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습도라는 말은 국어사전이나 기상학사전에도 없는 용어인데, 가습기 제조업체, 신문, 잡지, TV, 심지어는 의사들까지도 흔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떻든 사람이 건강하고 쾌적하게 생활하는데 적합한 공기의 습도라고 생각되며, 몇 RH%라고 특정되지 않고, 일정한 습도의 범위를 지칭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적정습도가 그야말로 중구난방입니다.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40-60RH%, 50-60RH%, 30-70RH%, 35-65RH% 등 다양합니다. 습도계에도 45-65RH%, 40-60RH% 등 멋대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가습기 제조업자나 자연 가습기를 추천하는 사람들이나, 의사들이나, 신문 방송 잡지들이나 모두가 아무런 과학적 근거나 믿을 만한 자료 출처의 제시도 없이 그저 들은풍월로 적정습도는 “몇%다” 라고 외치고 있으며, 가습기를 사용하면, 혹은 자연 가습을 하면 이를 실현 유지할 수 있다고 떠들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한번이라도 실험을 해보고 하는 말일까요?
한 예를 들겠습니다. 2007년 7월 11일 SBS [잘 먹고 잘사는 법]에서는 의사 한분이 습도는 50-60RH%로 유지하라 하고, 특히 집 먼지 진드기의 증식을 막기 위해서 습도를 70RH% 이상 올리지 말라 하였는데, 이틀 후인 13일 SBS [다큐멘터리]에서는 다른 의사 한분이 알레르기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집 먼지 진드기의 증식을 막기 위하여 습도를 45% 이하로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요?
출처가 기상청으로 되어 있는 한 자료는, [온도별 적정습도]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15℃에서는 70RH%, 18-20℃에서는 60RH%, 21-23℃에서는 50RH%, 24℃ 이상에서는 40RH%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위의 자료는 실내온도가 오르면 습도를 올려야 한다는 우리의 상식을 깨는 새로운 지식입니다. 위의 내용에 따라 온도별로 공기 1㎥당 수증기량(g)을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이 대략 비슷하며, 평균 약 9.2g/㎥이 됩니다.
온도 15℃ 때의 포화수증기량 12.8g x 건강습도70RH% = 수증기량 8.96g,
19℃ 때의 포화수증기량 15.6g x 60RH% = 9.36g,
22℃ 때의 포화수증기량 19.4g x 50RH% = 9.70g,
24℃ 때의 포화수증기량 21.8g x 40RH% = 8.72g
위의 평균을 구해보면 8.96g + 9.36g + 9.70g + 8.72g = 36.74g
36.74g ÷ 4 = 9.18g = 9.2g
즉, 온도와 상관없이 공기 중에 9.2g/㎥ 정도의 수증기만 있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물 9.2g은 약 9cc로서 큰 샘물 병뚜껑 하나에 들어가는 정도의 양입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종래의 적정습도와 구분하기 위하여 온도별 건강습도라는 말을 쓰겠습니다.
우리 가정의 겨울철 통상 실내온도를 22-25℃라고 할 때 각 온도별 건강습도는 다음과 같이 될 것입니다.
22℃ 9.2g ÷ 포화수증기량19..421g = 상대습도47RH%
23℃ 9.2g ÷ 20.568g = 45RH%
24℃ 9.2g ÷ 21.773g = 42RH%
25℃ 9.2g÷ 23.038g= 40RH%
실내 온도가 23℃일 때 흔히 추천되는 적정습도 60RH%가 되면 후접지근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으나, 15℃일 때에 습도가 60RH%라면 오히려 상쾌하기까지 한 우리의 체감습도를 생각하면, 위의 온도별 건강습도의 개념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기온이 30℃를 오르내리는 여름철에 실내습도가 6,70RH%가 된다면 축축하고 눅눅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불쾌지수라는 것도 온도와 습도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것이어서 온습지수라고도 합니다.
그러므로 적정습도는 온도와 무관한 상대습도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온도라는 변수를 고려한 [온도별 건강습도]를 기준으로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의 정보를 종합하면, 온도에 관계없이 지켜져야 할 최저한의 습도를 30RH%, 최고한의 습도를 60RH%로 정하고, 온도별 건강습도의 개념을 도임하여, 아기들이 있는 더운 방(실내온도 22-25℃)에서는 40-50RH%, 노인들이 거처하는 20-22℃의 찬 방에서는 53RH%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습도를 높게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건강습도의 최저한을 30RH%로 한 것은
1) 미국의 환경국 실내 공기 질 관리위원회(IAQ)의 권장습도가 30-50RH%이고,
2) 일본과 한국의 학교보건법에서 교실 공기 질 관리기준의 최저한을 30RH%로 규정하고 있으며,
3) 기상청의 건조주의보가 1일 최소습도 30RH%를 하나의 성립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4) 출처가 기상청 / 우리홈쇼핑 / KBS생활건강센터로 되어 있는 자료에 따르면, 난방이 잘된 아파트나 빌딩에서 습도가 30RH% 이하일 경우에는 기관지 점막을 마르게 해서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하고, 이미 감기나 독감에 걸린 경우에는 기관지의 염증을 악화시키고, 가래의 배출을 억제하여 병을 오래 가게 하는 요인이 된다. 또 안구나 피부의 수분을 빼앗아 안구건조증이나 피부가려움증을 잘 생기게 한다. 특히 유아의 기도 점막이 건조해져서 세균 감염이 쉬어진다. 또 분진이 공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나 각종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고 감기나 기타 호흡기질환을 잘 걸리게 한다 하였고,
5) 실제로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습도를 30RH% 이하로 낮추면 입안의 침이 마르고, 목젖 근처의 침이 끈적끈적하게 농축되며,
6) 최저한의 적정습도를 40RH%로 할 경우 자칫 고온에서 그 이상으로 과습해질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적정습도와 온도별 건강습도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떠한 경우(온도)라도 최저습도인 30RH%는 지켜저야 한다.
2) 습도는 온도가 올라가면 낮추어야 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올려야 한다.
3) 보통 실내온도를 22-25℃로 유지한다고 할 때 적정하고 건강한 실내습도는 40-50 RH%, 즉 45±5RH%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