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우리가락 노랫가락 프로그램 살리기 네티즌 연대 성명서

[구자란]

EBS 우리가락 노랫가락 프로그램 살리기 네티즌 연대 성명서

EBS 라디오 방송국의 국악 프로그램 "우리가락 노랫가락"(이하 우리가락)의 폐지와 더불어 각 방송사에서의 국악 관련 라디오/TV 프로그램의 폐지 및 종영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국악을 사랑하는 네티즌들은 다음과 같이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1. 국악전문 FM방송 개국과 EBS "우리가락 노랫가락"<이하 "우리가락">폐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국악전문 FM방송은 전통문화의 보급과 대중화를 목표로, 기존의 방송매체에서 부족하기 쉬웠던 부분을 상호보완하기 위하여 지난 3월 개국하였다.
현재 서울·경기일원에서만 청취가 가능하고, 2001년 5월 이후에 남원 일원의 개국을 앞두고 있지만 앞으로 전국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실상황에 비추어볼 때 EBS 우리가락의 폐지는 지방 청취자들의 들을 권리를 일방적으로 침해한 행위이므로 우리는 이에 반대입장을 표한다.
교육방송은 그 청취대상이 보편적 다수 대중이므로, 국악이 보다 다양한 계층에서 청취되어진다는 점으로 인해 국악전문방송과는 차별화 되는 중요성을 갖는다.
이제 출발선에 서있는 국악전문 FM 방송이 마치 결승점에 도달한 양, 때를 기다렸다는 듯 기존 국악방송을 폐지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위이다.

2. 외국어 전문방송화는 EBS 설립위상과 시대정신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바야흐로 전세계는 문화전쟁의 시대이며 누구도 이를 부인할 수 없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EBS는 이러한 시대상황에 역행하고 있으며 소중한 문화유산을 전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기 위해 노력하지는 못할 망정 스스로 교육의 위상을 질적으로 하락시키고 있다.
일제의 "한민족 문화 말살 정책"이 사찰과 고궁을 파괴하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수행된 것이 아니라 그 뿌리와 근간이 되는 우리말·우리역사를 봉쇄하고 왜곡함으로 이루어졌음을 상기할 때 "우리가락"의 폐지는 단순한 프로그램 폐지라는 차원을 넘어 자주적 민족문화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점에서 그 위험성을 가늠할 수 있다.
우리말을 가르쳐 주는 곳이 아무리 많을 지라도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지 않을 수는 없다. 교육방송은 교육본연의 목표를 망각하지 말고 자주적 민족문화를 지키고 알려야하는 당위성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

3. 청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우선이다.

그동안 기존 방송에서의 국악 프로그램은 구색 맞추기식 편성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어떤 방송의 어떤 프로그램도 사전 홍보와 질적 향상을 위한 투자 없이는 청취율을 높이기 힘들다.
그러나 EBS에서 국악 프로그램의 청취율을 높이기 위한 고심의 흔적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국악 프로그램 청취율의 저조함만을 강조하기 전에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와 홍보가 부족했음을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며 더불어 향후 발전되는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실있는 투자와 홍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4. 지구상의 어떤 민족도 자국의 자문화보다 외국어 교육이 우선되진 않는다.

EBS는 우리가락의 폐지에 따른 입장발표를 하며 영국과 일본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영국과 일본의 문화정책은 왜 본받지 못하는가?
그들이 자국의 문화를 가꾸고 전파하는데 쏟는 노력과 열정은 간과한 채, 겉모습만을 추종하려는 행위는 편협함을 넘어선 무지한 행동이다.
다시 한번 EBS의 편의주의 발상에 심각함을 느끼면서 반대입장을 표한다.

5. TV를 통한 역할 수행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근거없는 대안제시는 자제하여야 한다.

교육방송의 우리가락 폐지와 더불어 제시한 대안은 TV 국악프로그램의 신설이었다.
그러나 이는 국악전문 FM방송의 개국이 우리가락 폐방의 중요한 이유라고 입장표명을 한 것에 비추어볼 때 앞뒤가 맞질 않는 어불성설이다.
또한 애청자들의 예상외의 항의에 놀란 EBS의 근거없는 궁여지책이라고 볼 수 밖에 없으며 우리가락의 폐지와 TV 국악프로그램의 편성은 결코 거래 대상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

6. EBS는 공중파를 통해 그릇된 교육관을 유포하고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제7차 교육과정의 총론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중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토대 위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
또한 중학교 교육목표에는 이러한 항목이 있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지니고, 이를 발전시키려는 태도를 가진다."
이처럼 교육과정에서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으며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BS는 공공연하게 입시와 취업만을 강조한 상업적 교육관을 내세우고 있다. 다시 한번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과 교육방송이 갖는 본질적 목표를 간과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위와 같은 이유로 EBS의 우리가락 폐지를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사항>

하나. 우리는 EBS가 "우리가락 노랫가락"의 폐지 원인을 논리적으로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우리가락"의 폐지에 EBS 부사장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었다는 소문에 대한 진상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진실일 경우 부사장 명의의 공개사과를 요구한다.

하나. 우리는 폐지된 "우리가락" 프로그램의 재편성을 요구한다.

하나. 우리는 EBS가 교육방송 원래의 취지와 목표에 맞게 외국어 방송뿐 아니라 다양한 교양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줄 것을 요구한다.


만약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온라인 및 오프라인 상에서의 항의 시위를 벌일 것이며, 지속적인 Anti-EBS 운동을 펼쳐갈 것이다.
또한 우리는 앞으로도 각 기관에서의 국악관련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국악사랑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을 다짐한다.


200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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