 복잡하다)
씬42. 로열클럽 룸 안
(정연과 한명석, 오병탁이 와 있다. 술자리.. 병탁과 명석이 팜플랫을 보며..)
병탁 : 멋지구만. 이게 다 정연양이 기획한 거라구?
정연 : 위원장님도 와주실 거죠?
병탁 : 맨 앞쪽에 이름을 적어놨는데, 안 가면 안돼지.
정연 : (미소) 고맙습니다. 다른 의원님들도 많이 참석하게 해주세요.
명석 : 근데, 야당 의원들이 문제에요. 여당에서 껄끄러워하는 인사들만 초대가 됐으니..
정연 : 그래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요.
병탁 : 정연양 말이 맞아. 요즘같은 시국에, 이럴 때나 여야가 한데 모이지 언제 모이겠어?
정연 : 제 취지가 바로 그겁니다.
병탁 : (팜플랫 보며) 근데, 초대가수가..? 차수정이 누구야?
(이때, 경옥이 미주를 데리고 들어선다. 명석, 내심 놀라고.. 정연, 가수임을 알아보며)
경옥 : 오셨어요, 위원장님.
병탁 : 어, 유사장... (미주를 보고) 누구야? 대단한 미인이신데?
경옥 : 인사드려.
미주 : 안녕하세요, 차수정입니다.
병탁 : 차수정? 그럼 이번 행사에 초청된 그 가수분..?
경옥 : 여긴 이번 행사를 기획한 황정연 사장.
미주 : 반갑습니다.
정연 : 반가워요.
경옥 : 그리고, 여긴... 서울시 한명석 부시장님.
미주 : 안녕하세요.
명석 : (쑥스럽게) 예에..
경옥 : 수정이 너.. 특히 부시장님한테 고맙게 생각해야 돼.
미주 : 네?
경옥 : 지난번에 라디오며 TV 방송출연, 다 부시장님이 뒤에서 힘써 주셨어.
정연 : ..? (본다)
병탁 : 뭐야? 자네한테 그런 면이 있었어?
명석 : (얼굴 붉히며)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나간다)
병탁 : 저 친구하고 나, 삼십 년을 붙어 다녔어. 근데, 이런 경우는 첨인데?
정연 : .. (미주를 본다, 할 말 많은 표정)
씬43. 동 밖, 복도
(명석이 서성이고 있다. 괜히 부끄럽고.. 이때, 경옥이 나온다)
경옥 : 안 들어가시고 뭐하세요?
명석 :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홍비서 : (다가온다) 부르셨습니까, 부시장님.
명석 : 자네 여기 있다가 위원장님 모셔다 드리고 와. 난 택시타고 갈테니까. (급히 간다)
경옥 : 부시장님? 부시장님..
홍비서 : 혹시.. 차수정씨 왔나요?
경옥 : 그래서 저러세요?
홍비서 : (피식 웃고) 부시장님께서, 다른 건 담대하신데.. 이상하게 차수정씨한텐 쥐약입니다.
경옥 : 혹시.. 수정이 공연 때마다 화환을 보내신 분이..
홍비서 : 맞습니다. 부시장님이세요.
경옥 : .. (알듯 모를 듯 미소)
씬44. 로열클럽 밖 (그 밤)
(술에 취한 오병탁이 홍비서의 부축을 받으며 나온다. 승용차가 대기해 있고.. 경옥과 정연, 미주가 따라 나오며..)
병탁 : (취해서) 나 오늘 간만에 아주 즐거웠어. 수정양, 볼수록 재밌고 귀여운 사람이야.
미주 : 조심하세요, 위원장님. (차문 열어주면)
병탁 : .. (털썩 타고) 고마워요, 수정양.
(홍비서, 운전석에 타더니 차를 몰고 나간다. 경옥과 정연, 미주가 그쪽을 잠시 보다가..)
경옥 : 위원장님, 저렇게 기분 좋게 취한 모습 첨이야.
정연 : .. (미주를 본다) 우리끼리 한잔 할래요?
미주 : 네? (경옥을 본다)
경옥 : ... (고개 끄덕여 보이면)
미주 : (미소) 예, 그럴게요.
