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한국 8대 오지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졌던 완주군 동상면 대아리와 고산면 소향리.
고산(高山)이란 지명은 이 지역의 산들이 암봉으로 이루어져 아래에서 쳐다보면 매우 높아보여 불려진 이름으로 보인다.
동상면(東上面)은 옛고을 고산현(高山縣)의 동쪽에 있다고 지어진 이름.
그 경계에 우뚝 솟은 동성산(557.5m)은 거대한 암봉으로 동쪽 험준한 골짜기 아래에는 대아저수지와 동상저수지가 있다.
동성산의 주(主)들머리는 ‘월간산‘에서 소개한 동상저수지와 대아저수지 사이의 ‘음수교’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산면 소향리(山向里) ‘대아댐’ 무넘깃둑(무넘이,무너미,무넘기)에서 올랐다.
대아댐은 기존의 대아저수지가 있었으나 1989년에 새로 준공한 댐이다.
이 루트를 따라야만 동성산의 이름을 낳게한 ‘대아리산성(大雅里山城)'을 탐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성산에 대한 이름의 유래와 산성에 대한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동성산(銅城山)은 ‘구리 동(銅)’자를 써서 천안의 동성산과 한자 이름이 똑같다.
천안 동성산(237.6)은 산성의 문을 구리로 만들었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이 산도 그렇기 때문일까?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고, 나는 감히 동상면 이름의 유래처럼 고산현 동쪽의 성이 있는 산이라서 생긴 이름으로 보았다.
그러니까 처음엔 동성산(東城山)이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동성산(銅城山)이 되었던 것.
대아댐 무넘이로 오르면 동성산에 닿기 전 대아리저수지를 굽어보는 곳에 원형이 살아있는 석성을 만난다.
안내판이 없어 이름은 물론 아무것도 알 수가 없으니 궁금하기 짝이 없다.
유적의 이름을 모르니 무엇을 ‘키워드’로 알아볼 수 있을까?
확실한 자료가 없어 가칭 ‘대아리 산성(大雅里山城)’ 또는 ‘대아리 산성동 산성‘으로 불러야겠다.
그렇게해서 어렵사리 접한 자료는 대강 이러하다.
“대아리산성은 동상면 대아리 산 88-번지일대 해발 550m의 봉우리 북쪽 산줄기를 따라 전체 4,350m를 쌓았다.
수구변은 약간의 석축흔적이 남아 있는데 저수지의 만수선과 만나고 있다.
그러나 새로 축조한 댐으로 인해 수구변은 수몰되었다.
숙종 원년 위봉산성 장축과 함께 폐성되었다.“
날머리인 ‘고산자연휴양림’이 있는 골짜기는 예전부터 ‘시랑골(시랑동)’로 불리어 왔다.
이 골짜기에 시랑(侍郞) 벼슬을 한 사람이 살아서 그렇다는데, '시랑(侍郞)'은 신라와 고려시대에 걸쳐 중요한 관직.
처음 우리는 510.5m봉에서 휴양림으로 내려갈려고 하였으나 그 봉우리 직전에서 좌측 능선을 타고 내려갔다.
이는 우리 버스가 휴양림 안(비철이라 주차비 없음)으로 1.2km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또 하산시간이 촉박하였기 때문.
이 510.5m봉엔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이를 ‘부부소나무‘라 부른다.
이 봉우리를 ‘대한산악연맹’ 상근 부회장이자 ‘전북산사랑회’ 고문인 벽송 김정길(碧松 金正吉)님은 「한국지명총람」에 기록된 시랑골의 지명을 따서
‘시랑산’으로 부르기로 했단다.
어떤 이는 안암산(安岩山)으로 표기했다는데, 그건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시랑산이 위치한 고산면 오산리는 뒷산이 다섯 봉우리로 이루어져서 ‘오산(五山, 또는 오뫼)’이라 하였고, 양막마을 동쪽에 있는 △239.5m봉은
동봉(東峰)이라 부른단다.
그래서그런지 아래 마을에는 양막보다도 동봉이라는 지명이 더 많이 보인다.
