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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 관한 전설
예로부터 용은 신성하며 초능력을 지닌 신성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상상의 동물 모양을 하고 있는 용은 우리 문화 속에서 가지는 의미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이는데, 주로 신성성을 필요로 하는 존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용은 하늘에 있는 천상룡(天上龍)과 물 속에 있는 지상룡(地上龍)으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천상룡은 우주의 질서를 관장하는 존재로 나타나고, 지상룡은 주로 호국룡이나 수신(水神)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천상룡은 그 모습을 직접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고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와서 군주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천상룡과 관련이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드물고 주로 태몽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현실의 동물이나 인물이 변해서 된 존재인 지상룡은 구체적인 증거와 더불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남기고 있어서 문학적으로는 지상룡이 훨씬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
호국룡과 수신으로 양분되는 지상룡이 용문학의 중심 소재로 쓰이는데, 이 용은 주로 연못, 소(沼), 하천, 바다 등에 살면서 인간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일정한 인물이 죽어서 용이 되는 경우는 주로 호국룡이 되는데, 백제의 무왕이 죽어서 된 백마강의 용, 신라의 문무왕이 죽어서 된 동해의 용 등이 그것이다.
또한 강이나 연못과 관련이 있는 용은 이무기가 변하여 된 것인데 우주의 질서를 관장하는 존재로서 신성성을 가지면서 강이나 연못의 신성성을 강조하는 지명전설의 모양을 띤다.
이무기가 하늘로 승천하여 천상용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는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에 관한 전설을 들 수 있다.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나이가 차서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서 현재의 태백시 창죽동에 있는 검룡소에서 하늘로 올라갈 터전을 닦았다는 이야기다.
'아주 오랜 옛날에 검룡소에는 용이 되려는 이무기가 한 마리 살았다. 이 이무기는 서해에서 살다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서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를 발견하고 이 속으로 들어가서 용이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검룡소 앞에는 바위가 할퀸 모양으로 자국이 나 있는데, 이것은 서해에서 올라온 이무기가 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발버둥을 치느라고 생긴 것이다.
검룡소 안으로 들어간 이무기는 용이 되기 전까지 이곳에 살면서 주변의 가축들을 잡아먹으면서 승천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들이 키우던 가축들이 자꾸 없어지는 것을 본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것이 이무기의 소행인지 모르다가 나중에는 이무기 소행인 것을 알고 힘을 합쳐 작살로 이무기를 죽여버리고 검룡소를 메워버렸다.'
이렇게 하여 오랜 동안 침묵을 지키면서 전설로만 구전되던 검룡소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86년 복구 작업 덕분이었다. 하루에 수 천 톤씩 물을 쏟아내는 큰 물줄기가 흙 속에 묻혀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지금은 입구를 잘 정비하고 소 앞에는 정자까지 세워서 유적지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강이나 소의 신성성을 강조하는 것은 인류문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식의 설화는 상층문화에 대한 동경과 지향의식을 형상화한 것으로 하층민의 신분상승의 욕구를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학적 형상화는 지상과 천상의 연결을 통해 인간의 상승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세계로의 상승이 얼마나 힘든가를 잘 나타내 주는 것으로 보이는 검룡소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물을 보면서 우리 선조들이 가졌던 상층문화에 대한 동경과 문학적 상상력을 함께 느껴보는 것도 매우 유익한 답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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