씬45. 동, 룸 안
(정연과 미주가 단 둘이..)
정연 : 술 마실 줄 알아요?
미주 : 쪼끔요. (잔 든다)
정연 : .. (술 따라주며) 난 차수정씨, 잘 아는데.
미주 : 저를 어떻게요?
정연 : 강모, 동생이라면서요.
미주 : (놀란다) 우리 오빠, 아세요?
정연 : (자기 잔에 술 따르며) 우리, 본적 있어요. 수정양이 너무 어릴 때라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미주 : 언제요?
어린정연 : (E) 얼른 먹어 봐. 아직 다 안 식었어.
- 인써트 (2부 40씬에서)
미주 : ... (확 베어 물려다가 다시 멈짓)
정연 : 괜찮아, 먹어보래두. (오물오물 먹는데)
(미주, 먹을까 말까 망설인다. 침을 삼키더니 만두를 도로 봉지 안에 넣는다)
정연 : 안 먹어?
미주 : 응... (시무룩) 엄마 오면 같이 먹을 거야.
정연 : ... (먹다가 멈춘다, 잠시 미주를 보는데)
미주 : ... (먹고 싶은 것을 꾸욱 참으며)
정연 : 넌 좋겠다.
미주 : 왜?
정연 :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미주 : 언니는 엄마 없어?
정연 : ... (눈물이 고인다. 남은 만두를 입에 넣고 우적우적)
- 다시 현실
미주 : (반갑게) 기억나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정연 : (미소) 다행이에요, 기억해서.
미주 : 엄만 찾으셨어요? 그때, 엄마 찾으러..
정연 : ... (문득, 씁쓸)
미주 : (표정 알아채고) 죄송해요, 제가 눈치 없이..
정연 : (금방 미소) 아니에요.
미주 : 말 노세요, 언니.
정연 : ...
미주 : 강모 오빠랑 친군데.. 당연히 말 노셔야죠.
정연 : 그럴까? 그래, 수정아.
미주 : 우리, 건배해요. (잔 들면)
정연 : .. (건배하고) 근데.. 혹시 이름이... 이미주 아니니?
미주 : 맞아요. 그걸 다 기억해요?
정연 : ... (맞구나) 낮에 강모하고 전화 하는 거, 들었어.
미주 : .. (어두워진다) 우리 큰 오빠가.. 위험하게 됐데요.
정연 : 지금 강모하구 나하구 계획하는 게 있어. 다 잘 될 거야.
미주 : 제가 도울 일 없어요?
정연 : .. (물끄러미 본다)
미주 : 언니까지 돕는데.. 동생인 제가 아무 것도 할 게 없으니..
정연 : 어쩌면, 미주 니가 할 일이 있을 지도 몰라.
미주 : 뭔데요? 큰오빠만 구할 수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정연 : .. (본다)
씬46. 조필연집 전경 (아침)
씬47. 동, 거실
(아침 식사중이다. 필연과 민우, 명자가 한 식탁에서..)
명자 : 자주 좀 집에 와서 밥 좀 먹어. 다 같이 모이니까, 좀 좋니?
민우 : .. (먹기만)
필연 : (먹으며, 시선 보지 않고) 보일러 공장을 설립한다고?
민우 : (보지 않은 채) 바로 착공 될 거예요.
필연 : (돈 봉투를 툭 던져 놓는다)
명자 : 뭐에요? (들여다본다, 백만원 권 수표들, 놀라서) 돈이네?
필연 : 민우 꺼야.
민우 : ..? (본다) 무슨 돈이죠?
필연 : 차수정이란 애가 찾아와서 주더구나.
민우 : ..!! (놀란다)
명자 : 차수정이 누구에요?
민우 : .. (불안하다, 이내, 굳어지며) 뭐라고 하셨어요?
필연 : 증오심이 아주 많더구나. 널 아주 벌래보듯 했어.
민우 : (그 말은 흘려버리고) 아버지가 뭐라고 하셨냐구요.
필연 : (그제야 본다, 서늘한 눈빛) 그 아이는 널 잊었어. 니가 문제야.
민우 : (버럭) 아버지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
명자 : (놀라서) 민우야?
민우 : 미주, 그렇게 만든 거.. 아버지잖아요.