‘천성산’님과 B팀들이 오른 안수산(安睡山 554.6m)은 고산읍에서 바라보면 닭 볏이나 봉황의 머리처럼 보인대서 계봉산(鷄鳳山), 붓처럼 보인대서
'문필봉(文筆峰)'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산이 지네 형국이어서 천적인 닭으로 비보풍수를 하였는데, 거꾸로 지네를 보호하기 위해 계봉산 중턱에 안수사(安峀寺)를 지었다는 아니러니한 설이 있다.
산행궤적
파일
약 8km에 천천히 걸어도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고도표
<월간 산>부록.
<파일> 월간산.
미리 준비한 표지기. 산성동은 山城洞으로 쓰는 감?
네비에 '소향보건진료소'를 입력하여 100여m 떨어진 용암교 앞에서 버스를 댔다.
용암교(龍岩橋)는 용바위라 불리는 신상마을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
고산면 소향리 신상마을을 ‘용바위(龍岩)’라 부르는 건 내(川) 바닥이 온통 바위투성이로 구불구불 마치 검은 용으로 보인다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용암교를 건너며 대아댐 무넘깃둑을 올려다 본다. '무넘깃둑'은 순 우리말로 '무넘기' 또는 '무넘이'로도 불린다.
'논에 물이 알맞게 차고 남은 물이 저절로 흘러넘쳐 빠질 수 있도록 논두렁의 한곳을 낮추어 만든 둑'.
무넘깃둑 우측 난간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또다른 다리를 건너...
무넘이를 정면으로 올려다 본다. 진행 코스는 화살표 방향.
화살표 방향.
맨 앞에 서서 뒤돌아도 보고...
무넘이로 내려선 뒤...
수로를 거슬러 오르며 다시 뒤돌아 본다. 그 새 날렵한 미옥 씨는 수로를 건넜지만 수로를 건널 필요는 없다.
수로 우측으로 타고 오면 그 끄트머리에서 잡목과 자갈이 깔린 오솔길을 따라 오른다.
잡목과 자갈 투성이의 오목한 골짜기에 돌담들이 보인다. 무슨 흔적들일까?
깊숙한 골짜기에 이르자 시근장치가 달린 박스형 시설물이 있고...
그 우측 위에 비석 한 기가 서있어...
가까이 다가갔더니 '황선궁송덕비'다.
이제 산길은 송덕비와 박스형 시설물 좌측 능선으로 살짝 올라 붙는다.
제법 뚜렷한 산길에...
좌측으로 조망이 열린다. 대아댐 너머 운암산으로 예전 우리가 들머리로 삼았던 물탱크가 좌측에 보인다.
완주에는 보기만해도 예사롭지 않은 산들이 숱하다.
이후 산길은 좌측 사면을 휘감으며 이어지다...
작은 능선으로 오르게 된다.
그 꼭대기에 삼각점이 있고...
오름짓을 계속하자 첫 이정표를 만난다. 동성산 2.25km, 대아댐 1.75km.
평이한 능선에서 앞서가던 일행들이 점심 보따리를 풀었다. 그런데 이건 무에? 산에서 만난 전어회다.
전어회 두 쌈에다 생탁음료를 곁들인 점심을 먹은 뒤 '등산로 아님' 푯말을 지난다.
열린 공간으로 흑백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성돌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진 작은 봉우리.
성곽의 흔적이 분명하지만 아무런 안내판이 없으니 알길이 없다.
성곽의 상면 폭은 1~2m 내외로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부산한마음산악회' 시그널을 건 뒤 내려가 보았다.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대아리 산성'이다. 지형도를 확인하니 삼각점이 있는 '산성동(△462.9m)'은 아직 멀었다.
뚜렷한 성곽을 만난 뒤부터 능선을 따라 무너진 성돌들이 널부러져 있는 걸로 보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해발550m의 산봉우리에서 북으로 약 1,600m를 뻗다가 동으로 약100m를 내려와서 수구면을 갖고,남변도 산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약1,500m를 내려오다가 북쪽으로 향해 수구변으로 내려온다.
