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춤과 사랑 / 안나 카레니나
세컨 왈츠 / 러시아 전통춤 마주르카
1874년 제정 러시아, 모스크바. 커튼이 열리고, 마치 한편의 거대한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세트장이 움직인다. 그 모습은 무대와 영화를 자연스럽고도 묘하게 연결하면서 영화 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한다.
영화이면서 뮤지컬 같은. 영화의 제작 기법만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가 있는 영화이다.
페테르부르크에 사는 미모의 정부 고관 부인인 안나는
그녀의 오빠가 외도 문제로 부부 싸움이 생기게 되자 오빠와 새언니를 중재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모스크바로 오는 도중, 기차에서 함께 합석했던 부인을 마중 나온 그녀의 아들 브론스키(아론 테일러 존슨) 백작을 우연히 만난다.
오빠의 집에는 안나의 새언니 돌리의 여동생 키티도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안나에게 내일 무도회가 열리는데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다음 날 무도회장. 키티는 올림머리를 하고, 연분홍 허리띠에, 가슴에는 작은 꽃 장식을, 머리에는 하얀색 꽃 모양 리본을 하고, 어깨에서 발끝까지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장 안으로 등장을 하는데 그녀는 마치 눈 속에서 활짝 피어난 동백꽃처럼 도도하고 아름다웠다.
키티와 함께 온 안나는 블랙 드레스와 블랙 모자를 쓰고 가슴에는 세 겹으로 늘어진 줄에 꽃 모양이 달려있는 22억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목에 걸고 무도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안나의 옷은 무도회장 불빛에 따라 감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검은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녀의 화려한 미모는 블랙 드레스와 몸에 걸친 액세서리들과 어우러져 호수 위 흑조처럼 우아해 보였다.
모두가 안나를 바라보는 가운데, 브론스키가 안나에게 춤을 신청한다.
두 사람이 '마주르카' 춤을 추는 장면은 지금까지 본 영화 제작기법 중 최고였다. 춤을 추는 동안 주변 사람들을 정지된 모습으로 움직이지 않게 하고, 두 사람이 춤을 추며 지나가면 마법에서 풀려난 듯 그들을 따라 춤을 추게 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두 사람을 집중해서 볼 수 있게 해 준 멋진 장면이다. (두 사람의 춤 영상은 아래쪽에 있습니다.)
브론스키는 춤을 추면서 안나의 허리를 두 손으로 안아 들어 올리자 안나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흔들리는 안나의 마음이 거칠어진 소리로 느껴졌다. 안나가 공중에서 내려지는 순간, 무대 위 모든 사람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두 사람만의 솔로 춤으로 이어졌다.
사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춤을 추지만 춤을 추기 시작하면 오로지 주인공은 두 사람뿐인 것을 영화 기법을 사용해 너무도 잘 표현해 주었다.
브론스키와 안나가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던 키티는 도중에 춤을 멈추고 강렬한 질투의 시선으로 안나에게 보낸다. 안나는 미안해서 (키티와 연인 사이인 브론스키) 더 이상 춤을 추지 못 하고 무도장에서 나와 모스크바를 떠나는 기차를 타러 역에 도착한다.
그런데 모스크바를 떠나는 기차역에 브론스키도 나타났다. "당신은 왜? 모스크바를 떠나세요?"라고 안나가 브론스키에게 묻자, "당신 옆에 있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라고 말하는 브론스키.
그 후 모스크바가 아닌 페테르부르크에 나타난 브론스키는 그녀가 스케이트를 타는 곳에도, 미술관에도, 음악회에도 나타나 안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안나의 모든 관심이 브론스키에게 있는데 다시 나타난 브론스키를 앞에 두고 남편을 따라 집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다.
브론스키와 안나의 사이를 눈치 챈 남편 카레린이 안나에게 "질투란 단어는 당신에게는 모욕 내게는 굴욕이 되겠지. 내게 당신 감정을 물어볼 권리는 없어, 오직 양심에 달린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남편 된 사람의 의무로써 우린 신 앞에서 하나가 됐고, 이 결합을 끊는 건 신에 대한 범죄라는 걸 말해주고 싶군"이라며 경고를 하지만 안나는 "할 말이 없네요"라며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당신에겐 아들이 있어"라며 남편 카레린은 안나에게 마지막 경고를 하지만 결국 안나는 브론스키와 만나 끝내 사랑을 나누며 속삭인다.
"너무 늦었어요! 신이여 용서해 주세요. 모든 게 끝났어요. 이젠 브론스키 당신 말곤 내겐 아무것도 없다는 걸 기억해요"
안나의 속삭임에 브론스키는 "어떻게 잊겠어요? 당신은 나의 행복인데"라며 안나의 마음을 모두 송두리째 앗아간다.
어느 날, 브론스키를 사랑하고 있는 안나의 마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사건이 경마대회에서 우연히 일이 일어났다. 브론스키가 말을 타고 달리다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이 나오자 안나는 그녀의 등 뒤에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론스키가 걱정이 되어 "알렉세이"라고 쓰러진 브론스키를 향해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순간 쓰러진 브론스키 보다는 ‘그가 다칠까 걱정에 사로잡힌’ 안나의 목소리가 더 걱정이 되었다.
경마대회로부터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남편은 안나에게 "오늘 당신 행동 부적절했어, 기수 하나가 말에서 떨어졌을 때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잖아. 당신은 내 아내인데 오해 한 건가?"라며 묻는다.
모든 사실이 드러나고 브론스키의 아이를 가지게 된 안나는 오히려 남편에게 당당하게 말을 한다. "나는 그를 사랑해요. 나는 그의 정부에요"라며 그리고 이혼해 줄 것을 호소한다.
"소문나지 않게 조심해, 그래야 아내로써 특권을 누릴 수 있어, 내가 어떻게 하였기에 이런 대접을 받는 거지?"라며 남편은 괴로워한다.
집을 뛰쳐나온 안나는 브론스키의 집에서 함께 지내면서 젊고 인기 많은 브론스키에게 조금씩 집착하기 시작한다, 브론스키는 그런 행동을 하는 안나로부터 멀어져만 가고, 안나는 신경쇠약으로 잠을 잘 수 없어서 모르핀을 맞으며 잠을 청하는 삶을 살아간다.
브론스키의 정부로 브론스키의 집에서 답답해하던 안나는 반대하는 브론스키를 뿌리치고 오페라를 보러 간 극장에서 "몸을 함부로 굴린 여자가 여기가 어디라고 자랑하러 온 거야 뭐야?"라며 심한 모욕을 듣는다.
극장에 가기 위해 안나가 입고 간 아름다운 하얀 드레스도, 보석이 달린 목걸이와 귀걸이도 화려한 빛을 잃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남편은 브론스키와 안나를 용서하지만 안나는 끝까지 브론스키를 택한다. 어느 사교장에서 안나는 그날도 많은 수군거림 속에서 힘들어하는데 우연히 오빠의 아내인 돌리를 만난다
안나는 돌리에게 스스로 ‘나쁜 여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돌리는 "나라도 똑같이 했을 거예요. 같이 도망가자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오빠는 여전해요, 남자는 다 그런가 봐요"라며 여자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며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은 일정 부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안나는 외도와 집착과 신경쇠약과 외로움으로 인해 견딜 수 없게 되자 기차에 몸을 던지고 만다.
☆ 안나와 브론스키가 함께 추는 아름다운 춤.
음악은 세컨 왈츠. 음악에 맞추어 러시아 전통 춤인 마주르카를 추는 모습.
https://youtu.be/FfsbCBTAnAg?si=M1z4WOIAxkx_Qn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