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이해가 안 가는 일 투성이다. 갑자기 알지도 못 하는 놈이 나한테 돈을 내 놓으라고 칼을 들고 설치는 가 하면, 죄가 많다고 얼굴에 쓰여 있는 놈들이 높은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다. 타락한 사회를 욕하면서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 잔 하는 학위 없는 철학자가 밤마다 쏟아져 나오지만, 그들에 의해서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무해무익한 탁상론자들….. 하지만, 세상이 어쨌든 지간에 자기의 즐거움을 쫓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과의 관계를 마치 칼로 절단한 듯이, 어떠한 하나에 중독이 되어서 알 수 없는 행복감에 겨워 하루하루를 지내는 사람들.. 웃기는 세상과 프로포셔널하게 살라.. 사회가 창조해 낸 도덕적 잣대는 중독된 사람들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할 것이니..
Part 1.
“속보입니다. 오늘로서 43번째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K 대학 근처에
서 일어나는 이번 엽기적 무차별 살인은..”
언제부터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 대학 근처에서 일어나는 살
인 사건… 내가 아는 후배 녀석도 이번 사건의 희생자가 되었다. 이 사
건 덕택에 명문 이라고 이름을 날리는 우리 대학의 간판이 완벽하게 먹칠
이 되었다. 벌써 여러 명의 경찰관들이 학교를 지키고 있지만 이번에도
보란 듯이 살인마는 뉴스 거리를 제공했다. 요즘 메디아의 최대 이슈가
바로 우리 학교 주변의 연쇄 살인이 아니던가? 벌써 대학 총장까지 나와
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다. 어느 정도 결과를 수습해 보려는 수작이었
나 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희생자의 학부모들과 친구들은 며
칠 째 학교 앞에서 데모를 강행하고 있고, 경찰들은 그 것을 막는 데만
도 많은 인력을 소모하고 있다.
물론 메이저리티가 살인마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 눈치이지만……, 나
는 느낄 수 있다. 몇몇.. 몇몇은 살인마의 열렬한 팬이 되어가고 있다.
따분한 학교 생활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준 은인이라고 찬양하면서…
43 명이라는 엄청난 목숨을 앗아간 살인.. 물론 43명의 희생자들에게는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더 정확하게, 많은 탁
상론자들이, 이 연쇄 살인에 대해 사이비교도의 광신도처럼 열광을 하면
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살인마가 살인을 즐기는 미치광이라느
니.. 불안한 사회에서 피어오르는 스트레스를 살인이라는 부적절한 방법
으로 해결하는 자아 분열증세 환자라느니.. 정말 잘도 같다 붙이고 있
다. 더욱더 기가 막힌 것은 내가 가입해 있는 공포 동아리에 이 살인마
에 대한 팬픽이 상당한 조회수와 함께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내 일이 아
니면 마치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몇몇은 희생자들의 가족들에 대한 위
로 같은 건 아예 생략을 해 버리고 그저 자극적인 뉴스 거리를 제공한 살
인마를 히어로라이즈 시키는 데 열중을 하고 있다. 웃기는 군.. 지들이
한 번 죽어 보라지..
나는 그저 스크림 같은 공포 영화에서나 보았던 잔혹한 살인들이 그대
로 실현되는 걸 보자 놀랍고 두려울 따름이다. 몇몇 겁쟁이 녀석들은 수
업조차 거부하고 기숙사 안에 처박혀 있다. 말 많은 Debate Team( = 토론
회) 녀석들은 벌써 포스터 하나를 만들어서 화장실 근처에 박아 놓았다.
‘우리는 죽는 것을 거부한다’
과연 43명이나 죽였다는 살인마가 그 정도 포스터를 보고 마음이 움직여
지기나 할 지 의문이 갈 뿐이다. 그에게 살인이란 그저 즐거움을 주는 도
구 일지 몰라도 당하는 우리들은 그저 뉴스를 볼 때마다 공포에 휩싸일
따름이다. 어떤 맛간 놈이 그런 짓을 하는 것인지..
‘밸리 화력~! 금달 이상입니다.’
‘올림픽 아무나’
‘스핑 고수만 쌍별 이상’
그렇게 좋아하던 포트리스조차 왠지 내키지가 않는다. 빌어먹을 연쇄 살
인이 기분마저 잡치는군. 두 달 전만 해도 쑥쑥 올라가던 랭킹이 요즘 왠
지 떨어지고 있다. 오늘 접속을 해보니 동 훈장에서 금메달로 계급이 아
예 떨어져 있었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해도 재미만 있었지만.. 요즘에
는 이상하게도 하루에 한두 시간만 하면 쉬이 질려 버린다.
‘밸리 화력~! 금달 이상입니다.’
“그래. 이 방이 좋겠다.”
[지오]_천재 하이
똘똘한 사람 안냐세여. 드디어 한 님 오시넹 ^^
무서븐전과자 [지오]_천재 님 c 로
90도 풀샷 빨리 2대 2 해요.
틱!
“어, 뭐야? 정전인가?”
갑자기 꺼지는 컴퓨터를 보고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니 정찬이가 머리
를 긁적거리면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 아래서 그 자식 발에 걸려
서 살짝 빼진 코드가 보였다.
“개새꺄. 내가 조심해서 다니랬지!”
“미안하다. 오늘 좀 정신이 없어서..”
그 녀석은 미안한 듯이 저벅저벅 거리며 침대로 오더니 잠바를 벗고 털
썩 누워버렸다.
“어제 밤새 공부하더니 시험은 잘 봤냐?”
“잡쳤어.. 망할 놈의 심리학..”
“뭘 그렇게 공부했는데..”
“이중 인격인지 뭔지.. 빌어먹을..”
그 녀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귀찮다는 듯이 돌아 누웠다.
“기말까지 잡치면 진짜 병신 되는데.. 짜증나 죽겠네.”
“씨부렁 거리지 좀 마라. 포트리스 좀 하자.”
“김성준.. 한 번만 더 지껄이면 꽃다발을 먹여 버린다..”
“무슨 소리야?”
“너 꽃가루 알레르기 있지 않냐?”
“뭐 잘못 먹었냐?”
“내가 일 주일인가? 한 그 정도 전에 주연이한테 꽃 한 송이 받아 왔더
니 너 장난 아니게 재채기 했잖아.”
“뭔 헛소리야? 난 기억도 안 나는구만..”
“아님 됬어.”
“???”
정찬이는 별 황당한 소리를 지껄이더니 다시 침대에서 돌아 누웠다.
“내가 이 녀석을 야외에서 만났나? 요즘에 놀러 나간 적이 없는데..”
Part 2.
“성준아.. 정신 차려. 성준아!!”
“사모님.. 진정하십시오.”
“아이고.. 성준아..”
병원 안이 무너져 나가도록 들려오는 한 여인의 울음 소리.
‘어머니.. 어머니께서 왜 울고 계시지?’
난 괜찮다고 말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팔이 통 움
직이지를 않는다.
‘난 어디 있는 거지? 왜 누워 있는 거야?’
“머리를 심하게 다쳤군요. 어떻게 된 겁니까?”
“친구들하고 농구를 한다고 나가다가.. 흑.”
“…심각한 상태군요. 수술을 해야 겠어요.”
그들은 들릴락 말락 하게 몇 마디 대화를 주고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