필연 : 가수가 된 게 아주 드러워. TV에 나올 때마다 니가 보게 될 테니까..
민우 : 아버지..!!
필연 : 골치 아픈 싹수는 일찌감치 잘라버리는 게 나. 앞으로 TV에서도 못 보게 될 거다.
민우 : .. (악에 바쳐서) 미주 건드려 보세요. 아버지하고 연 끊습니다. (밖으로 나간다)
명자 : 민우야? 민우야..! (따라 나가고)
필연 : (혼잣말) 부자간의 연은, 아들이 끊는 게 아냐. 애비가 자식을 잘라내는 거지. (태연하게 먹는다)
씬48. 어느 저수지
(별장 인근의 저수지다. 태섭이 낚시를 하고 있고.. 그 옆에 양복 차림의 강모가 있다)
태섭 : 준비는 다 끝난 거냐?
강모 : 벌써 시작 됐습니다.
태섭 : (본다) 계획이 뭐야?
강모 : 최종 목표는, 여당의원 세 명과 야당 세명이 만나서 개헌 찬성을 위한 6인 위원회를 구성하는 겁니다.
태섭 : 등을 돌린 여당 의원들을 어떻게 돌려세울 건데?
강모 : ... (본다)
씬49. 박의원 사무실 안
(여직원이 등기로 온 서류봉투를 가져온다)
여직원 : 이거 의원님 앞으로 온 겁니다.
(박의원, 별 생각 없이 봉투를 열어보는데.. 개헌 찬성 동의서 복사본이다. 박홍석이란 이름 위에 서명날인이 선명하고..
복사본을 들고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박의원..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박의원, 불길하다)
박의원 :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강모 : (F) 제가 보내 거 잘 받으셨죠?
박의원 : 당신 누구야?
강모 : (F) 민주화를 원하는 시민입니다.
씬50. 모처의 승용차 안
강모 : (카폰을 들고) 곧 제가 다음 지시를 드릴 겁니다. 그 원본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걸 원치 않으시면..
직선제 개헌의지를 꺾지 마세요.
박의원 : (F) 이봐요.. 이봐요?
강모 : .. (수화기 놓는다, 눈빛)
씬51. 어느 화장실 안 / 그 문밖
(국회의사당 내의 깔끔한 화장실 안... 강의원이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보고 있다.
노크소리.. 강의원, 네 하고 대답하는데... 이때, 화장실 문 밑으로 서류 한 장이 쑥 들어온다.
강의원, 이상해서 들고 보는데.. 개헌찬성 동의서.. 강창환이라는 이름에 서명날인.. 크게 놀라는 강의원..
그 문 밖.. 강모 등을 기대고 서 있다)
강모 : 묻는 말에만 대답하십시오, 강의원님.. 그 금배지를 누가 달아준거죠?
강의원 : 무, 물론.. 이 나라 국민이지요.
강모 : 그럼...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
강의원 : ...
강모 : 어서 대답하세요.
강의원 : 대,. 대통령 직선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강모 : ... 역시 잘 알고 계시는군요.
씬52. 국회의사당 내, 복도
(남루한 청소부가 대걸래로 바닥을 닦고 있다.
민홍기가 바쁜 걸음으로 걸어들어가는데.. 유리문쯤에 붙어 있는 서류 한 장...
홍기, 무심코 열고 가려다가 이상해서 서류를 떼서 본다. 민홍기 이름의 동의서 복사본이다.
홍기, 놀라서 얼른 청소부쪽을 보면.. 열심히 청소만... 급히 구겨서 주머니에 넣으며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 청소부가 고개를 들고 본다. 가발을 쓴 남영출이다)
씬53. 그 곳, 민홍기 방, 문 앞
(긴장해서 다가오는 민홍기.. ‘국회의원 민홍기’ 푯말이 붙은 방을 열려는데.. 문 앞에 똑같은 복사본이 붙어 있다.
홍기, 확 잡아 뜯어내며 주변을 보면 빈 박스를 잔뜩 들고 지나가는 용역직원...
홍기, 얼른 방안으로 들어가면.. 그 직원이 박스 위에서 고개를 내미는데.. 소태다. 그 위로...)