수구변은 약750m이고, 전체 주위는 약 4,350m에 이른다.
석축의 높이는 2-3m, 상면 폭은 1.2m내외인데, 남면은 능선 위에 0.3-0.6m 높이의 석루를 쌓았다고 한다.
오래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주도한 ‘고적조사자료(古蹟調査資料)’인 듯하니 그 정확성은 알 수가 없다.
그 윤곽만 짐작할 뿐이지만 성의 길이는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삼각점을 만나 지형도를 확인하니...
산성동(△462.9m)이다.
그보다 높은 곳에 493.3m봉이 있고...
산성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아래 골짜기는 험준하고도 깊다.
시야가 열리는 곳으로 대아저수지와 독특한 주위 산군들이 보인다.
대아저수지는 운암산을 휘감아 돌고, 그 너머로 아주 굵다란 산줄기가 하늘에 맞닿은 금남정맥이다.
더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멀리 운장산과 연석산이 헌걸차고, 가까이는 사달산과 문필봉 암릉인 듯.
당겨본 운장산과 연석산, 그리고 우측 가까이에 대부산(?)
대아리 산성이 계속 이어지니 그 규모가 상당하다.
중간에 '한덤'님을 만나 함께 걸었다.
<포토 바이 한덤>
좌측에 솟은 봉우리는 안수산인 듯하고. 우리는 가까운 능선을 타고 내려갈 것.
그렇게 동성산에 올랐다.
대구 산꾼 김문암 님의 표지판이 걸려있는 고스락에...
'부산한마음산악회'와 서명한 나의 '銅城山'표지기를 나란히 걸었다.
그런 뒤 '익산백두' 표지판 동성산 밑 공란에 '銅城山'이란 글자를 적어 넣었다. 낙서가 되지 않았기를...
우리가 걸은 거리를 이정표에서 확인하니 대아댐 3.90km.
안수산이 좌측에 우뚝하고, 가까이의 능선자락은 동봉으로 내려앉는 능선. 오늘 깃대봉이 걸어 내려간 능선이다.
뚫린 허공.
암릉구간에서...
산하를 내려다 보니 텅 빈 허공 하늘과 땅 사이에 우리가 머물고 있다.
깎아지른 암벽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 그루.
돌아보는 동성산은 그 자체로 자연 성곽을 이룬 요새였다.
깊은 골짜기엔 동상저수지.
'가세기 마을'과 '동상면 사람들' 이정표가 있는 지점은...
'도토목고개'로서 고도 약 395m란 표지기를 '전라북도 산악연맹' 표지기 옆에 걸었다.
다시 '등산로 아님' 푯말.
돌아보는 동성산의 천연요새.
인혜가든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자...
'단지(丹芝)재'로서 해발 약 445m이다.
537.8m봉을 살짝 내려서야 만나는 이정표에서 서래봉 가는 길을 떠나 보내고 '고산자연휴양림'을 따른다.537.8m봉에서 서래봉 방향으로 바로 내려설 수가 없어 비스듬히 사면으로 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554.4m봉을 지나고...
고산자연휴양림 방향 안내판을 따라 우로 꺾어...
작은 오름을 하면...
다시 도드라진 암릉구간을 만나고...
조심조심 안전하게 건넌 뒤...
'해발 465m'라 적힌 이정표에서 무궁화동산으로 곧장 능선을 따르면 시랑산과 동봉을 지나 양막으로 가게 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고산자연휴양림 방향으로 내려선다.
하산길은 사면으로 살짝 비틀어...
반듯한 능선길.
서래봉 방향으로 암릉이 뾰족뾰족하고...
휴양림이 발아래 보이는 지점에서...
건너로 역광의 능선이 펼쳐진다.
가족묘지가 있는 곳은...
밀양 손씨 가족묘지.
휴양림으로 내려선 뒤...
얼마 안가 우리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은...
휴양교 건너이다.하산시간이 16:40이니 시간을 딱 맞췄다.
맑은 계곡수에 첨벙첨벙 세수만 한 뒤 버스에 올랐다.