태섭 : (E) 억지로 코를 꿰서라도 끌고 가겠다는 거구나.
씬54. 다시 저수지
(태섭과 강모가 있고..)
강모 : 회장님께서, 그들한테 동의서를 받아내 준 덕분입니다.
태섭 : ... 여당은 그렇다 치구, 야당쪽 사람들은 어떡할 건데?
강모 : ..
태섭 : 워낙 감시가 심해놔서, 접근하기가 쉽진 않을 거야.
씬55. 전시관 안
(‘정면에 걸린 플래카드.. ‘민주화 기금 모집을 위한 작품 전시회’ 그림들과 서예품들, 골동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정연과 지나가 와 있다. 의원 부인 두어 명과 이야기 중이고.. 간간히 웃거나 친해진 모습...
이때, 장의원과 최의원, 오의원이 다가온다)
부인 : 여보.. 소개 할게요. 황정연 사장이에요.
장의원 : 아? 저번에 그림을 보내주신..?
정연 : 만나서 영광입니다, 장민재 의원님.
장의원 : 영광이라뇨. 저 요즘 탄압 많이 받습니다.
정연 : (미소 보이고) 최학길 의원님이죠? 오수철 의원님이시구. 신문, 방송으로만 보다가 직접 뵙네요?
최의원 : 가끔 경찰에 연행도 되는 것도 나쁘지 않군요. 이렇게 알아봐 주시는 분이 계시니...
(좌중, 웃는다. 정연, 명함을 건네고.. 지나가 행사 팜플랫을 나눠주는데..
그 일각.. 모자를 눌러쓴 채 작품을 보던 정식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본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강모 : (E) 올림픽 후원회의 집행 위원장이란 타이틀 덕에 접근이 용이한 편이에요. 정연이가 아주 잘해주고 있습니다.
씬56. 저수지
태섭 : 그래, 니 형은 어떻게 구해낼 거야?
강모 : 계획대로만 된다면... 정연이가 준비하는 그 행사가 끝나고, 풀려나게 될 거에요.
태섭 : 여기서 낚시나 하고 있으니까 세월 가는 줄 모르겠어.
강모 : 이제 회장님이 나서줘야 합니다.
태섭 : .. (본다)
씬57. 주택, 거실 안
(성모가 감금되어 있는 집 안.. 성모가 TV를 보고 있다.
호헌 철폐, 개헌 찬성을 외치는 대학생들의 격렬한 시위 현장... 직선제에 관한 뉴스 멘트가 흘러나오며..
요원 두 명이 옆에서 함께 지켜보고 있고... 성모, TV를 끈다)
성모 : 니들 배 안 고프냐? 우리, 통닭이라도 사다 먹을까?
요원 1 : .. 괜찮습니다.
성모 : 내가 돈 줄테니까 사와.
(성모, 안방으로 들어간다. 요원 1이 따라 들어가고...)
씬58. 동, 방안
(들어서는 성모.. 요원 1이 따라 들어오는 순간.. 성모, 빠르게 요원을 가격하고 쓰러뜨린다.
요원의 안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드는 성모, 손잡이 부분으로 내리치면 요원 1이 쓰러지고..
성모, 문을 잠그더니 그 옆에 기대선다. 다른 요원이 시끄런 소리에 문을 두드리며..)
요원 2 : 무슨 일입니까? 문 열어요..!!
(성모, 권총을 장전한다. 매서워진 눈빛..)
씬59. 만보건설 회장실 안
(민우, 결재서류에 뭔가를 적으며 업무 중인데...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볼펜을 집어던지며 일어서는데..
이때, 문성중이 서류봉투를 손에 들고 급히 들어선다)
성중 : 회장님.. 흥신소에서 차수정씨에 관한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민우, 봉투를 뜯는데.. 두툼한 보고서 형식의 자료와 함께 툭 떨어지는 사진 한 장...
민우, 사진을 들고 보는데 공원벤치에서 강모가 미주를 안고 찍은 사진이다.
서서히 일그러지며 놀라는 민우... 성중이 그 사진을 보더니)
성중 : 이거.. 이강모 사장이 아닙니까?
민우 : (분노하는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